장상현 KERIS 학술정보본부장

장상현 본부장
장상현 본부장

국제화(Internalization)는 국가라는 개념을 전제로 다른 나라에 진출하는 것이다. 세계가 마치 하나의 지구촌처럼 국경을 초월하는 개념의 세계화(Globalization)와 개념적 차이가 있지만 혼용되고 있다. 2008년 미국의 경제위기와 인터넷을 기반으로 정보통신기술이 급진적으로 발전하며 세계화는 점차 가속화되고 있다. 가끔 4차 산업혁명을 쉽게 설명할 필요가 있을 때에는 ‘3차 산업혁명을 세게 하면 4차 산업혁명’이라고, ‘국제화를 세게 하면 세계화’라는 비교를 들어 설명하곤 한다.

4차 산업혁명은 컴퓨터와 인터넷으로 시작된 3차 산업혁명의 연장으로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기술이 핵심이다. 산업혁명의 종주국인 영국을 비롯한 유럽 국가들이 미국으로 빼앗긴 기술력에 앞서기 위해 5세부터 컴퓨터 프로그래밍(코딩)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하지만 중국이라는 복병을 만나 쉽사리 주도권을 가져오지 못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은 첨단기술 저작권료가 쟁점인 무역협상에 합의하지 않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의 최대 수혜는 중국이 될 것이라는 우려는 기우가 아닐 것이다. 인공지능은 빅데이터를 가장 많이 학습(training)할 경우 인간의 뇌 활동과 같아지기 때문이다. 바야흐로 인공지능 전쟁의 시대가 펼쳐지고 있다.

OECD는 ‘Education 2030’ 프로젝트를 추진하며 인공지능시대(AI age)를 대비해 ‘어떤 지식(knowledge)을 어떻게 교육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연구가 한창이다. 교육대상은 핀란드·싱가포르·한국 등 교육성과가 높은 국가다. 하지만 이 연구의 자격은 초중등교육 성과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우리나라 고등교육의 성과는 창피함을 넘어 참담한 상황이다.

IMF가 발표한 2018년 세계 GDP 순위에서 한국은 11위이다. 그에 비해 2018년 IMD(국제경영개발대학원)가 발표한 대학경쟁력은 49위로서 27위의 국가경쟁력에 비해서도 현저하게 낮은 성적표이다. 더욱이 WEF(다보스포럼)의 교육체제의 질은 2017년 81위에서 비판적사고력을 측정한 2018년에는 90위로 떨어졌다. 다만, 25~34세 고등교육 이수율이 70%로 세계에서 3위로 제일 높은 지표로 조사됐다.

우리 대학이 그 동안 21세기 역량인 창의성, 문제해결력, 비판적사고력, 의사소통능력 등을 갖춘 미래 인재를 양성하겠다고 했던 것은 단지 구호에 불과했다. 더욱이 학생들의 학습환경을 지원하는 도서관의 장서 증가률은 국내 1위 대학이 미국 연구도서관협회(ARL:Association of Research Libraries)의 평균 수준이다. 국내 상위 20개 대학 평균은 중국 베이징대학의 3분의 1 수준이다. 또한 디지털자료 구입 비율은 높아지고 있으나 전체적인 자료구입비는 오히려 감소하고 있다. 게다가 각종 평가와 혁신사업 지원을 위해 대학의 도서관 직원 수는 감소하고 있다.

21세기 원유에 해당하는 정보를 가장 많이 가지고 있는 곳이 바로 도서관이다. 4차 산업혁명을 준비하기 위해 그 무엇보다도 도서관의 변화가 중요한 이유이다. 도서관은 학문 간 융합, 협업, 창의 활동을 위한 메이커스페이스를 운영하기에 최적의 공간이다. 북미 지역은 이미 64% 이상 도서관에 메이커스페이스를 설치하거나 계획 중이라고 한다. 최초의 대학 메이커스페이스인 캐나다 Ryerson University의 DME(Digital Media Experience)연구실을 비롯해 New York University의 메이커스페이스에는 데이터 사서를 배치해 학생들의 창작을 위해 데이터 소스를 제공하기도 하고 직접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 1월 18일 교육부는 제2차 대학도서관진흥종합계획(‘19년~’23년)을 발표했다. 기존의 ‘열람실’로만 인식되던 도서관 공간을 학생들의 수요와 변화된 환경에 맞추어 토론·협업 활동, 열린제작실(메이커스페이스), 취·창업 활동 준비 공간 등으로 전환하는 계획을 포함시켰다. 부총리의 말씀대로 ‘학문의 광장이자 대학의 심장’으로 대학도서관이 투자와 관심의 대상이 돼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할 수 있길 기대한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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