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향평준화 비판은 진영논리…오히려 국제적 경쟁력 높일 수 있어”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ㆍ지역대학발전지원법 등 재정적ㆍ제도적 지원 필요”
“대학서열화 핵심인 사립대가 대학 연합체제에 포함돼야”
“관건은 지방 국립대 및 사립대 지원에 대한 반대 여론 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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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국회 제2세미나실에서 국립대 통합네트워크 및 공동학위제를 실현할 방안 놓고 토론회가 열렸다. (사진=이하은 기자)

[한국대학신문 이하은 기자] 대학서열화 타파 및 경쟁력 제고를 위한 방안으로 국립대 공동학위제 및 대학연합체제를 논의하기 위한 자리가 국회에서 열렸다. 대선공약임에도 진전이 없자, 현장 관계자 및 전문가들이 모여 국립대 통합네트워크 및 공동학위제의 필요성과 정당성 등 논의에 불을 붙였다. 

8일 ‘대학서열 해소 어떻게 하나’를 주제로 한 교육혁신 근본문제 해결 프로젝트 2회 연속 토론회가 국회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열렸다. 

이날 토론회는 이상민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교육을바꾸는새힘ㆍ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주최하고, 더불어민주당 과학기술특별위와 정보통신특별위가 주관, 교육희망네트워크ㆍ3.1서울민회ㆍ전국교직원노조ㆍ좋은교사운동이 후원했다. 

이상민 의원은 “대학서열화 해소, 국공립대 통합네트워크 구축 등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으나, 한 걸음도 내딛지 못하고 있다”며 “사회가 겪는 여러 고질병의 원인과 해결책은 교육으로 귀결된다”고 인식했다. 

그러면서 “교육혁신을 위해 나를 포함해 교육위 위원 등 국회가 힘을 모으겠다”며 “문 대통령이 공약을 지킬 수 있는 추진력을 얻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 대학서열화의 대안은 공동학위제…“하향평준화 아냐”= 김영석 경상대 교수는 ‘공동학위제를 통한 국립대 통합네트워크 실현 방안’에 대해 발제했다. 김 교수는 “한국의 대학체제는 노동시장에 ‘학벌’이라는 시그널 이외의 정보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며 국제적 수준으로 대학의 질을 끌어올리기 위한 대안으로 ‘국립대 공동학위제’를 제시했다. 

특히 국립대 공동학위제가 대학평준화 정책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국립대 통합 네트워크가 학벌을 완화하면서도 고등교육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노동시장에 신뢰를 줄 수 있는 학습 성과를 내는 것이 핵심”이라며 “학생이 어떤 국립대를 다녀도 일정한 학습 성과를 내면 노동시장에서 차별받지 않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다. 이로서 궁극적으로 대학서열화를 완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짚었다. 

김 교수는 현재 대학별로 이뤄지는 질관리가 학문 분야(교육 프로그램)별로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국립 학과들 간의 협업을 통해 전공 교육과정의 적절성 등 지표를 개발할 수 있다”며 “역량이 전공 교육과정에 충분히 포함해 가르치는지 평가하면 된다”고 말했다. 

물론 이를 위해 열악한 교수충원 문제 등 교육 여건이 개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학생 및 교원 현황을 비교하면 9개 거점 국립대의 전임교원확보율은 80.79%인데 비해 서울대는 117.88%를 기록했다. 재정 및 교육비에서 격차도 뚜렷했다. 거점국립대의 경우 △학생 1인당 교육비 지원 1501만원 △재정사업 수혜금액 1004억2281만원이다. 서울대는 각각 △4215만원 △4765억4785만원이었다.

김 교수는 학사 제도 역시 개선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볼로냐 프로세스의 경우 △교육인증제도 도입 △교육과정의 모듈화 △대학 간 학점교류 △핵심역량 도입 △표준화된 학위제도 등을 개편했다며 유럽의 사례를 제시했다. 

마지막으로 국립대 공동 학위제를 실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국립대 인증 학위를 수여 받는 학생의 졸업장에 특정 대학이 아닌 ‘한국대’ 학위가 명시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성적기준, 졸업논문, 자격증 등 역량을 평가해 자격 기준을 통과한 학생에게 인증 학위를 수여하게 된다”며 “SKY 등 서울 주요 대학 졸업생의 성과에 뒤지지 않는 수준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동입시에 있어서 입시개혁론을 경계했다. 김 교수는 “입시 개선 방향은 새로운 혼란을 추가하기보다는 학교교육의 충실화를 방해하지 않는 최소한의 선에서 진행하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말했다. 기존의 입시전형 자료를 점진적으로 개선하고 활용하는 방안에서 공동입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상진 전북대 교수(한국교육개발원장)는 “대학서열화는 교육정책이 아닌 사회 문제”라고 전제했다. 그는 “궁극적으로 공유성장형 대학연합체제를 지향하는 것”이라며 하향평준화라는 진영 논리에 맞서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는 국립대를 넘어서 사립대까지 연합해야 할 숙명적 상황”이라며 대학연합체제 구축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그는 “초연결사회에서 집단교육 경쟁력을 중시하게 된다”며 “대학 간 협력 패러다임과 집단경쟁력의 시대가 도래해 집단지성체제로 전환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또한 “한국은 자원이 부족하다”며 “대학연합체제는 자원 공유와 연계를 통해 공유성장체제로 국가발전의 대변혁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대학서열화의 고질적 문제는 노동시장에 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대학 연합체제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형 대학연합체제’에 대해서도 소개했다.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ㆍ지역대학발전지원법 제정 △유형별 국공립대 연합체제 구축 △공동학위제 및 국립-사립대 연합체제 구축 등 3단계에 나눠 기본 골격을 설명했다. 

최수진 교육부 국립대학정책과장은 “지난해 거점 국립대를 중심으로, 올해는 전체 국립대 간의 협력 네트워크를 지원하고 있다. 공동 교육과정 및 국립대학혁신센터 등 연합체제의 1단계에 해당하는 사업을 도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립대 지원을 더욱 확대해야 한다는 발언에 전적으로 동의한다”면서도 “다만, 대학이 자율적으로 공유ㆍ협력하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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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자들은 국립대 통합네트워크 및 공동학위제에 대한 제언을 내놓았다.(사진=이하은 기자)

■ 정부 지원에 반대여론 상당…각양각색 해법 제시= 정부 지원에 대한 반대 여론 등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김종영 경희대 교수는 대학통합네트워크의 전제조건으로 정당성 위기를 해결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학문적 역량이 저조한 대학에게 왜 국민 세금을 사용하느냐는 비판이 있을 수 있다”며 “다른 지방국립대와 사립대의 불만이 고조되는 상항에서 대학통합네트워크를 지원하는교육부와 정부는 정당성의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대적인 구조적ㆍ조직적ㆍ문화적 개혁이 필수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구조적 개혁의 핵심은 거점 국립대끼리 구조조정”이라며 “연구중심대학은 연구인력ㆍ연구자원ㆍ연구결과물의 집중화”라고 설명했다. 

김태훈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부위원장 역시 “공동학위ㆍ공동입시 연합체제에서 사립대의 참여가 필수”라면서도 “문제는 사립대 지원에 대한 여론이 호의적이지 않다”고 언급했다. 

그는 “국립대가 대부분 지방에 있고, 대학서열화 핵심이 상위 사립대가 차지하는 상황이기에 사립대를 연합체계에 참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러나 정부지원에 찬성하는 비율은 30% 정도다. 비판 여론을 해결하기 위해 재정지원 필요성을 알리는 동시에 사립대의 공공성과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고 제시했다. 

이재훈 3.1 서울민회 회원은 “카이스트 재학시절 한국정보통신대학(ICU)과 통합 당시 재학생의 반대가 상당했다”며 “부산대에서도 공동학위제를 발표하자 학생회에서 4000명 규모의 학생총회를 열어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고 전했다. 

이어 “정부나 대학 측이 일방적으로 정책을 추진한다면 엄청난 정치적 부담을 감내해야 할 것”이라며 “국민적으로 충분한 설득이나 토론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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