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곳 중 9곳이 소규모 강의 줄이고 총 11곳이 중·대형 강좌 늘려
성균관대, 대형 강의 206개↑ 최다 증가…건국대·서울대·연세대는 소규모 강의↑ 대규모는 ↓
강사처우 개선한다던 강사법으로 사라지는 강사들
학령인구 감소, 입학금 폐지, 강사법 시행 등에 대학 재정악화…‘콩나물 강의실’ 초래

강사공대위가 지난 1월 청와대 앞 분수에서 시간강사 대량해고를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한국대학신문DB)
강사공대위가 지난 1월 청와대 앞 분수에서 시간강사 대량해고를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한국대학신문DB)

[한국대학신문 이현진 기자] 대학 내 총 강좌수는 줄어들고 ‘콩나물시루’ 같은 중·대형 강의는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명 이상이 수업을 듣는 ‘초대형 강의’도 대부분에서 개설되면서 대학 교육의 질이 하락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강사법 시행을 앞두고 법이 되레 시간강사가 설 자리를 빼앗고 있다는 우려는 현실로 나타났다. 주요대학 대부분이 시간강사의 강의담당 비율을 대폭 축소하고 전임교원의 강의담당 비율을 늘렸다. 시간강사를 겸임·초빙으로 전환 계약하는 꼼수를 부리고 있다는 주장도 일부 대학에서는 실제로 이뤄지고 있었다. 본지가 국내 주요대학 14곳을 분석한 결과다.

시간강사들은 “강사법이 되레 강사들이 설 자리를 빼앗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지만 대학 본부는 “전임교원의 강의 비율이 높아지는 건 교육의 질이 향상되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고 항변한다.

■ 주요대학 14곳에서 총 503개 강좌 증발…고려대·성균관대 등 소규모 강의도 대폭 감축 = 대학정보 사이트 ‘대학알리미’에 공시된 자료를 토대로 조사한 결과 국내 주요대학 14곳이 지난해 총 강좌수 3만9012개에서 올해 3만8509개로 503개 강좌를 축소했다.

고려대는 지난해 1학기 1226개던 소규모 강의(20명 이하)를 948개로 줄이고 중규모(21명~50명) 강의도 1년 새 170개 감축했다. 대신 51명 이상이 모여 듣는 대규모 강의는 87개 늘렸다.

홍익대도 소규모 강의를 대폭 줄였다. 지난해 1007개였던 소규모 강좌는 올해 827개 강좌로 20%가량 줄인 반면 대규모 강좌는 1년 새 46개 늘려 354개를 개설했다.

인하대는 지난해(740개)보다 104개 강좌를 줄인 636개 소규모 강좌를 열었다. 대신 21명에서 50명이 모여 듣는 중규모 강좌를 지난해 1413개에서 올해 1503으로 90개 확대하고 51명 이상이 모여 듣는 강의는 지난해 473개 강좌에서 26개 강좌를 더해 499개 열었다.

올해 201명이 초과하는 초대형 강의가 생긴 주요 대학을 따져보니 연세대가 44개로 가장 많았다. 연세대는 지난해에도 초대형 강의 44개를 개설했다.

반면 건국대·서울대·연세대 등 세 곳은 소규모 강의를 전폭적으로 늘리고 대규모는 줄이는 움직임을 보였다.

소규모 강의가 대폭 줄어든 반면 대형 강의는 늘어난 탓에 교육의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형 강의는 교수가 학생들을 일일이 관리할 수 없어 교수의 일방적인 수업이 되는데다 학생들도 콩나물 강의실에서 수업을 듣다 보면 집중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국립대보다 사립대의 소규모 강좌비율 축소가 두드러진다. 국·공립대학은 지난해 1학기 소규모 강좌 비율 31.9%에서 올해 31.3%로 0.6%p 축소에 그친 반면 사립대는 지난해 39.8%에서 올해 37.2%로 2.6%p나 줄었다.

이 같은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는 대학 재정난 때문이다. 정부는 2009년 이후 10년째 대학 등록금을 동결했다. 2016~2018년 대학 입학 정원을 5만6000명 줄였다. 대학마다 등록금 수입이 수십억원 줄은 셈이다. 정부 대학 기본역량진단평가 하위 36% 대학은 2021년까지 추가로 정원의 10~35%씩 총 1만 명을 줄여야 한다.

학령인구가 줄고 입학금이 폐지되는 등 수익이 줄어드는 만큼 강좌와 교원을 늘리는 게 쉽지 않은 상황이란 게 대학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서울지역 한 대학 교수는 “교육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소규모 강의를 확대해 집중도를 높여야 하지만 10년 간 이어진 등록금 동결과 오는 2학기 강사법 시행을 앞두고 예산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학생들에게 양질의 교육을 제공할 수 있도록 대학의 자구적 노력을 넘어 정부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 강사법 시행 앞두고 대학들 강사 ‘축소’ 현실화…시간강사→겸임·초빙 대거 전환 조짐도 = 주요대학 14곳을 기준으로 시간강사가 담당하던 강의 비율은 지난해 24.39%에서 올해 21.11%로 3.28%p 하락했다. 대신 다른 교수들의 강의담당비율은 모두 늘었다.

정년이 보장된 전임교수의 강의담당비율은 지난해 59.29%에서 올해 59.76%으로 0.48%P 늘었다. 초빙교수와 겸임교수 등 기타 비전임교원이 강의를 맡은 비율도 지난해 16.34%에서 19.11%로 2.77%p 높아졌다.

시간강사 강의담당 비율을 가장 많이 줄인 대학은 연세대다. 연세대는 지난해 10개 중 4개 수업을 시간강사가 맡도록 했는데 올해는 10개 중 2개로 절반가량 줄였다.

반면 전임교수의 강의담당 비율은 지난해 55.5%에서 올해 60.1%로 4.6%p 높아졌다. 시간강사를 제외한 겸임·초빙교수 등 기타 비전임교원의 강의담당 비율도 지난해 6.6%에서 21.8%로 대폭 늘었다. 시간강사의 강의 담당 비중을 줄이는 대신 겸임·초빙교수 등의 강의를 늘리고 있다는 대학가의 우려가 지표로 확인된 것이다.

인하대는 지난해보다 시간강사 강의 비율은 3.1%p 줄이면서 전임교수의 강의 비율도 함께 줄였다. 인하대의 지난해 전임교수 강의담당 비율은 65.4%로 올해는 2%p 줄인 63.4%를 보였다. 반면 겸임교수와 초빙교수 등 기타교수의 강의는 17.4%에서 22.3%로 되레 늘렸다.

강사법을 앞두고 시간강사를 겸임·초빙 교수로 대거 전환하는 꼼수를 부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하대 한 시간강사는 “대학 측에서 지난학기까지 강사를 대거 초빙교수로 전환하는 물밑작업을 벌였다”며 “초빙교수도 A~C급으로 나누고 A급에는 사회 명성 있는 인사들을, C급에는 시간강사들을 넣어 시급을 책정했다”고 주장했다. 이 강사는 “강사법이 유예되는 기간 동안 작업을 벌여오다가 지난해 통과될 것이라는 내용이 나오면서 전환하는 속도를 낸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전임교원이 강의를 맡는 비율은 올 1학기 59.29%로 지난해 59.76%보다 0.48%p 늘었다. 시간강사(1.5%p)와 기타 겸임·초빙교수(1.9%p)를 함께 줄인 건 고려대뿐이다.

시간강사들은 대학이 강사와 강의를 줄여 강사법을 무력화하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특히 이들은 대학평가지표에 ‘대규모 강좌’도 지표로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관계자는 “수도권 사립대들이 강사를 해고하기 위해 소규모 강좌를 줄이고, 대규모 강좌를 늘리고 있다”며 “강사법이 강사들 조건을 조금이라도 낫게 해줄 수 있는 최소한의 장치는 있을 거라고 생각해서 지지해 왔지만 되레 강사자리를 빼앗기고 있다”고 토로했다.

반면 전임교원 강의 비율 상승이 곧 교육여건 양질화를 나타낸다는 주장도 나온다. 한 대학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시간강사 등 비전임교원의 강의비율이 낮고 전임교원의 강의비율이 높을수록 대학이 더욱 양질의 교육을 제공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며 “시간강사가 전임교원보다 질적으로 부족하다고 할 순 없지만 불안정한 계약을 유지하고 있는 비전임교원보다 전임교수 강의비율이 많을수록 좋다”고 말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강좌수는 학생수 감소 등의 영향으로 최근 몇 년간 계속 줄어드는 추세였다”면서 “강좌수 감소의 원인을 강사법으로 단정 짓기 어렵다. 시간강사 해고 여부는 전체 교원수, 전임교원와 시간강사 비율 등이 8월 교육기본통계 조사 결과에서 나와야 확인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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