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은혜 부총리, 대학 자율 혁신 지원 성과 강조
대학가, 과거 정책 되풀이···간섭과 통제 강화 불만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1월 23일 더케이호텔에서 개최된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정기총회에 참석, 대학 총장들과 대화의 시간을 가졌다.(한국대학신문 DB)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1월 23일 더케이호텔에서 개최된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정기총회에 참석, 대학 총장들과 대화의 시간을 가졌다.(한국대학신문 DB)

[한국대학신문 정성민 기자] 문재인 정부가 10일 출범 2주년을 맞았다. 문재인 정부는 교육정책에서 성적이 좋지 않다. 한국갤럽 조사(전국 성인 약 1000명)에서 문재인 정부의 교육정책은 2017년 8월 기준 ‘잘하고 있다’ 35%, ‘잘못하고 있다’ 20%를 기록한 데 이어 올 5월 기준 ‘잘하고 있다’ 33%, ‘잘못하고 있다’ 35%를 기록했다. ‘잘하고 있다’ 응답 비율은 소폭 하락했다. 반면 ‘잘못하고 있다’ 응답 비율은 대폭 증가했다.

문재인 정부의 교육정책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이다. 특히 대학가는 문재인 정부의 교육정책에 “대학이 없다”며 낙제점을 주고 있다. 이에 교육부는 문재인 정부 출범 2주년을 기점으로 고등교육정책의 고삐를 당길 방침이다. 핵심은 학령인구 급감과 미래교육에 대비한 대학 혁신이다. 문재인 정부의 고등교육정책이 대학가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까? 본지는 문재인 정부 출범 2주년을 맞아 고등교육정책의 성과와 과제, 대학 혁신방향을 진단했다.

■ 대학 자율 혁신 지원 성과 강조···국립대 지원 확대, 사립대 혁신 드라이브 = 문재인 정부의 교육정책 기조는 ‘국가가 책임지는 교육, 미래를 준비하는 교육’이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7일 정부세종청사 4층 대회의실에서 “‘국가가 책임지는 교육, 미래를 준비하는 교육’ 정책 기조를 바탕으로 국민의 삶에 도움과 힘이 되는 정책 성과를 위해 노력했다”면서 문재인 정부의 2년 교육정책 10대 핵심성과를 발표했다. 유아교육 공공성 강화를 비롯해 △고교 무상교육 시행 △대학 학비 부담 경감 △온종일 돌봄 체계 구축 △안전한 교육환경 조성 △학교 공간 혁신 △고교학점제 기반 구축 △국가교육위원회 설립 추진 △대학 자율 혁신 지원 △평생학습 활성화가 바로 그것.

대학 자율 혁신 지원은 고등교육정책의 핵심 성과로 꼽혔다. 유은혜 부총리는 대학 자율 혁신 지원으로 대학재정지원사업 개편, 기업·연구소·창업자 대학 캠퍼스 입주 추진, 4차 산업혁명 혁신선도대학 선정, 학술 생태계 활성화 기반 조성을 제시했다. 유 부총리는 “고등교육의 원동력은 대학에서 나와야 하기 때문에 재정 지원을 통합, 일반재정지원으로 전환했다. 이를 통해 대학이 스스로 혁신할 수 있도록 추진하고 있다”며 “산학협력 활성화를 위해 캠퍼스 혁신파크를 조성하고 기존 4차 산업혁명 혁신선도대학을 10개교에서 20개교로 확대한다”고 밝혔다.

특히 대학재정지원사업 개편은 문재인 정부의 야심작이다. POINT 사업이 국립대학 육성사업으로, 목적성 사업(ACE+, CK , PRIME, CORE, WE-UP, SCK)이 일반재정지원사업(대학·전문대학 혁신지원사업)으로 개편된 것이 골자. 목적성 사업의 일반재정지원사업 변경은 대학의 자율 강화가 목적이다. 이는 박근혜 정부에서 대학재정지원사업이 ‘특정 대학 몰아주기’,‘대학 통제 수단’ 논란에 끊임없이 휘말렸기 때문이다. 따라서 문재인 정부는 대학재정지원사업 개편을 통해 차별화를 시도했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2년을 넘어 이제 3년 차에 접어들었다. 향후 고등교육정책의 키워드는 학령인구 급감과 미래교육 대비를 위한 대학 혁신이다. 구체적으로 교육부는 대학 혁신 지원 기조를 유지하면서, 국립대를 지역의 교육·연구·혁신거점으로 육성하기 위해 국립대 육성사업 예산 확대(2019년 1504억원 → 2020년 2000억원)를 추진한다. 또한 사립대 혁신 차원에서 △사학의 회계 투명성 제고(회계감리 대상 법인 확대 2017년 20개교 → 2022년 60개교, 회계감리 점검주기 단축 2017년 15년 → 2022년 5년) △법인 해산 시 비리 임원·설립자에게 잔여재산 귀속 제한 △사립대 총장 업무 추진비·예결산서 적립금 현황·이사회 회의록 공개 강화 등을 시행하고 고등교육 혁신방안을 포함, 종합대책을 수립·발표한다.

유 부총리는 “문재인 정부 3년 차부터 교육 신뢰 회복을 위해 사학혁신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겠다”면서 “인구 급감 위기 상황을 수년 내 대응해야 하는 현실이다. 범정부 부처 간 TF를 구성, 논의를 시작했고 교육부도 논의를 시작했다. 6월말까지 1차 방향과 대안을 부처별로 종합 발표할 예정이다. 다만 학제개편, 교사 양성과 수급 체계, 폐교대학 대책 등은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대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점에서 연말까지 (최종 대책을)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 적폐 정책 답습, 간섭과 통제 강화 = 교육부는 고등교육정책의 핵심성과로 대학 자율 혁신을 제시했다. 하지만 대학가는 ‘신뢰’보다 ‘불신’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에도 과거의 적폐 정책이 되풀이되고, 간섭과 통제가 되레 강화됐기 때문이다. 

대학가는 총장 단체, 교수 단체, 직원 단체, 학생 단체를 막론하고 대학구조개혁정책을 적폐 정책으로 꼽는다. 앞서 박근혜 정부는 2014년 대학구조개혁추진계획을 발표했다. 2023학년도까지 3주기로 나눠 대학 정원 16만명을 감축하는 것이 목표다. 1주기 대학구조개혁평가는 2015년 실시됐다. 교육부는 전체 대학을 A등급부터 E등급까지 구분, A등급을 제외하고 등급별로 정원 감축을 추진했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면서 교육부는 2주기 대학구조개혁평가를 대학기본역량진단으로 변경, 지난해 실시했다. 그러나 명칭만 변경됐다. 정원감축 기조는 동일하다. 대학가는 박근혜 정부가 정원감축을 골자로 대학구조개혁정책을 도입할 당시부터 반대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문재인 정부 출범으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는 대학구조개혁정책에서 박근혜 정부의 노선을 밟고 있다.

김동욱 전국대학노동조합 경기인천강원지역본부장은 “(대학구조개혁정책은) 지난 1, 2주기 평가를 진행하며 문제점이 확실히 드러났고 실효성도 없음이 알려졌다”며 “박근혜 정부가 대학 통제 수단이자 재정을 빌미로 대학을 길들이기 위해 시행한 대학구조개혁정책이 아직도 유효한 이유가 무엇인지 의문”이라고 따져 물었다.

대학가의 시선에서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자율보다 간섭과 통제가 강화됐다. 한국사립대학교수회연합회(이하 사교련)가 소속 회원 대학 교수회 회장 등을 대상으로 '현재 교육부 고등교육정책을 평가한다면 몇 점인가'에 대해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평균 51.4점을 기록했다. 점수대별 만족도는 △아주 만족 '90-100' △만족 '80-90' △보통 '70-80' △불만족 '60-70' △아주 불만족 '60 이하'다. 평균 51.4점은 아주 불만족에 해당된다. '대학의 자율성을 보장하지 않는다' '교육부에서 모든 대학들을 규제하고 있는지 도무지 이해 불가하다. 해외(미국) 대학에서는 존재하지도 않으며 있을 수도 없다' 등이 이유로 지적됐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면서 반값등록금에 입학금 폐지까지 겹쳤고, 대입 수시 확대 기조는 돌연 정시 확대로 급선회했다. 문제는 대학들이 준비할 시간조차 없이 순식간에 이뤄졌다. 심지어 교육부는 실태조사와 감사로 대학들을 압박하며 뜻을 관철시켰다. 사립대들은 재정난을 우려하며 입학금 폐지에 난색을 표했다. 교육부는 ‘사립대 입학금 실태 조사’ 결과 공개로 맞불을 놨다. 결과는 교육부의 완승. 그러나 교육부는 대학들이 재정난을 호소해도 뚜렷한 진단과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김용석 사교련 이사장은 “사립대는 재정적으로 열악해지고 있다. 사립대의 재정 악화 제1의 원인은 대책 없이 대학정책을 만드는 교육부와 정치권”이라면서 “단적인 예로 등록금 인상 불허다. 교육부와 정치권은 등록금 정책과 학생 등록금 문제를 언급조차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문재인 정부의 교육정책은 비전과 철학 부재가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하윤수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회장(전 부산교대 총장)은 “교육 현실과 이상 속에서 문재인 정부의 역량이 민낯을 드러냈다고 평가할 수 있다. 혁신 공약이 교육 현실과 부딪치며 파열음이 발생했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정책 결정장애를 그대로 노출시켰다”며 △잦은 교육정책 혼선 △갈등 사안 조정 능력 부족 △리더십 부재를 교육현장 혼란의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고등교육정책도 마찬가지다. 교육부는 문재인 정부의 ‘국가가 책임지는 교육, 미래를 준비하는 교육’ 정책 기조 아래 고등교육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국가가 책임지는 교육’ 차원에서 입학금 폐지가 추진됐다. ‘미래를 준비하는 교육’ 차원에서 대학 혁신 지원, 국립대 지원, 사립대 혁신이 추진된다. 그러나 입학금 폐지는 대학 재정난을 가중시켰다. 재정난을 해소하기 위한 대안은 없다. 대학 혁신 지원, 국립대 지원, 사립대 혁신과 함께 교육부가 제시한 대학의 미래교육 청사진이 없다. 대학의 미래교육을 언급할 때마다 교육부는 애리조나주립대와 미네르바스쿨을 모델로 제시한다. 하지만 각종 규제로 한국판 애리조나주립대와 미네르바스쿨 실현은 불가능하다.

하윤수 회장은 “등록금 인상 규제가 10년 이상 지속되고 있다. 입학금 폐지까지 추진됨으로써 많은 대학이 재정 압박과 신입생 유치의 이중고를 겪고 있다”면서 “등록금 인하, 대학구조개혁, 시간강사 지원 등 주요 정책들은 각각 당위성을 갖고 있다. 그러나 대학이 추진과 책임을 오롯이 짊어져야 하는 방식의 규제 일변도로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 교육부 vs 대학가 ‘입장차’···대학 혁신 공감대 중요 = 유 부총리는 문재인 정부 3년차 이후부터 학령인구 급감과 미래교육에 대비, 대학 혁신에 드라이브를 걸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대학 혁신을 두고 대학가와 유 부총리의 입장차가 뚜렷하다.

대학가는 혁신을 위해 자율과 재정 지원 확대, 규제 개선을 주문하고 있다. 김인철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 회장은 “10년 이상 계속되고 있는 등록금 동결, 입학금의 단계적 폐지로 인한 수입 감소로 대학들은 재정적 어려움에 처해 있다. 이는 교육환경과 연구여건 악화로 이어져 대학의 국제 경쟁력이 점차 떨어지는 원인이 되고 있다”며 “각종 규제 개선을 통해 대학 운영상 자율성이 담보될 때 비로소 혁신적이고 선진화된 대학교육 모델이 한국에서도 탄생할 수 있다. 또한 혁신교육 시스템 구축의 출발선은 대학 재정”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유 부총리는 재정 지원을 위해 대학의 자기혁신을 우선 강조했다. 유 부총리는 “통계를 보니 2021년도부터 대학 정원보다 학생 수가 4만명 가량 줄어든다. 대학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구조조정이 불가피하고 대학이 자기 혁신방안을 스스로 만드는 게 필요하다”면서 “대학이 지역 특화 산업·기업과 연계, 지역 인재를 양성하고 지역에 필요한 산업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 이런 것이 없는 상태에서 무조건 재정을 지원하면 국민적 합의도 어렵다고 본다”고 밝혔다.

향후 문재인 정부의 고등교육정책이 대학가의 신뢰를 기반으로 추진되기 위해 대학가와 교육부의 공감대가 필요하다. 핵심은 대학 혁신을 성공적으로 추진함으로써 학령인구 급감 시대와 미래교육을 선제적으로 준비하고, 나아가 대학이 국가와 사회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재정 지원과 자율 확대, 특성화 전략, 규제 개선은 필수다.

김헌영 한국대학교육협의회 회장은 “국공립대는 ‘기초학문 보호 육성’과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한 혁신네트워크 거점’으로서 공공성 강화와 사회적 책무에 중점을 둬야 한다. 사립대는 건학이념 특성화를 바탕으로 차별화된 전략을 통해 경쟁력 강화의 기틀을 마련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동시에 대학의 자기노력도 요구된다. 대학 스스로 부정과 비리 척결, 선진 거버넌스 구축, 회계 투명성 강화, 책무성 실현 등을 통해 사회적 신뢰를 얻어야 한다. 사회적 신뢰가 뒷받침되면 정부의 재정 지원에 가속도가 붙을 수 있다.

김헌영 회장은 “대학이 사회의 신뢰를 받고 있다면 학령인구 감소, 4차 산업혁명으로 대변되는 시대 변화, 반값등록금정책, 재정 감소, 규제 등 어려움들을 충분히 함께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며 “대학 본연의 기능을 존중하고 대학이 미래에 주도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창의성과 도전정신을 불어넣음으로써 고등교육의 질적 제고를 이룬다면, 대학에 대한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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