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학년 대입전형 시행계획 전형비율 발표 순서
최초 발표 이후 대학명 순 자료 재배포
교육부 해명, “요청 당시 순서에 따른 것” 해프닝 주장

교육부가 2021학년 대입전형 시행계획 발표 당시 '대학 서열'로 보이는 대학순서를 제시하며 논란을 자초했다. 대학서열이 교육정책의 발목을 붙잡는 부정적 요소라는 점을 볼 때 교육부가 '공식 서열'처럼 비춰지는 대학순서를 제시했다는 것은 긍정적 평가가 어려운 부분이다. (사진=한국대학신문DB)
교육부가 2021학년 대입전형 시행계획 발표 당시 '대학 서열'로 보이는 대학순서를 제시하며 논란을 자초했다. 대학서열이 교육정책의 발목을 붙잡는 부정적 요소라는 점을 볼 때 교육부가 '공식 서열'처럼 비춰지는 대학순서를 제시했다는 것은 긍정적 평가가 어려운 부분이다. (사진=한국대학신문DB)

[한국대학신문 박대호 기자] 교육부가 2021학년 대입전형 시행계획을 발표하면서 처음 공개한 서울권 주요대학 순서가 서울대·연세대·고려대 순으로 시작하는 일이 벌어졌다. 수험생들이 널리 쓰는 대학서열과 일치한 모습인 탓에 공식적인 대학서열을 내놓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교육부는 ‘단순 해프닝’이라는 입장이지만, 부주의든 실수든 논란을 자초했다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교육부의 공식서열은 서연고이서성한중경외시? = 지난달 30일 교육부는 매주 월요일 갖는 정례 브리핑 당시 서울권 주요 15개대학의 2020학년과 2021학년 전형유형별 모집현황을 공개했다. 2021학년 대입전형 시행계획이 5월 1일 발표되면 자연스레 공개될 내용이지만, 그보다 앞서 ‘선공개’를 시행한 것이다. 

이례적인 대학별 현황 공개는 교육계의 관심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발표된 2022학년 대입 개편안의 중심축인 ‘수능위주전형 정시모집 30% 이상 확대 방안’에 대해 교육계의 관심이 매우 컸기 때문이다. 대입전형 시행계획 발표 이전부터 개별 대학 입학관계자 인터뷰 등을 통해 대학별 2021학년 선발방침은 일부 공개됐고, 고려대가 학생부교과전형 확대에 나섰다는 사실까지 퍼지면서 대입전형 시행계획 관련 내용은 유례없는 관심을 받고 있는 상태였다. 이에 교육부 출입기자단이 교육부에 서울권 주요 15개 대학의 현황을 별도 공개할 것을 요청, 브리핑을 통해 선공개가 이뤄지게 됐다.

문제는 대학 순서였다. ‘대학서열’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살 수밖에 없는 순서였기 때문이다. 브리핑 당시 교육부가 발표한 전형유형별 모집현황의 순서는 서울대·연세대·고려대·이화여대·서강대·성균관대·한양대·중앙대·경희대·한국외대·서울시립대·건국대·동국대·홍익대·숙명여대 순이었다. ‘서연고서성한중경외시건동홍숙’이라는 순서가 제시된 것이다. 

이러한 순서는 공교롭게도 수험생 등이 인식하는 대학서열과 매우 유사하다. 통상 수험생 커뮤니티 등에서는 ‘서연고서성한중경외시건동홍’으로 이어지는 대학서열이 널리 퍼져 있다. 이화여대가 SKY로 묶이는 서울대·연세대·고려대 뒤에 배치돼 있고, 숙명여대가 건국대·동국대·홍익대 뒤에 있다는 점만 다르다. 대학서열에서 여대를 제외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생각하면 통상 쓰이는 서열을 교육부가 그대로 답습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교육부가 대학들의 순서를 저렇게 인식한다는 것은 결코 허투루 넘길 일이 아니다. 공고하게 굳어진 대학 서열이 우리나라 교육의 발목을 잡는다는 지적만 보더라도 그렇다. 대학서열로 인해 교육 관련 정책들이 취지를 달성하기 쉽지 않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이 때문에 국립대를 공동 운영하는 ‘국공립대 통합 네트워크’ 등 대학서열을 깨트릴 수 있는 방안들에 대한 논의가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대통령 공약에도 포함돼 있는 내용이다.

대학들은 교육부가 내놓은 이같은 ‘순서’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순서가 곧 서열을 반영한다는 인식이 팽배하기 때문이다. 특히 경쟁상대로 여기는 대학보다 뒤에 놓이는 경우 불만은 극에 달한다. 적극적인 항의로 이어지는 경우도 다반사다. 

물론 단순 이름 순서를 놓고 갑론을박하는 것은 소모적인 행동이라는 것은 대학들도 잘 안다. 하지만 ‘학내 반응’ 등을 고려했을 때 이에 초연할 수 있는 것은 최상위 몇 개 대학 정도 외에는 없다고 봐야 한다. 특히 순서가 자주 뒤바뀌는 상위권 대학들은 이름 순서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대학 순서가 제시되는 시발점인 입시기관을 상대로 ‘로비’에 가까운 일들을 벌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러한 사실을 잘 알고 있는 교육부가 일종의 서열로 비춰질 수밖에 없는 대학 순서를 사용했다는 것은 비판의 여지가 크다고 봐야 한다. 

■교육부, 불러준 순서대로 적은 것…‘해프닝’ 해명 = 비판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는 일임에도 불구하고 이번 교육부의 ‘실수’는 수면 위로 떠오르지 않았다. 브리핑 당시 배포한 문서에서만 사용된 순서였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1일 온라인을 통해 자료를 배포하는 과정에서 대학 순서를 수정, 건국대부터 시작해 홍익대로 끝나는 대학 순서를 제시했다. 이는 한글 자음 순서에 따른 것으로 그간 교육부가 주로 활용해 오던 방식이다. 

교육부는 이번 일이 ‘해프닝’에 불과하다는 입장이다. 자료를 제작한 교육부 대입정책과 관계자는 “요청을 받을 때 불러준 대학 명칭대로 자료를 제작한 것일 뿐 특정한 의도가 담긴 것은 아니다. 교육부는 현재 공식적으로 ‘주요대학’이란 명칭조차 쓰지 않고 있다”고 해명했다. 

이틀 새 조속히 자료를 수정한 것은 ‘오해’를 고려했기 때문이라는 게 교육부의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최초 자료를 제작해 내놨는데, 오해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을 인지했다. 정식으로 자료를 배포할 때 순서를 다시 수정한 이유”라고 했다. 

교육부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대학가의 반응은 부정적이다. 대학들은 교육부가 ‘서열’과 유사한 대학순서를 제시한 것에 대해 암묵적인 생각이 암암리에 표출된 것이 아니냐는 반응을 보였다. 한 서울권 대학 입학팀장은 “교육부가 아무런 이유없이 대학 순서를 저렇게 발표했을리는 없다고 본다. 교육부가 인식하고 있는 대학들의 중요도 순서가 아닐까 싶다”고 했다. 

‘대안’들이 충분했다는 점은 아쉬움을 자아내는 부분이다. 한 대학 입학처장은 “‘서열 논란’을 회피할 방법은 많았다고 봐야 한다. 가장 무난한 방법은 자음 순서에 따라 대학을 배치하는 것이며, 특정전형 비율에 따라 대학을 배치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결국 해당 자료는 2021학년 주요대학들의 수능위주전형 비율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었다. 수능위주전형 비율이 높거나 낮은 순서대로 배치했으면 잡음조차 일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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