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재정지원사업 선정 여부 두고 희비 교차
근본적 재정 확충 통해 장기적 관점에서 경쟁력 키워야

[한국대학신문 정성민 기자] #1. 호서대는 사회맞춤형 산학협력 선도대학(LINC+) 육성사업에서 신규 선정에 성공, 2단계 진입 대학 명단에 합류했다. 이철성 호서대 총장과 호서대 구성원들은 축하 퍼포먼스를 진행하며 축제 분위기를 즐겼다.

#2. 지방 소재 A대학은 ‘2018년 대학기본역량진단’ 결과 역량강화대학에 선정, 정원감축 권고 대상에 올랐다. 이에 대학혁신지원사업 역량강화형 선정평가에 총력을 기울였다. 결과는 탈락. 재정 지원 없이 정원만 감축하면 재정 손실이 막대하다. A대학은 초상집 분위기에서 대안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대학들이 대학재정지원사업에 사활을 걸고 있다. 반값등록금정책으로 재정난이 가중되면서, 대학재정지원사업을 통해 돌파구를 찾고 있는 것. 대학재정지원사업 선정 여부를 두고 대학들의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으며, 대학재정지원사업 선정 여부가 총장의 역량 평가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러나 대학재정지원사업이 재정난 해소 수단에 그치면 부작용이 우려된다. 대학들이 대학재정지원사업을 통해 근본적·장기적으로 경쟁력을 향상시키기보다 대학재정지원사업 선정을 위한 단기 성과에 매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장학금 지급, 비교과 프로그램 개발·운영 등이 대표적이다. 대학들이 단기 성과 중심의 대학재정지원사업에 집착하지 않고, 장기적 관점에서 경쟁력을 키워갈 수 있도록 반값등록금정책 개선 등 재정 확충 방안이 요구된다.

■ 대학 희비 가른 LINC+ 사업, 대학혁신지원사업 = 4월과 5월, 대학들의 희비를 가른 대학재정지원사업 선정 결과가 연이어 발표됐다. 먼저 지난달 10일 LINC+ 사업 2단계 진입 대학이 최종 공개됐다. 강릉원주대, 대구가톨릭대, 동국대, 명지대, 부경대, 조선대, 창원대는 패자 부활에 성공했고 가천대, 대구한의대, 목포대, 세종대, 중앙대, 한국교통대, 호서대는 신규 진입했다. 반면 건양대, 고려대, 공주대, 금오공대, 남부대, 동신대, 인하대 등은 최종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LINC+ 사업 2단계 진입 대학 명단이 최종 확정되면서 탈락 대학과 선정 대학의 온도차는 뚜렷했다. 장명주 고려대 LINC+ 사무국 부장은 “탈락 이유를 아예 모르겠다. 1차 평가부터 무엇이 문제인지 정보가 없었다. (교육부가) 무엇이 문제인지, 몇 점을 받았는지 설명해야 수긍할 수 있는데 발표만 하고 일방적으로 끝났다”고 지적했다. 현승균 인하대 LINC+ 단장은 “평가 당시 분위기가 좋아 (선정)될 줄 알았는데 (탈락) 이유를 잘 모르겠다. 보통 다른 사업들은 평가 분위기가 결과로 이어지기 때문에 이번 결과는 당황스럽다”고 토로했다.

신규 선정 대학들은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황보택근 가천대 연구부총장은 “가천대는 2012년 4개 대학이 통합되면서 내부역량 강화에 힘을 쏟다보니 산학협력 분야가 비교적 약했다. 그러나 2년 전부터 본격적으로 기반을 다졌고 이번 사업을 기점으로 더욱 발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원용 중앙대 산학협력단장은 “LINC+ 사업 추진팀을 별도로 구성, 직접 운영했다. 추진팀을 기반으로 2년간 철저히 준비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달 2일 대학혁신지원사업 역량강화형 선정 평가 결과가 발표됐다. 대학혁신지원사업 역량강화형에는 ‘2018년 대학기본역량진단’ 결과 27개 역량강화대학들이 도전장을 던졌다. 선정 대학은 △덕성여대, 한경대(수도권) △가톨릭관동대, 연세대 원주(대구‧경북‧강원권) △건양대, 목원대, 유원대(충청권) △순천대, 우석대, 조선대(호남‧제주권) △동서대, 한국해양대(부산‧울산‧경남권) 등이다.

‘2018년 대학기본역량진단’ 결과 역량강화대학들은 정원감축 권고 대상이다. 따라서 대학혁신지원사업 역량강화형 선정평가 결과는 초미의 관심사였다. 재정 지원을 받으면서 정원을 감축하면 그래도 숨통이 트인다. 반면 재정 지원 없이 정원을 감축하면 피해가 막대하다. 지방 소재 A대학 관계자는 “앞으로 어떻게 난국을 헤쳐 나가야 할지 고민이 크다”고 말했다.

■ 단기 성과 집착, 근본적인 재정 확충 필요 = 교육부는 지난해 대학재정지원사업을 개편했다. POINT사업이 국립대학 육성사업으로 변경됐고 목적성 사업(ACE+, CK, PRIME, CORE, WE-UP)은 일반재정지원사업(대학혁신지원사업)으로 통합·개편됐다. LINC+ 사업과 BK21+ 사업은 기존과 동일하게 특수목적지원사업으로 시행된다.

대학재정지원사업만 개편됐을 뿐 대학들의 사정은 동일하다. 반값등록금정책이 10년 이상 이어지면서 재정난이 가중되고 있다. 입학금 폐지와 전형료 인하까지 겹쳤고 경제 성장 위축으로 기부금도 감소 추세다. 결국 대학들은 재정난 해소를 위해 대학재정지원사업에 사활을 걸고 있다.

문제는 대학들이 대학재정지원사업 신규 선정 평가와 연차 평가에 초점을 맞추면, 단기 성과에 집착할 수 있다. 나아가 단기 성과는 대학재정지원사업에 중도 탈락되면, 대부분 원점으로 돌아간다.

장학금이 대표적이다. 당초 대학들은 장학금 지급을 교비로 충당했다. 하지만 재정난 이후 대학재정지원사업비를 장학금에 투입하고 있다. 대학재정지원사업 수행 기간 동안 장학금 규모를 유지할 수 있다. 하지만 사업 중도 탈락 시 교비로 대체하지 못하면 장학금은 폐지될 수밖에 없다. 실제 서울 소재 B대학은 기존 CK(대학 특성화) 사업을 통해 특성화 사업 참여 학과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했다. 그러나 사업에 중도 탈락하면서 장학금을 폐지했다. B대학 관계자는 “CK 사업에 중도 탈락하면서 특성화 사업단 자체를 폐지했다”고 밝혔다.

비교과 프로그램도 마찬가지다. 비교과 프로그램은 정규 과정과 달리 개설과 운영이 자유롭다. 특강, 인턴십, 해외연수 등 종류가 다양하다. 이에 대학들은 대학재정지원사업에서 비교과 프로그램을 적극 활용한다. 장학금과 마찬가지로 비교과 프로그램도 사업 중도 탈락과 함께 언제든지 폐지될 수 있다.

사업 중도 탈락은 인력 구조조정에도 영향을 미친다. 장명주 고려대 LINC+ 사무국 부장은 “(정부) 지원이 끝나 더 이상 할 일이 없다. 직원들도 뽑아 놨는데 정리할 상황”이라고 토로한 바 있다. 남부대 관계자도 “LINC+ 사업을 담당했던 직원이 5명 있는데 사업 마치고 다 그만둘 수밖에 없다. 학생들의 교육과정 등은 지속적으로 진행할 계획이지만 교육부 지원을 받던 사업들은 진행하기 힘들지 않나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처럼 단기 성과 중심의 대학재정지원사업은 문제점과 한계점이 분명하다. 따라서 대학들이 재정난 돌파의 일환으로 대학재정지원사업에 급급하지 말고, 대학의 체질과 경쟁력을 근본적·장기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도록 반값등록금정책 개선 등 재정 확충 방안이 필요하다. 그래야 세금 낭비도 막을 수 있다. 김규태 교육부 고등교육정책실장은 “고등교육예산이 OECD 평균 수준에 달해야 한다. 단기간에 어려워도 5년을 목표로 고등교육예산을 꾸준히 확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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