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학신문 김의진 기자] “제가 얼마나 열린 사람인데요. 구성원 앞에서 마음 속을 지저분하게 숨기는 것은 딱 질색입니다.”    

13일 국제대학교를 방문했다. 지난 2월 제11대 국제대학교 총장으로 취임한 김방 총장을 만나기 위해서다. 국제대학교에서 전임교수 출신으로 총장이 된 첫 사례다. 그런데 이날 국제대학교에 엄격하고, 근엄하며, 진지한, 이른바 ‘포스’를 풍기는 총장은 없었다. 본지 인터뷰에서 마주한 김방 총장은 연신 반달 모양으로 눈웃음을 보이며 소탈한 성격을 드러냈다.

교육부의 대학 기본역량진단 평가에서 저조한 성적을 거둔 다른 대학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였다. 국제대학교를 이끄는 최고 어른이자, 이른바 ‘소방수’ 역할을 맡게 된 것이 분명해 보이는데도 김 총장의 모습에는 자신감이 가득했다. 그의 비책이 과연 무엇일까 궁금해질 정도였다.

개교 원년 멤버인 김 총장은 누구보다 국제대학교를 잘 아는 인물이다. 올해 22년 차 국제대학교에 몸담고 있는 그는 취업정보센터장, 교무처장, 학부장, 학술정보원장 등 다양한 보직을 맡으며 활약했다.

교무처장 경력에서의 인상이 강했던 탓일까, ‘원칙’만 내세우는 인물이 아닐까 의구심이 들었다. 하지만 인터뷰가 시작된 지, 단 몇 분 만에 이러한 생각은 기우였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교무처장 보직으로 인한 이미지가 굳어진 것에 대해 억울할 법도 하지만 김 총장은 호탕하게 웃어보였다. 이어 “나보다 더 국제대학교 구성원을 잘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며 “이를 바탕으로 앞으로 많이 소통할 것이다. 항상, 어디서나, 구성원 모두와 소통하고 싶다”고 거듭 강조했다.

- 전문대에서 교수 출신 총장이 나온 대학에 국제대학교도 포함되게 됐다. 전문대 사회에서 바람직한 방향으로 볼 수도 있다. 대학 구성원들의 기대도 클 것 같다.
“1997년 개교 멤버로서 정년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 총장으로 취임하게 됐다. 국제대학교에서만 22년 차다. 그동안 국제대학교가 잘 나갈 때도 있었고, 어려운 적도 있어 왔다. 대학이 잘 나갈 때에는 구성원의 단결력이나 총장의 리더십이 약하더라도 어려움이 덜 할 수 있다. 하지만 대학이 어려울 때에는 학교를 잘 아는 사람이 리더가 되고, 구성원과의 공감대 형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두려워하는 구성원들의 마음을 누구보다 빨리, 잘 어루만져야 하는 자리가 바로 총장이기 때문이다.”

- 학교법인에서도 강한 신뢰를 주고 있나.
“대학 운영에 있어 전적으로 나를 믿고 간다. 현재 국제대학교에 많은 변화가 있을 예정이다. 대학 교직원 등 구성원의 울분을 씻어주고, 마음을 얻어야 한다. 이러한 부분에 법인도 나를 전적으로 신뢰하고 있다. 맹자는 ‘한 사람의 백성은 천하와 맞먹는 가치를 지닌다’고 말씀하셨다. 구성원의 마음을 얻지 못하면 대학이 발전할 수 없다. 물론 지시하면 당장은 따르게 된다. 하지만 울분을 갖게 된다. 정해진 원칙을 지키며 구성원의 마음을 얻는 것에서부터 국제대학교의 변화가 시작될 것이다.”

- 하지만 혁신이라는 것은 어느 정도 구성원의 고통이 전제되기도 하지 않나.
“마음을 얻고 난 뒤에 혁신을 해도 늦지 않다고 생각한다. 마음을 얻지 못한 혁신은 언젠가는 반드시 반발이 일게 돼 있다.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제대로 가야 한다. 보통 대학 사정을 모르는 총장이 와서 저지르는 실수 가운데 하나가 ‘전시 행정’이다. 무언가 성과를 내려는데, 구성원은 잘 모르겠고, 그래서 ‘규정’ 등을 내세우며 다 뜯어 고치려 한다. 그러면 분명 부작용이 생기게 마련이다.”

- 그러한 부분에서 총장이 다른 인물들에 비해 강점을 보인다고 생각하는가.
“대학 구성원들이 나를 생각할 때, 지저분하지 않고 보편타당한 사람이라고 안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말 그대로 전원이 나를 좋아하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김방이라는 총장이 어떤 방향으로 대학을 이끌 것이라는 것을 공유하고 공감하게 할 수 있다. 안정감 있게 추진할 것이라는 것을 구성원들이 느끼고 있을 것이다. 대학 기본역량진단 평가 결과가 좋지 못하지만, 구성원들에게 괜찮다고 당당해지라고 주문하고 있다. 모든 책임은 총장이 질테니 소신껏 일하라고, 당당하고 떳떳하게 일하라고 매일 말해주고 있다.”

김방 국제대학교 총장
김방 국제대학교 총장

- 혁신은 어떻게 추진할 생각인가.
“전문대이기 때문에 첫째가 특성화다. 전문인을 양성하고, 취업을 잘 시켜야 한다. 이를 위해 수도권 채용공고를 리스트업하고, 우리 대학의 학과와 매칭을 시키는 작업을 하고 있다. 일반대 가운데서는 성균관대가 이렇게 하고 있는데, 우리도 맞춤형 취업 시스템을 구축하려 한다. 두 번째가 인성 교육 강화다. ‘인사 잘하는 대학’을 슬로건으로, 기업에 국제대학교만의 인상을 심어주려 한다. 세 번째는 교육행정 효율화다. 조직이 지금 방대한 측면이 있는데, 불필요한 조직은 줄이며 슬림화 하겠다. 작지만 강한 대학으로서 직제를 다듬어 직원 역량에 따라 재배치를 할 것이다.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구조로, 7월 중에는 기구를 정비해 효과를 낼 수 있도록 하겠다. 마지막은 학생의 성공적인 삶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 강화다. 외부의 저명인사를 초청해 옴니버스 형식의 특강을 진행하고 있다.”

- 인문학을 전공했다. 대학 운영에서 총장의 학문적 지혜를 녹일 수 있는 분야라면.
“모든 학문의 본질은 인문학에 있다고 본다. 미국의 마약 중독자들에게 인문학 특강을 들려줬더니 삶의 변화가 일어났다는 사례도 있다. 내가 왜 살아야 하는지, 어떻게 인생을 걸어가야 하는지가 인문학에 들어있는 것이다. 이것이 인성이고, 이를 중요하게 생각해야 한다는 점이 내 지론이다. 국제대학교 사회복지학과와 엔터테인먼트학부, 뷰티코디네이션학과, 아동보육학과 등 네 학과가 분기별로 장애시설을 방문해 봉사를 하고 있다. 이번에도 포천 나눔의 집을 방문했다. 지역주민과 함께하는 행사도 준비하고 있다. 2학기 대학 축제에는 지역 어르신을 초청해, 효잔치 형식으로 구성하려 한다. 국제대학교가 성장하려면 지역 속 섬처럼 고립되는 것이 아니라 더불어 가야 한다.”

- 앞서 언급한 것만 잘해도 경쟁력은 충분히 갖출 것으로 믿는다. 관건은 교육인데, 다만 아무리 교육을 잘 시켜도 대학 평가를 못 받으면 안 되는 것이 국내 대학의 현실이다. 이번 역량진단평가 결과가 좋지 않다. 결과에 대한 철저한 분석은 했는지.
“왜 안 됐는지 알고 있다. 교육부에서 요구하는 ‘지표’에 중점을 두지 않았다. 정량지표 점수가 낮다. 이에 맞춰 효율적으로 대응을 했어야 했는데 못한 측면이 크다. 이 부분은 깊이 반성하고 고쳐나가야 할 부분이다. 이번 2주기 평가에서 상대적으로 취약했던 배경이 ‘입시’ 부문이었다. 학과 구조조정으로 인해 정원이 큰 몇몇 학과가 생기면서 변수가 발생한 것이다. 입시 충원율을 지키지 못해서 재학생 충원율도 취약해지는 결과로 이어졌다. 산학 협력도 보완해야 한다. 전략 중심적으로 운영하며, 취약한 곳에 인적·물적 투입을 강화해 재정비하겠다.”

- 이렇게 말하고 보니 총장이 대학 출신이라 더욱 믿음이 간다. 꿈꾸는 하나가 돼, 신뢰하는 대학으로 탈바꿈시킬 자신이 있나.
“순탄치 않아 보이는 길이라도 ‘소통’으로 풀어나갈 수 있다. 매주 교수들을 만나고 있다. 정년에 가까운 원로 교수부터 차례대로 만나며 이야기를 듣고 있다. 그분들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그들에게 ‘개혁’이란 무엇인지를 듣고 있다. 동시에 나이가 젊은 교수 순으로도 똑같이 이야기를 차례차례 듣고 있다. 학기 동안 모두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학과도 직접 방문한다. 지적하려는 목적이 아니라, 개선을 해주기 위해서 다닌다. 학생 기숙사도 점검해서 환경을 크게 개선했다. 대학이 변화한다는 것은 큰 것도 봐야 하지만, 작은 것을 볼 줄 알아야 감동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부분에서 구성원을 위한 작은 부분에도 신경 쓰고 있다.”

- 그동안 국제대학교는 잠재력은 대단한 학교인데, 좀처럼 응집되지 못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런데 총장이라면 하나가 될 수도 있겠다.
“하나가 되고, 뭉치면 공감이 이뤄진다. 이렇게 해야만이 개혁과 혁신이 된다. 공감이 없는 개혁과 혁신은 ‘불편’이다. 그래서 내가 마음을 얻으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국제대학교는 이미 알고 있듯 아픈 역사가 있다. 재단이 여러 차례 바뀌었다. 그래서 그 전 재단들로 인해 구성원들의 신뢰가 높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구성원들에게 대학본부의 정책과 재단에 대한 신뢰 등에 확신을 심어줄 필요가 있다. 또 동시에 반대로 생각해보면, 우리 대학은 다른 학교가 100년간 겪을 것을 20년 동안 겪어봤다. 내성이라고 표현한다면 전국 어느 대학보다고 강하다. 대학은 금방 성과가 나는 곳이 아니기 때문에 힘이 들긴 할 것이다. 하지만 인위적으로 하려다 반발을 겪었던 역사들을 교훈 삼아 차근차근 하려 한다.”

[TIP]학생 편안, 주거안정은 학업 열중할 수 있는 길…LH공사와 협약

국제대학교는 지난 7일 한국토지주택(LH)공사와 업무협약을 맺었다.

이번 업무협약은 국제대학교 학생들의 주거안정과 주거복지 상생협력사업 추진을 위한 협약이다. 두 기관은 앞으로 학생들이 기숙사보다 적은 금액으로 부담 없이 지내며 학업에 정진할 수 있도록 학교 인근 임대 아파트를 지원할 예정이다.

협약식에는 김방 총장과 신상호 부총장, 장미혜 기획처장, 김종규 학생지원처장을 비롯해 장충모 한국토지주택공사 경기지역 본부장, 권대혁 주거복지사업처장 등 두 기관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협약식 뒤 관계자들은 국제대학교 학생들이 지내는 기숙사를 함께 둘러보며 실제 학생 의견을 들어보는 등 더 나은 주거 환경을 제공하기 위한 행사로 마무리했다.

김 총장은 “학생들이 편안하고 안락한 주거공간에서 생활하며 학업에 열중할 수 있도록 앞으로도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충모 본부장은 “두 기관의 협력을 통해 새로운 사회적 공헌의 기회가 되길 바란다”며 “지속적으로 지역 사회발전에 기여할 것”이라고 답했다.

김 빙 총장이 최용섭 본지 발행인(오른쪽)과 대담을 하고 있다.
김방 총장이 최용섭 본지 발행인(오른쪽)과 대담을 하고 있다.

■김방 총장은…
건국대 사학과를 졸업했다. 동 대학원에서 한국사를 전공해, 문학석사와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교육부 국사편찬위원회에서 몸담은 뒤, 지난 2001년 국제대학교 학술정보원장을 시작으로 취업정보센터 소장, 교무지원처장, 예술학부장, 어학연구소장 등을 역임했다. 지난 2월 12일 제11대 국제대학교 총장으로 취임했다.

<대담=최용섭 발행인 / 사진=한명섭 부국장 / 정리=김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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