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윤리' 대학 책무성 강화는 공감…또 다른 규제에 불만
'연구윤리' 대학 책무성 강화는 공감…또 다른 규제에 불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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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담기구 신설, 기관평가 지표추가는 곧 행정부담 “‘옥상옥’ 규제”
논문평가 양→질 ‘환영’…학술지 인지도나 평판도 기준은 “개선해야”
‘부실or정상’학회 구분 짓는 ‘스펙트럼’ 난제
R&D투자 연 20조…“국책연구 선정은 엄격하게 평가는 연구결과로 하는 해외사례 살펴야”

[한국대학신문 이현진 기자] 정부가 내놓은 ‘대학 연구윤리 개선방안’을 두고 대학가가 또 다른 규제를 맞이했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국책연구를 맡은 교수나 대학의 책무성이 강화돼야 한다는 데는 동감하지만 ‘전담기구 신설’ ‘대학평가 지표 반영’ 등은 대학에 추가적인 행정 부담을 안길 수 있다는 우려다. 국책연구 선정은 엄격하게 하되 평가는 비용 ‘씀씀이’보다는 철저히 ‘결과’를 두고 이뤄져야 한다 주장이 나온다.

교육부(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유은혜)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 유영민)가 13일 발표한 ‘대학 연구윤리 확립 및 연구관리 개선방안’에 따르면 연구비 상위 20개 대학 연구윤리 실태조사가 매년 실시된다. 기존 논문 수로 이뤄졌던 교원 업적평가는 대표 논문의 질적 평가로 전환된다. 대교협 기관평가인증 평가지표에 연구윤리·연구관리 항목이 추가된다.

이번 방안을 두고 대학가에서 가장 우려하는 바는 역시 ‘규제’다. 그간 사회 각계에서 규제를 타파하자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지만 대학의 ‘책무성’이 강조되는 부분에서 이뤄지는 일부 대안은 대학 입장에서 규제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특히 대교협 평가인증 지표 추가와 연구윤리 ‘전담기구’ 신설을 두고 규제 ‘옥상옥’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한국연구재단 내 대학 연구윤리 문제를 총괄하는 전문기관을 설치해 관리 역량을 강화하는 등 독립적 총괄 기관을 운영할 계획이다. 대학의 연구윤리 강화를 위한 전담기관 신설은 곧 대학들의 행정 부담으로 이어진다는 게 현장의 목소리다. 서울지역 여대 한 관계자는 “관리 전담기구가 생기면 관리 대상인 대학은 관련 보고서를 추가적으로 작성해야 하는 상황이 생길 것이고 이는 대학의 부담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연구비 상위 20개 대학 연구윤리 실태조사가 매년 실시되는 데 따른 부담감도 크다. 이번 방안에서 간접비 지급방식 등의 변화는 규제 완화 성격을 띠고 있지만 연구비 사용내역에 대한 감사는 더욱 촘촘히 이뤄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해외에 비하면 우리나라는 연구비 사용항목이나 사용처 제한 등이 이미 상당히 경직돼 있다는 게 대학 관계자 설명이다.

서울지역 대학 관계자는 “외국의 경우 연구과제 선정은 엄격하게 하지만 선정 이후에 사용에 대해서는 자율권을 교수에게 주는 편”이라며 “예를 들어 연구비 1000만원을 지원했을 때 1000만원의 사용처를 일일이 확인할 게 아니라 지원금 가치의 결과를 냈느냐에 초점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교원 업적평가를 대표논문을 중심으로 한 질적 평가로 전환하는 데는 긍정적인 반응이다. 그간 부실 학술 활동이 근절되지 않는 주요 원인으로 대학 내 교수 평가가 논문 편수 등 양적 성과 중심인 점이 꼽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표 논문 선정과 그 평가방식에 대해서는 우려가 제기된다. 논문을 실은 저널의 인지도나 논문 인용도 등을 기준으로 이뤄지는 방식이 근본적으로 개선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경기지역 대학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논문을 발표한 저널의 인지도(랭킹)나 논문 인용도 등에 평가 잣대를 두고 있지만 해외는 다르다”며 “단순히 콘퍼런스에 참가해 발표를 하더라도 학계에 주목을 받을 만한 신선한 결과를 냈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논문 게재료를 받고 엄정한 심사 없이 게재를 승인하며 ‘논문장사’ 의혹을 받고 있는 학술지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정부가 부실 학술지를 규정하고 단속하는 데도 여러 가지 어려움이 따른다. 한국연구재단 한 관계자는 “민간에서 운영하는 학술지의 부실 여부를 국가에서 판단해 규제하는 건 쉬운 게 아니다”라며 “학술지 등급을 매기는 KCI 제도에 대해서도 학계 자율성이 침해된다는 지적이 있고 ‘부실’의 기준과 정도에 따른 제재도 난관”이라고 밝혔다. 한 대학 관계자도 “정상적인 학회와 문제가 되는 학회를 나누기 어렵고 그 스펙트럼을 구분 짓는 데도 어려움이 따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국책연구 윤리 문제를 강화하는 데 있어서 대학의 책무성을 높이는 데는 공감하지만 연간 20조에 달하는 R&D 예산을 두고 회계적 문제에 초점을 둘 게 아니라 연구 결과로 평가할 수 있는 시스템을 정착시켜야 한다는 게 대학가 중론이다. 유신열 고려대 연구기획부장은 “우리나라는 연구비 결제 대부분이 전산화 시스템으로 국세청과 연결돼 있고 모든 연구비는 카드로 집행하는 등 해외에 비해 이미 회계적으로 완벽한 수준으로 구현돼 있다”면서 “이제는 연구비 사용에 대한 회계적 관점에 집중할 게 아니라 20조에 대한 연구 결과도나 수행력에 초점을 두고 연구자들을 독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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