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 호노카(ITO HONOKA) 국민대 한국어문학부 4학년

이토호노카(ITO HONOKA)
이토호노카(ITO HONOKA)

한국인 사이에서 일본에 대해 얘기할 때 ‘멀지만 가까운 나라’라고 표현하는 것을 종종 들었습니다. 일본은 한국과 지리적으로 매우 가깝지만 막상 한국에 와서 생활하다 보니 거리감이 들 때가 있었습니다. 여러 가지 다른 소비생활 습관이나 문화적 차이가 그 이유였습니다. 그중 하나가 바로 ‘카드 결제’입니다.

한국에서 소비자들은 마트나 편의점에서 물건을 구매할 때 신용카드나 스마트폰을 이용해 결제하는 모습이 너무 당연해 보였습니다. 일본과 비교했을 때 이러한 결제 방법은 그 빈도와 횟수 면에서 한국이 압도적으로 많다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한국에서도 현금을 쓰는 사람도 조금 있지만 제가 공부하는 대학교 매점이나 카페, 식당에서 보면 대부분 신용카드와 스마트폰으로 계산을 하더군요. 나이가 어릴수록 현금 쓰는 비율이 확 떨어진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습니다.    

상품 결제 시 놀랐던 게 또 하나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친구와 더치페이(Dutch pay·각자 부담)를 할 때 한 친구가 돈을 다 냈으면, 다른 친구들이 한꺼번에 돈을 낸 친구에게 카카오페이나 계좌이체 등을 이용해 돈을 송금하는 것입니다. 제가 생각하기엔 그냥 현금으로 바로 주면 복잡한 과정 없이 빨리 끝난다고 생각하는데 말입니다. 왜 한국 사람들은 이 같은 간편 결제 서비스를 통해 돈을 보내는지 참 궁금했습니다. 지금은 익숙해져 당연한 일이라고 여겨지지만 당시에는 이해하기 어려웠습니다. 제 경우에는 일본에서 친구와 더치페이를 할 때 항상 현금으로 돈을 주고받았습니다. 한국이 IT강국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됩니다. 

사실 신용카드나 모바일 결제를 이용하면 편리하면서 적립이나 할인이 되는 장점이 있습니다. 이러한 장점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일본 사람들은 왜 현금 결제를 선호하는 걸까요? 일본의 사회·문화적 환경 요인에서 이유를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선 일본 사람들은 개인정보 보안에 대한 불안감과 개인정보 유출에 민감해서입니다. 당연히 개인정보 유출 위험이 있는 카드 사용을 꺼릴 수밖에 없습니다. 다음 이유로 일본에서는 아직 카드를 사용하지 못하는 가게가 많아 카드 결제 자체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규모가 큰 체인점에서조차도 카드 결제가 안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카드결제가 확산되기 어려운 구조적 원인이 되고 있습니다. 또 하나는 부정 이용을 당할지 모른다는 염려를 가진 사람이 많기 때문입니다. 제 부모님이나 친구들을 보더라도 비록 카드가 있지만 쓰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1만 엔(한국 돈으로 환산하면 10만원) 이상의 쇼핑을 했을 때만 카드 결제를 한다고 얘기하더군요. 그 외에는 카드를 쓰지 않고 보충할 수 있는 현금을 가지고 다니는 비율이 높았습니다. 마지막으로 일본에서는 태풍과 지진 등 자연재해가 자주 발생하면서 비상시에 사용할 수 있는 현금을 많이 보유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 일본에서도 현금보다 카드를 사용하는 비율을 늘리려는 분위기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일본에서 한국과 같이 카드 결제나 모바일 결제가 보편화되는 날이 언제쯤 올 수 있을까요.     

※ 〈유학생 단상〉은 우리나라 대학에서 공부하고 있는 외국인 유학생들이 참여할 수 있는 칼럼입니다. 대학생활이나 한국생활에서 느낀 점, 유학 생활의 애환, 그밖에 나누고 싶은 이야기를 보내주세요. 보내주실 곳 opinion@unn.net  자세한 문의는 02- 2223-5030.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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