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규 /본지 전문위원, 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대 객원교수

어떻게 하면 훌륭한 학위 논문을 쓸 수 있을까? 논문 작성은 학위 획득을 위한 마무리 과정이자 필수 조건이다. 근년에 이르러 대학원 학생수가 급격히 증가하여 국내외에서 한 해에 박사학위를 취득하는 사람이 무려 만여 명에 다다르고 있다. 약 이십 년에 가까운 학업을 마무리 하면서 누구나 유종의 미를 거두기 위해 기념비적인 훌륭한 논문을 쓰고 싶어 한다. 그러나 논문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완성에 이르기까지 여러 가지 제약과 조건으로 인해 저자의 의도대로 잘 진행이 되지 않거나 마음에 차지 않아도 미흡한 상태로 마감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게 마련이다. 그러면 훌륭한 학위 논문이란 대체 어떤 것이며 탁월한 논문을 쓰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 아쉽게도 대체로 대다수의 논문들이 난해한 주제나 통찰력이 부족한 내용으로 인하여 그 동안의 학업에 대한 노력과 비용에 비해 가독성(可讀性)을 현저히 떨어뜨리거나 구독성(購讀性)을 거의 상실하고 있다. 이러한 저조한 가독성과 구독성은 통념적인 최종 학위에 대한 인지도와 가치성에 비추어 볼 때 측은한 생각이 들 정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각 학문 분야의 특성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지만, 대다수의 학위 논문들이 위의 두 가지 특성을 갖추기 위해서는 극히 일부 전문가만이 이해할 수 있는 전문영역의 난해한 어휘나 내용이 주류를 이루는 편협성을 떠나 일반인과 함께 지식을 공유하고자 하는 보편성이 수반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논문 저자의 학문적 역량과 일반인의 관심사 그리고 진리 탐구를 위한 열정과 통찰력이 논문 전반에 나타나야 한다. 훌륭한 논문이란 이런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체현된 것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학위 논문들은 정해진 틀에 따라 작성되어야 하며 일점일획이라도 그 정형에서 벗어나면 학위 논문으로서의 자격과 가치성을 상실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학위 논문에서 가장 중요시되어야 할 것은 논문 저자의 통찰력이다. 논문 작성에 있어서 통찰력이란 ‘논문 주제의 참된 본질을 식별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그것은 폭 넓은 경험과 깊은 사유에서 출현된다. 이런 통찰력이 논문 주제와 연관성을 맺고 연구문제가 논의되고 분석될 때 훌륭한 논문이 산출될 수 있다. 따라서 통찰력이 살아 숨쉬지 않는 학위 논문은 이미 출중한 논문이 아니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반적으로 학위 논문을 쓰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문제와 절차를 생각할 수 있다. 논문의 제목은 무엇을 선정할 것이며 지도교수는 누구를 선택할 것인가? 논문심사위원은 어떤 분야에서 누구를 선임할 것인가? 어떤 논문작성법과 연구방법을 이용할 것이며 어떤 절차로 진행할 것인가? 논문의 주제와 문제에 관련된 아이디어와 데이터는 어떻게 일깨우고 군집하며 조직할 것인가? 이를 위해서 얼마나 많은 시간과 비용을 투입해야 할 것인가? 초고의 가필 정정은 누구와 어떻게 할 것인가? 최종 논문심사를 위한 구두시험은 어떻게 준비해야 할 것인가? 이러한 일련의 학위 논문 완성 절차에서도 논문의 특성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주제와 연구문제의 선정이다. 주제는 논문 저자가 흥미를 가지면서도 가장 깊은 지식과 많은 경험을 갖고 있는 분야에서 택해야 한다. 연구문제는 논문 저자 자신의 인생 경험과 통찰력으로 전문성을 뒷받침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이러한 조건이 선행되었을 때 비로소 논문은 생명력을 지님과 동시에 가독력을 갖출 수 있다. 생명력과 가독력을 지닌 논문이야말로 진정으로 훌륭한 학위 논문이라고 말할 수 있다. 간혹 가독력은 없어도 생명력이 있는 논문은 우수한 논문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 그러나 생명력과 가독력 양자를 모두 갖춘 논문이야말로 진실로 빼어난 학술 논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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