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대학 공동체로 위기를 극복하는 법
[시론] 대학 공동체로 위기를 극복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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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상훈 성균관대 학생처장, 학생성공센터장
배상훈 성균관대 학생처장, 학생성공센터장
배상훈 성균관대 학생처장, 학생성공센터장

비록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거의 모든 대학이 위기를 실감하고 있다. 앞으로 몇 년이 대학의 운명을 결정지을 중요한 시기라는 것도 공감하는 분위기다. 그런데 새로운 환경 변화와 위기에 대응하는 모습에 있어서는 대학마다 차이가 있다.

먼저 서서히 좌초할 가능성이 큰 대학들이 있다. 우선 이들은 위기라는 말을 반복하면서 구성원들을 다그치지만, 정작 자신이 당면한 ‘위기의 본질’이 무엇인지는 제대로 알지 못한다. 구성원들에게 희생과 헌신을 요구하지만, 정작 대학이 나아갈 방향과 각자 맡아야 할 일에 대해서 체계적인 대답을 하지 못한다. 설상가상 이런 저런 이유를 대면서 변화를 거부하거나, 새로운 시도를 회피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변화와 혁신을 도모하는 사람들은 집단적 무력감에 빠지고, 조직을 지탱하는 신뢰 수준은 급격히 낮아진다. 솔선수범은 커녕 대접 받기만 원하는 선배들이 많고, 만만한 후배들만 차출돼서 일하는 풍토는 견고해질 뿐이다. 본부 보직자들이 매일같이 모여서 티타임과 회의를 반복하지만, 즉흥적인 아이디어만 난무할 뿐 전략적 의사결정과 정책 우선순위는 없다. 이는 구성원의 마음과 행동을 하나로 모으는 지향점이 없기 때문이고, 실질적인 변화를 가져오는 액션도 기대하기 어렵다.

반면 당면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하면서 지속가능 발전의 길로 나아가는 대학이 있다. 이런 대학들이 가진 가장 큰 특징은 집단적 성찰 역량이 있다는 것이다. 조직 차원에서 당면한 문제가 무엇인지 정확히 알고 있다. 학생을 외면했던 대학 경영, 교육자로서 윤리와 책무를 망각한 교수사회, 새로운 사회적 요구를 반영하지 못하는 교육과정과 낡은 교수법, 지역사회와 유리된 갈라파고스 캠퍼스, 대학 공동체의 발전보다 내 조직에 유리한지를 먼저 따지는 행정 관행이 있었는지를 냉철히 반성하고, 대안을 모색한다. 대학 문화도 사뭇 다르다. 높은 분의 지시보다 객관적인 데이터와 증거로 뒷받침되는 의사결정이 존중된다. 자신의 운명은 스스로 개척하겠다는 집단 의지가 충만하고, 긍정과 희망(optimism)의 기운이 구성원들에게 퍼져있다. 외부 컨설팅에 맡기기보다 구성원들이 모여서 중장기 대학발전 계획을 만든다. 여기에는 대학이 나아갈 방향, 변화의 로드맵이 구체적으로 담긴다. 총장은 대학이 추구하려는 가치를 각종 연설, 인터뷰, 구성원 면담을 통해 일관되게 강조한다. 그러는 사이에 대학의 비전과 목표는 구성원의 입에 자연스럽게 오르내리고, 보직자들은 이를 제도와 프로그램으로 실현하려고 노력한다.

우리는 위와 같은 대학의 모습을 ‘공동체형 조직’이라 부른다. 공동체란 구성원들이 조직이 추구하는 가치와 목표를 공유하면서, 서로 의지하고 하나로 뭉쳐진 유기적 결합체를 말한다. 공동체 조직에서는 나의 성장과 조직의 발전이 동일시되고, 나보다 우리가 앞선다. 구성원들은 가치를 중심으로 뭉치고, 끈끈한 동지애(collegiality)를 발휘한다. 공동체형 조직일수록, 구성원의 다양성과 자율성이 존중됨은 물론이다. 결국 시간이 걸리더라도 대학 공동체를 만드는 것이야말로 위기를 극복하고 지속가능 발전을 도모하는 지름길이 될 것이다.

그렇다면 대학 공동체는 어떻게 만들 것인가.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구성원의 마음과 행동을 하나로 묶어주고 조직의 공동체성을 지탱해줄 가치와 지향점을 찾아서 공유하는 것이다. 이는 구성원들이 생각하는 대학의 존재 이유와 가치를 밝히는 것부터 시작할 수 있다. 여기에는 대학이 처한 상황, 대학이 가진 역량, 대학 문화와 구성원들의 특징을 실증적으로 냉철하게 분석하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 구성원의 마음을 헤아리면서 이러한 일련의 활동들을 체계적으로 해내는 것이 바로 총장의 비전과 리더십이다. 여러분의 대학은 어느 쪽인가.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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