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한정 전북대 약학대학유치추진단장(의과대학 약리학교실 교수)

채한정 전북대 교수
채한정 전북대 교수

2011년에 있었던, 6년제 약학대학으로의 교육체제 개편과 15개의 약대 신설은 매우 변혁적인 사건이었다. 그동안 유지되던 4년제 약사양성 교육체계가 제약과 임상이라는 두 분야의 전문성에 한계를 보였고, 더 이상 4차 산업혁명과 선진적 보건의료체제의 시대적 요구에 부합하지 못한 까닭이다. 기존의 전통적인 화학과 생물, 약화학을 위주로 하는 교육체제로서는 시대의 변화에 부응할 수 없다는 자각이 있었다. 하지만 자연대학을 위시한 타 학부(과)에서 2년을 수학한 학생의 약대진학 열풍으로 기초과학 분야의 정상교육 마비라는 부작용을 낳았다. 따라서 2022년부터는 고교 졸업 후 바로 진학하는, 이른바 통 6년제로서의 전환이 예정되어 있다. 결국 약학교육 체제개편은 제약과 임상을 전문 직업으로 하는 약사상의 정립을 선언한 것이며, 금년 4월에 선정된 약학대학은 이러한 요구에 부응하는 새로운 약학교육 모델을 염두에 둔 것이다. 

이번 지역 약학대학 신설 지정의 특징은 지역거점 국립대학 두 곳이 선정되었다는 데 있다.  지역거점 국립대학은 지역을 선도하며 지역과 운명을 같이 하는 태생의 공공적 특성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수도권에 편중된 산업수요와 일자리, 양질의 보건의료 시스템을 지역으로 확산하고자 하는 정부방향과 일치한다. 한편, 약학대학은 산업과 보건의 두 가지 영역에 걸쳐 있다. 조선 및 반도체 등 국가 기반산업에 이어, 생명공학의 발전에 따른 신약창출 초입에 서있는 상황에서 제약산업은 국익을 선도할 기반산업으로 기대되고 있다. 수도권 편중으로 싱가포르나 홍콩 같은 도시국가가 대한민국의 미래모습이 돼서는 안 된다는 절박함이 지역약대 확충신설 필요로 이어진 것이다. 

현재 지역의 국립병원을 포함한 보건의료기관에서는 약사 부족으로 약물치료서비스 영역은 포기하고 매우 기본적인 업무에만 약사를 간신히 배치하고 있는 실정이다. 공공약무를 대표하는 의료원과 보건소는 더 열악한 상황으로 결국 지역과 수도권의 의료서비스 격차로 이어졌다. 지역 국립약대는 이러한 공공 약무에 약사가 진출하여 공익수요에 부응하는 책무성을 상대적으로 더욱 부여받고 있는 셈이다. 문재인 정부는 ‘혁신과 지역균형개발’을 국가 어젠다로 제시하고 있다. 2011년 대규모 정원증원에도 불구하고 다시 추가적으로 지역약대를 선정한 것은 ‘혁신적 교육과정 및 운영’에 대한 미래 약사배출의 기대와 소명을 부가한 것이다.

거점국립대학의 약대는 국가기반 산업화로 가고 있는 제약산업과 지역병원을 비롯한 공공약무를 담당함으로써 지역경제 활성화와 보건의료 질 향상이라는 두 가지 시대적 요구사항을 담아야 한다. 이에 부응하는 노력의 일환으로 전북대의 지역의료원과의 협약을 들 수 있다. 군산·남원·진안의료원과의 업무협약을 통해 진로정착장학금 및 실무실습체결을 함으로써 지역공공약무에 약학도의 관심과 역할을 돌릴 예정이다. 지역약대는 그 지역의 보건의료시스템과 같이 가야 하며, 이에 적극적 역할을 함으로써 보건의료의 질 향상에 기여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더불어 지역거점국립대학의 다양한 인프라를 활용하여 신약개발 초기단계에서부터 임상 및 제약의 시장성까지 이해의 영역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제약리더를 배출해야 한다. 제약 산업을 스스로 창출할 수 있는 기업가정신이 왕성한 약사를 배출하여야 시대가 열어준 사명을 달성하는 것이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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