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CN PS 2019] “대학의 ‘자율성ㆍ다양성ㆍ개방성’이 보장될 때 교육혁신 가능”
[UCN PS 2019] “대학의 ‘자율성ㆍ다양성ㆍ개방성’이 보장될 때 교육혁신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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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지던트 서밋 5차 콘퍼런스 자유토론

[한국대학신문 김준환·박대호·이현진·이하은 기자] 미래교육의 모습을 예측하고, 대응책을 모색하기 위해 ‘UCN 프레지던트 서밋 2019’ 5차 콘퍼런스가 5월 30일 오후 4시 서울 장충동 서울클럽 한라산홀에서 열렸다. 4차산업혁명 시대를 맞이하는 현재, 대학들은 혁신의 ‘골든타임’을 지나고 있다. 학습법부터 학생지도, 전공과 교양과목의 혁신, 온라인 강의 활용 등 혁신교육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문제는 혁신을 발목 잡는 교육규제다. 대학은 급변하는 시대에 발맞춰 변화를 꾀하지만, 규제에 꽉 막혀 운신의 폭이 크지 않다는 것이다. 학생 선발부터 학사제도, 현장학습, 재정, 평가까지 대학 운영 전반에 걸쳐 규제받고 있다. 이날 콘퍼런스에 참석한 대학 총장들은 대학을 규제의 대상이 아닌, 자율성을 인정하고 지원의 대상으로 봐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왼쪽부터 김성익 삼육대 총장, 이주연 아주대 교수, 박맹수 원광대 총장, 이원묵 건양대 총장
왼쪽부터 김성익 삼육대 총장, 이주연 아주대 교수, 박맹수 원광대 총장, 이원묵 건양대 총장

■ 김성익 총장 “등록금 동결 10년간 대학재정 30% 줄어든 셈…규제도 대학개혁 막아” = “대학 관련 규제 개혁 요구에 지자체나 교육부는 대학에만 특혜를 줄 수 없다는 반응이다. 특정 계층에 이익이 된다는 신념의 함정에 빠져있다. 대학은 공공재로서 국민 전체의 미래를 결정하는 중요한 곳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우리나라가 R&D 투자는 세계적으로 최상위권임에도 투자 대비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은 규제 때문이다. 간접비 비율을 전향적으로 늘려가야 한다. 10여 년째 이어지는 등록금 동결도 대학에 큰 어려움 중 하나다. 2010년부터 물가 상승률의 1.5배로 계산해 보니 2010년을 100으로 봤을 때 2018년에는 130을 상회한다. 언론이나 타 기관에서는 단순히 1.5배를 더하지만, 복리식으로 계산해보면 이와 다르게 130%가 넘어가게 된다. 대학재정의 30% 이상이 계속 투입되지 못해 왔다는 결론이다. 경쟁력 강화에 방해 요소가 됐다. 대학에 여러 가지 교육 개혁 아이디어가 있어도 재정 부족으로 시행하지 못하는 상황도 벌어지는 이유다. 올해 대학혁신지원사업 비용이 등록금 수입 대비 7% 이하다. 현실적으로 30% 이상 늘려야 하는 재정을 7%밖에 보조받지 못하는 셈이다.”

■ 이주연 아주대 교수 “대학의 ‘자율성ㆍ다양성ㆍ개방성’ 인정하는 규제 샌드박스 필요” = “세계혁신대학의 공통점은 대학의 ‘자율성ㆍ다양성ㆍ개방성’이다. 규제 샌드박스를 설계할 때 앞서 언급한 세 가지를 저해하지 않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교육혁신관계 △연구개발 관계 △산학협력 등 세 가지 측면에서 무엇을 어떻게 고쳐야 할지 많이 고민해야 한다. 오늘 본 기사에 온라인 강의가 활성화돼 노량진 고시학원의 강사들이 설 곳이 없다는 내용이 실렸다. 대학도  ‘자율성ㆍ다양성ㆍ개방성’에 기반해 준비해야 할 때다.”

■ 박맹수 원광대 총장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는 도덕성·인성 교육은 무엇인가” = “우리 대학은 종교를 기반으로 설립된 대학이라 인성이나 도덕성, 타인에 대한 배려 등의 가치를 소중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총장 취임 이후 6개월 이상 지났어도 수많은 이해관계가 있고 충돌과 갈등이 있었다. 67개 학과에 2만여 명의 재학생이 있어 이해관계 간의 충돌과 갈등이 상존한다. 이런 가운데 혁신이라는 키워드를 공유해 나가야 하는데 구성원 중 1차 혁명시대의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도 있다. 젊은 교수들은 앞서가고 있어 나이 든 교수들과 서로 충돌하기도 한다. 의식의 격차, 이해관계의 충돌 등에서 인간에 대한 배려를 어떻게 조화롭게 할지 고민이 있다. 안성진 한국과학창의재단 이사장 발표 내용을 보면 500대 기업이 인재를 채용하는 데 있어 도덕성과 인성을 첫 기준으로 두는데, 대학은 이를 어떻게 구현할지 어려운 문제다. 낡은 시대의 도덕성을 얘기하는 게 아닐 텐데,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는 도덕성과 인성을 학생들에게 어떻게 체화할지 힘든 과제다. 정홍섭 동명대 총장 발표에서 동명대는 혁신을 어느 정도 해나가고 있고 성공적인 단계로 진입한 것 같다. 이해관계에서 나오는 갈등과 충돌을 어떻게 조절하고 타협시켰는지, 타산지석이 될 만한 리더십이 무엇인지도 궁금하다.”

■ 이원묵 건양대 총장 “대학교수들도 ‘디지털 리터러시 역량’ 높이는 교육 실시해야” = “2015년 미국 루이지애나대에 가서 연구년을 보냈다. 자매대학 총장이 초청해 1년 동안 학교 행정에 대해 많이 볼 수 있는 시간을 가졌다. 주립대라 주정부 예산을 굉장히 많이 받는 편이었다. 그런데 1년에 한 번 회계감사를 받는데 딱 2시간 만에 끝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부럽기까지 했다. 이면을 들여다보니 회계감사 제도가 아주 단순하게 돼 있었다. 모든 예산이 그래프화 돼 있어 대학에서 편리하고 자율적으로 쓸 수 있도록, 대학 특성에 맞게 돼 있었다. 그만큼 자율성이 보장돼 있다는 얘기다. 미국의 회계제도와 예산지원 시스템은 우리가 본받을 만한 부분이다. 비록 연구를 열심히 하는 교수이지만 회계감사에 걸리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는 게 우리나라 상황이다. 전향적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교육개혁에 대해 얘기하면서 ‘4차 산업혁명’을 가장 많이 언급하는 나라가 아마 우리나라일 것이다. 하지만 오히려 대학경쟁력이 49위에서 54위로 떨어졌는데 이유가 뭘까. 대학의 다양성이나 개방성이 국제적 기준에 비춰봤을 때 뒤처진다. 지금 교육혁신이 가장 안 되는 이유 중 하나가 교수들의 디지털 리터러시 역량이 굉장히 떨어져서다. 정부는 대학생들을 위해 디지털 리터러시 역량 제고와 관련된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어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교수들의 혁신을 위해서는 투자를 안 한다. 지금과 같이 급변하는 패러다임에서 교수들이 어떻게 따라가겠나. 교수들에 대한 혁신적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런 게 바로 ‘병목현상(bottle neck)’이라고 생각한다.”    

신은주 평택대 총장, 김상호 대구대 총장, 어진우 단국대 부총장, 정홍섭 동명대 총장
신은주 평택대 총장, 김상호 대구대 총장, 어진우 단국대 부총장, 정홍섭 동명대 총장

■ 신은주 평택대 총장 “좋은 결과에 안주하지 않고 큰 혁신 이룬 점 본받고 싶다” = “평택대는 기존 자율개선대학에서 최근 역량강화대학이 되면서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잘할 때는 안주하고 상황을 그대로 유지하려는 타성이 생길 수 있는데 정홍섭 총장은 동명대가 대학재정지원사업에서 좋은 결과를 받았음에도 경각심을 느끼고 큰 혁신을 이루는데 놀라웠다. 대단한 리더십을 발휘하신 것 같다. 연구년에 산업체로 가서 R&D 경험하고 오셨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또한 학내 ‘멘토링 프로그램’은 보통 1~2년 저학년을 위주로 하는데 8단계까지 연결하는 차별화된 모델을 선보인 점도 본받을 만하다.”

■ 김상호 대구대 총장 “교육이 우선, 학과 중심의 발전 전략 세워야” = “우리 대학은 최근 재단 정상화를 맞이한 대학이다. 총장 선출은 물론 학장 선출도 직선제로 이뤄지는 민주적인 대학이기도 하다. 대학 발전은 학과 중심으로 이뤄져야 한다. 평화로울 때는 정부의 존재를 모르듯이 학과, 교수들도 총장의 존재를 모르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 우리가 자율화나 특성화를 얘기할 때 교육부에 요구하는 것들이 많다. 반대로 대학이 학과에 그러한 것들을 해주고 있는지 돌이켜 봐야 한다. 학과에서 특성화 등에 대해 의견을 내고, 총장은 이를 뒷받침해주면 족하다. 총장이 모든 것을 결정하는 대학은 성장할 수 없다. 대학교수로 30년간 있으면서 가장 좋아했던 말은 본립도생(本立道生)이다. 대학은 교육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 교육이 잘 되면 학령인구 감소 등의 문제들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편법을 쓰기보다는 본질에 충실하자는 얘기다. 혁신을 위한 조치들도 학과 교육을 하는 데 문제점이 생기지 않도록 하는 데 중점을 둬야 한다.”

■ 어진우 단국대 부총장 “평생교육, 재직자 교육 관련 특성화 모델 개발 필요”= “학령인구 감소 시대에 대학이 어떻게 살아남을지에 대한 고민이 있다. 대학들이 앞으로는 평생교육이나 재직자교육으로 눈길을 돌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 대학의 경우 ‘유니티(UNITY; University-Industry cooperated infinity)’라는 새로운 모델을 만들었다. 대학과 재직자교육, 산업체 등이 함께 무한히 발전해 나가는 모델이다. 이처럼 대학이 재직자교육이나 평생교육 관련해 대학 나름의 특성화된 모델을 개발해야 한다고 본다. 앞으로 학령인구가 감소하고, 대학의 재정이 점점 줄어드는 상황에서도 대학이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이다.”

■ 정홍섭 동명대 총장 “대학을 과거의 눈으로 보면 대한민국 경쟁력에도 악영향” = “대학에 자율성을 준다고 하지만 규제는 점점 심해지고 있다. 강사법도 규제다. 우리 대학은 교수가 부족해 교양과목에서 보충해야 한다. 그런데 교양과목은 신규교원 채용부터 교육과정개편까지 현실적으로 여러 규제가 있다. 이런 규제가 생기는 이유는 외부에서 대학을 기득권으로 보기 때문이다. 국가가 사립대를 지원하면 세금을 떼먹는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과거와 달리 현 사정이 많이 달라졌다. 대학 등록금 및 재정지원과 관련해 여론 확산 운동을 해야 한다. 급변하는 시대에 대학이 겪는 위기는 대학만의 문제가 아니고, 학문후속세대까지 영향을 미친다. 대학이 아무리 자체적으로 교육개혁을 하려고 해도 결국 재정이 부족해서 하지 못한다. 오히려 가만히 있는 것이 나을 정도다. 정부의 재정지원 사업을 따면 시설, 장학금 등 교육의 질이 높아진다. 정부에 대한 건의도 중요하지만, 국민상대로 설득하고 이해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대학을 과거의 눈으로 보다가는 대한민국 자체의 문제가 심각해질 수 있다. 근본이 철저한 원칙을 지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노조가 전혀 받아들일 수 없는 주장을 해 갈등을 겪었다. 당시 나는 ‘여러분을 이길 생각이 전혀 없다. 여러분은 왜 나를 이기려고 하느냐. 동명의 발전을 위해 주어진 일을 열심히 할 생각이다. 8개월쯤 지나자 이해하더라. 학내 여론이 바뀌고 문제가 해결됐다. 누가 이기고 지는 것이 아니라 상생구조를 만들었다. 이 사건을 돌파하면서 구성원들이 리더십을 갖추었다고 본 것 같다. 그래서 혁신을 이끌 수 있었던 것 같다. 리더십의 중심은 철저한 원칙과 도덕성을 따르는 데 있다. 교육혁신은 매우 중요하다. 교수들도 전공분야 외의 것을 배울 필요가 있다. 전공분야에 있어서 전문가지만, 가르치는 방법이나 평가하는 방법을 잘 모르기 때문이다. 학생들에게 코딩교육을 가르치는데 교수들에게도 가르칠 필요가 있다. 그래야 경영학이든 디자인학이든 융합을 시도할 수 있다. 우리 대학의 경우 교수 50%는 코딩교육을 받았다. 총장은 교수 교육에 있어서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한 번도 ‘위기’라는 단어를 듣지 않은 적이 없다. 구성원들이 위기감을 느낀 것이 큰 힘이 됐다. 또한, 처음부터 실사구시 하면서 실용학문에 주력한 것도 컸다. 역사가 짧고, 규모가 작은 것이 약점이 아니라 강점이다. 오히려 위기의식을 갖게 한다. 위기가 기회고, 기회가 위기다. ‘있을 때 잘하고, 잘 나갈 때 조심하자’가 내 슬로건이다. 제로에서 시작했기에 일이 잘된다는 것은 안 될 일이 많다는 것이고, 안 된다는 것은 잘 될 일이 많다고 생각한다.”  

■ 이인원 프레지던트 서밋 이사장 “정부는 대학을 규제가 아닌 지원해야” = “대국회 건의문에 교육 규제샌드박스를 꼭 넣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대학의 교육개혁은 불가능하다. 점점 더 규제가 많아지고 있는 낌새다. 총장들이 일률적으로 말하는 것이 한국의 대학들은 자율이 없다는 것이다. 지난번 한양대 개교 80주년 기념식에서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가 특별강연을 진행했다. 올해 100세를 맞이했는데 40분간 서서 강연을 했다. 강연 내용을 그대로 써도 훌륭한 기사였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부분은 정부가 대학 위에 있으면 나라가 망한다는 것이다. 유럽은 대학 위에 정부가 있었는데, 미국은 그렇지 않아 성공했다고 했다. 정부가 대학 밑에서 연구와 교육을 지원해야 미래가 있는 사회다. 정부가 규제하고, 시키는 대로 따르면 나라가 망한다고 했다. 강연이 끝난 후 모두가 기립박수를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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