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생각]일본서 한일 문학 가교 역할 수행하는 김정훈 전남과학대학교 교수
[사람과 생각]일본서 한일 문학 가교 역할 수행하는 김정훈 전남과학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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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문병란·김준태 작품 번역집 일본서 출간…광주 5·18민주화운동 정신 알려
최근 《한국에서 바라본 전쟁과 문학》 논문집 간행…반전평화 가치 확대에 주력
김정훈 전남과학대학교 교수
김정훈 전남과학대학교 교수

[한국대학신문 김의진 기자] 반전과 한·일 양국 평화의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하며 일본문학 연구를 진행하는 학자가 있다. 광주 5·18민주화운동 정신을 상징하는 시인 문병란과 김준태의 작품을 일본에 널리 알리며 한·일 문학의 가교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김정훈 전남과학대학교 교수가 주인공이다.

김정훈 교수는 연구의 연장선에서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의 공동대표를 역임하기도 했다. 줄곧 일제강점기 조선의 문제와 한·일 시민연대에 대한 관심을 기울여왔다.

현재 그는 전남과학대학교에 재직하면서 일본 주오대(中央大学) 객원연구원으로 ‘동아시아 문학의 사회적 역할에 대한 비교연구’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최근 출간한 《한국에서 바라본 전쟁과 문학》 등 논문집을 비롯해 3년간 일본에서만 3권의 책을 잇달아 펴냈다.

일제강점기 조선인 징용피해 진상규명에 파고든 일본 작가를 연구하며, 한·일 현안 들여다보기에 열심인 그를 인터뷰했다.

- 일본에서 우리나라 문학이 가지고 있는 영향력은 어느 정도인가.
“일본문학의 국내 수용에 비해 우리 문학의 일본을 향한 발신은 수적·양적인 면에서 대단히 열세다. 1987년 6월 민주항쟁과 1988년 서울 올림픽을 거치며 국가위상 회복과 함께 우리 문학도 좀 더 읽히게 되는데, 최근 한류 붐과 맞물려 우리의 영화, 드라마, K팝과 함께 주요 작품들이 소개되고 있다. 조남주 작가의 《82년생 김지영》을 비롯한 몇몇 작품이 호응을 얻고 있지만 다른 분야와 비교하면 문학은 두각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특히 일본에서는 시를 읽는 독자층이 두껍지 않다.”

- 그런데 작년에 일본에서 출간된 김준태 시집 번역서가 일본의 주니치신문(中日新聞), 월간잡지 교육 등에 잇따라 실리고 있다.
“다행히 일본에 영화 ‘화려한 휴가’와 ‘택시운전사’가 방영된 뒤 광주 민주화운동에 관심을 갖는 일본인들이 증가하고 있다. 어려운 시기에 민주주의와 인권회복을 위해 가장 치열하게 싸운 광주의 문제는 일상의 민주주의와 평화의 가치를 소중하게 여기는 일본인들에게도 보편성과 확장성을 지닐 수 있는 화두라고 생각한다. 김준태 시인의 ‘아아 광주여, 우리나라의 십자가여’는 1980년 5월, 한반도의 남녘 도시 광주에서 공수계엄군의 총칼에 맞서 일어난 5·18 민주화운동을 최초로 형상화한 시다. 같은 해 6월 전남매일신문에 게재됐고, 곧바로 미국과 일본, 독일 등 전 세계 언론에 발표됐다. 일본에는 1980년 이와나미서점이 발행하는 잡지 《세카이(世界)》에 실려 알려졌다. 일본의 진보 언론인 ‘신문아카하타(しんぶん赤旗)’에서 지난해 5월 18일자로 문병란 시인의 ‘5월이여 다시 부활하라’는 시를 소개하며, 영화 ‘택시운전사’에 대해 언급한 적이 있다. 광주 민주화운동에 관심을 갖는 일본인들이 증가하고 있다는 증거일 것이다.”

- 책 《한국에서 바라본 전쟁과 문학》도 일본에서 간행됐다고 들었다. 이번이 일본에서만 출간 3번째라고 들었다.
“한국인 연구자로서 일본 작가를 재해석한 논문을 일본 학술잡지에 발표한 뒤 이를 정리해 논문집으로 출판해왔다. 2002년 첫 논문집은 학위논문을 다듬어 《소세키 남성의 언사·여성의 처사》라는 제목으로 오사카 출판사에서 간행한 적이 있다. 하지만 연구의 시야가 문예적 표현에 머물러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한인 연구자로서의 정체성을 의식하며 일본 문학을 한국 시점에서 바라보는 것에 의의를 두며 문학과 사회의 관련성에 대해 연구했다. 그 성과물로서 2010년 두 번째 논문집인 《소세키와 조선》을 도쿄 주오대출판사에서 냈다.”

- 《한국에서 바라본 전쟁과 문학》의 성격을 묻는다면.
“일제강점기에 금기시한 한·일 교류를 그린 일본의 작가상을 분석하기도 했고, 민주주의와 평화의 가치를 소중히 여긴 우리 작가의 작품을 점검, 작품 의의와 주제에 대해 언급한 내용도 포함됐다. 비참한 전쟁과 무력의 역사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고난의 과거를 그대로 직시하면서 불행을 두 번 다시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에 대해 이 책은 묻고 있다.”

왼쪽부터 문병란 시집 《직녀에게, 1980년 5월 광주》, 김준태 시집 《광주로 가는 길》, 논문집 《한국에서 바라본 전쟁과 문학》
왼쪽부터 문병란 시집 《직녀에게, 1980년 5월 광주》, 김준태 시집 《광주로 가는 길》, 논문집 《한국에서 바라본 전쟁과 문학》

- 한·일 근현대 작가의 작품들을 실었다. 한국 작가로는 어떤 작품을 담았는지.
“문병란 시인에 대한 연구에 대해 설명한다면 반전을 부르짖으며 민주주의와 평화의 가치를 소중히 여긴 그의 생애와 작가정신에 대해 논술한 것이다. 한수산의 ‘군함도’를 분석한 논고는 작가의 집필 배경을 밝히고 징용으로 하시마(端島)에서 강제 노역에 시달리던 조선인 징용 광부들의 생활과 실상을 작품을 통해 점검, 작품 의의와 주제에 대해 언급한 내용이다.”

김정훈 교수
김정훈 교수

- 문병란 시인의 작품 세계와 정신에 대해 소개한다면.
“문병란 시인은 군부독재 권력이 민중을 탄압하던 암울한 시대에 소명의식을 가지고 문필활동에만 그치지 않았다. 현실 참여적인 민중문학 운동을 전개하며 투쟁 목소리를 드높였다. 치열한 삶을 살면서 항상 정의의 편에 우뚝 서서 권력에 맞서는 일을 주저하지 않았던 문병란 시인의 투철한 저항의식이 그의 시와 문학세계에 어떻게 형상화돼 있는지, 그리고 통일문학에 대한 집념을 펼치기까지 배경과 활약상을 살펴봄으로써 민주와 통일을 노래한 작가정신에 대해 고찰한 것이다.”

- 일본 작가의 작품들도 살펴보자. 일본인의 눈으로 바라본 조선인 징용은 어땠는지 궁금하다. 특히 일본의 양심작가로 유명한 마쓰다 도키코(松田解子)가 이 부분에 주목했던 것으로 안다.
“마쓰다 도키코는 징용 문제에서 하나오카 사건을 주목했다. 태평양전쟁 말기 다수의 중국인 포로가 아키타현 광산 하나오카에 강제 연행 당해 전시증산을 위한 수로변경 공사, 댐 공사에 투입돼 일본 패전까지 불과 1년 사이에 42.6%에 이르는 420여 명이 아사 등 생명을 잃게 된 참혹한 사건이다. 그런데 중요한 사실은 거기에 조선인 문제가 미해결 상태로 은폐돼 있다는 것이다. 하나오카 사건의 발단이 실은 난굴(亂掘)로 인해 갱도 바로 위를 흐르고 있던 하나오카강의 밑바닥이 허물어져 당시 갱내에 있던 일본인노동자 11명과 조선인노동자 11명이 생매장을 당한 나나쓰다테 사건이다. 마쓰다 도키코는 평생 하나오카 사건과 조선인 희생에 대해 진상규명 작업을 펼치고 일본의 성찰을 강조했다. 또 한·중·일 서민연대를 주장했기에 그에 대한 연구 자체는 여러모로 의의가 있다고 생각한다.”

- 한·일 작가의 작품을 연구하면서 특별히 어떤 점을 느꼈는지.
“일본에서도 근대화과정 속에서 자유민권운동이나 진보적 문학운동이 활발한 시기가 있었다. 1930년대 정부와 권력의 탄압으로 진보적 문학운동이 쇠퇴했다. 하지만 이 영향으로 전후에는 그 성향을 이어받은 민주주의문학이 등장했다. 다만 사회참여나 저항정신, 앙가주망(engagement)의 개념이 사회전반에 뿌리를 내리거나 시민들에게 일반적으로 수용되는 상황이라 볼 수는 없다. 우리에겐 식민지 과거사나 남북분단의 현실, 제주 4·3사건, 5·18과 같은 어두운 시대의 문제가 절실한 문학의 소재다. 이에 비해 일본에서는 원폭 문제나 오키나와의 현안, 소외된 인간 문제가 때때로 문학의 소재로 등장하긴 해도 우리보단 문학적 표현이 강렬하지 않다. 문학의 역할이 일상적 범주를 크게 벗어나지 않거니와 변혁을 모색하는 사회성이 그다지 강조되지도 않는다. 일본에서 민주주의문학이 비주류 시점으로 인식되는 이런 분위기 속에서도 굳건히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일본의 민주주의 문학이 소외된 계층의 문제를 다루고 반전평화와 민주주의 가치를 추구한다는 점에서 본다면 우리의 저항문학과 맥이 서로 닿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

- 일본 현지의 반응은.
“워낙 방대한 연구물들이 간행돼 나오는 곳이 일본이라 한국인 연구자가 쓴 책을 금방 주목하는 분위기는 아니다. 연락을 하고 지내는 일본인 교수의 지도로 현지 대학생들 60여 명이 감상문을 썼다. 반전의 시점을 견지한 한·일 작가들에게서 새로운 시점을 발견할 수 있었고, 한·일 간 이러한 역사가 있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는 내용이 다수였다. 최근 신문아카하타에서 이와부치 쓰요시 평론가가 서평을 쓴 것으로 안다.”

- 현재 한·일 문제와 관련해 어떤 연구를 진행하고 있나. 앞으로의 계획은.
“징용 현안과 한·일 시민연대에 관심을 갖고 있다. 아직도 일본군 위안부와 근로정신대를 혼동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일본 작가가 쓴 《전 조선여자근로정신대와 어떤 유족과의 교류》라는 책을 번역하고 있다. 근로정신대 문제의 실상을 제대로 알리고 일본의 양심적 시민단체 활약상도 조명하고 싶다. 이와 더불어 한·일 간 징용 문제가 이슈되고 있는데, 일제강점기 조선인 문제를 파고든 작가 마쓰다 도키코 연구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문병란·김준태 시인 관련 연구도 계속 이어가야 한다.”

※ 김정훈 전남과학대 교수는 일본 간세이가쿠인대 대학원 문학연구과에서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한국의 시점에서 반전과 한일평화 가치를 중시하는 일본문학 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근대 일본의 조선관련 문제에도 초점을 맞추고 있다. 주오대 정책문화종합연구소에서 객원연구원으로 있으며, 동아시아 문학의 사회적 역할에 대한 비교연구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저서로는 일본에서 출간한 《소세키와 조선》, 《소세키 남성의 언사‧여성의 처사》, 《한국에서 바라본 전쟁과 문학》 등이 있다. 역서로는 《나의 개인주의 외》, 《전쟁과 문학-지금 고바야시 다키지를 읽는다》, 《땅 밑의 사람들》, 《하나오카 사건 회고문》, 《니이미 난키치 동화선》, 《문병란시집-직녀에게‧1980년 5월 광주》, 《김준태시집-광주로 가는 길》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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