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임 총장 선임한 국민대, 차기총장 선출 제도 둘러싼 논란 잠복
경희대‧연세대‧숙명여대 등 총장 선출 방식 쟁점… 구성원 입장차 ‘여전

대학가에서 학생 참여 총장 직선제 도입을 둘러싼 학내 갈등이 커질 우려가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국민대는 지난 5일 이사회를 열고 차기 총장을 선임했다.[사진=김준환 기자]
대학가에서 학생 참여 총장 직선제 도입을 둘러싼 학내 갈등이 커질 우려가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국민대는 지난 5일 이사회를 열고 차기 총장을 선임했다.[사진=김준환 기자]

[한국대학신문 김준환 기자] 대학가에서 학생이 참여하는 총장 직선제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전국 30여개 대학의 총학생회가 가입해 있는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 지난 6일 서울 광화문에서 ‘학생참여 총장직선제 실현을 위한 대학생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학생들이 참여하는 총장 직선제를 법적으로 보장하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하지만 총장 선출 방식을 두고 학교별로, 학교 내 구성원별로 이해 관계에 따라 의견 조율이 쉽지 않아 논란과 갈등이 지속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특히 총장 선출 과정에서 학생이 참여하는 비중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확대되고 있다.    

■ 국민대, 신임 총장 선임… 총장 선출 제도 두고 갈등 불씨는 ‘여전’ = 학생 참여를 보장하는 총장직선제를 요구하며 단식투쟁을 벌였던 국민대는 지난 5일 이사회를 열어 제12대 신임 총장을 선임했다. 올 8월말 사의를 표명한 유지수 총장의 후임 총장 선임 절차를 두고 국민대는 학교 법인과 교수·학생·동문 등이 나서 구성원의 참여가 보장된 총장 선출제도 실시 등을 촉구하며 팽팽한 대립각을 세우고 있던 국면이었다. 

하지만 신임 총장이 선임되고 총장 선임 일정을 중단해달라는 가처분 신청이 지난 5일 패소로 판결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이에 총학생회는 유 총장의 조기사퇴로 인해 총장 선출에 대한 논의가 매우 부족해진 현실적 상황을 고려해 차기 총장선임 규정 개정을 위한 제도 개선에 나서는 게 불가피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준배 국민대 총학생회장은 “기존 총장선임제도의 폐쇄성을 보완하기 위해 신임 총장의 공약과 비전을 듣고 질문할 수 있는 공개공청회나 간담회를 요구하겠다”며 “이와 함께 학교본부의 일방적 행정을 방지하기 위해 총장과 총학생회의 정기적 논의 테이블 구성을 포함한 학생요구안에 대한 성실한 답변과 의미있는 움직임도 요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학교법인 관계자는 “기존 총장 선출 제도의 근간은 유지하는 것을 전제로 해 총장 선임 규정에 대해 구성원들과 7월부터 논의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그렇다고 총장 선출 제도를 두고 갈등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국민대총동문회는 지난 3월부터 본관 근처에 천막 농성을 펼치며 학교법인의 불통 행정을 비판하고 있다. 국민대 총동문회는 올 2월 학위수여식에서 총동문회장 축사를 일방적으로 취소하는 등 학교법인이 구성원과 소통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 마뜩찮게 여기고 있다.  

박해진 국민대 총동문회 회장은 “총장 선출제도에 대해 특별한 안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 구성원들 합의안이 있다면 그게 최선안이라고 생각한다. 현 총장 선출제도는 불안정하고 폐쇄적인 제도다. 학교법인 입맛에 맞는 총장이 나올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게 동문회의 입장”이라며 “학교법인의 일방적 선임이 아닌 학교 구성원들의 의사가 들어가고 여기에 참여해 학생이나 교직원에게 존중받을 수 있는 총장이 나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 경희대·연세대·숙명여대, 총장 선출 제도 개선 요구에 파열음… 논란 계속될 듯 = 경희대, 연세대, 숙명여대 등도 총장 선출 제도를 놓고 내부적 갈등이 이어지는 모양새다. 학교별로 구성원 간 의견 차이를 보이고 이견을 좁히는 것도 쉽지 않아 총장 선출 제도를 놓고 당분간 논란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경희대는 6개월 이상 총장 직무대행 체제로 운영하며 총장 부재의 행정 공백이 장기간 이어지고 있다. 경희대 총장 선출 제도를 둘러싼 갈등의 핵심은 구성원 투표 반영 비율에 있다. 강재식 경희대 교수의회 의장은 “지난 4월 19일과 22일 두 차례 열린 대학평의원회에서 각각 토론과 수정 과정을 거쳐 교수 75%, 직원 10%, 학생 7.5%, 동문 7.5%로 결정됐다”고 밝혔다. 

경희대는 총장 선출제 투표 반영 비율을 놓고 구성원 간 갈등을 빚고 있다.[사진=한국대학신문 DB]
경희대는 총장 선출제 투표 반영 비율을 놓고 구성원 간 갈등을 빚고 있다.[사진=한국대학신문 DB]

하지만 총학생회에서 주장하는 바는 교수회의 측 내용과 다르다. 지난해 법인과 구성원이 상호협의를 통해 총장선출규정의 구성원 투표반영 비율을 만들었으나 교체된 교수의회 집행부가 들어서면서 반영비율이 뒤바뀌었다는 게 총학생회의 입장이다. 

이에 대해 강 회장은 “범대위의 구성원 투표반영 비율에 대한 합의서는 당시 범대위를 구성했던 전체 10개 단체의 대표자 중 총동문회, 총민주동문회, 국제캠퍼스 총학생회, 서울캠퍼스 대학원 총학생회는 서명을 하지 않았으므로 이는 미완성 문건”이라며 “해당 합의서가 구성원 만장일치로 합의된 것이라는 일부 구성원 단체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교수 투표반영 비율이 높게 책정됐다는 지적에 대해 강 회장은 “타 대학 사례를 살펴봐도 교수 투표반영 비율 75%는 결코 높게 책정된 게 아니다”라며 “총장 선출 관련 구성원 투표 과정에서 교수 투표반영 비율은 전국 국립대는 평균 80%가량을 차지하며 주요 사립대 또한 모두 80%가 넘는다. 교수 투표반영 비율 75%는 지극히 상식적인 수치라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반박했다.

법인 이사회와 교수의회 등은 총장 선출제 문제를 두고 지난 5일 협의회를 개최했으나 뚜렷한 해결책 도출 없이 서로의 입장 차이가 좁혀지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6일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 주최로 학생 참여 총장직선제 실현을 위한 대학생 공동 기자회견이 열렸다.[사진=숙명여대 총학생회 제공]
지난 6일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 주최로 학생 참여 총장직선제 실현을 위한 대학생 공동 기자회견이 열렸다.[사진=숙명여대 총학생회 제공]

연세대도 19대 총장 선출 과정을 두고 내부적으로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김용학 현 총장의 임기는 내년 1월 31일까지다. 오는 7월 이사회 전에 19대 총장 선출 방식을 확정지으려는 분위기다. 

연세대 이사회는 지난 4월 두 차례에 걸쳐 ‘19대 총장선임 절차’를 교수평의회에 전달했으나 해당 안을 거부당했다. 총장 선출 권한이 이사회에 과도하게 집중됐다는 이유에서다. 이사회가 총장후보추천위원회(이하 총추위)의 과반을 결정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또한 총추위에서 추천한 후보가 4인 미만일 경우 이사회가 미달 인원을 자체적으로 충원할 수 있다는 조항도 문제점으로 지목됐다. 

연세대 교수평의회 관계자는 “총장 선출 논의를 한창 진행 중인 상황에서 지금 뭐라고 얘기하기는 적절하지 않은 시점이라고 생각한다”며 “합리적인 안을 도출해내기 위해 상호협의를 진행하고 있다는 게 교수평의회의 입장이다. 아울러 ‘총장선출제개혁 비상대책위원회’가 따로 조직돼 있으니 19대 총장선출 상황을 지켜봐달라”고 전했다. 

학생과 교직원 대표자들도 총장 선출 과정에서 참여의 폭이 제한돼 자신들의 목소리가 반영되기 어렵다는 점에서 법인 이사회의 선출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숙명여대도 학생참여 총장 직선제를 도입하라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숙명여대 총학생회는 지난달 28일 교내에서 학생이 참여하는 총장 직선제 촉구를 위한 기자회견을 열고 “교수들만의 밀실 선거와 이사회의 지명으로 선출된 총장이 우리 대학을 대표하기에는 역부족”이라며 “총장 선출 과정에도 학생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총학생회는 지난달 23일 총회를 열어 학생참여 총장직선제 요구안에 뜻을 모았다. 요구안에 따르면 총장선출제도 개선 TF와 총장후보검증위원회에 학생위원 30% 이상 포함, 학생 직접투표 반영비율 25%를 보장하는 총장직선제 쟁취 등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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