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적 난이도 하락 불과, 변별력 ‘충분’
‘어려운 수능’ 염두에 둔 학습전략이 ‘최선’

사진은 지난해 치러진 2019학년 수능 모습. (사진=한국대학신문DB)
재학생, 재수생이 모두 참여하는 6월모평이 지난해 '불수능'에 비하면 쉬운 난도를 보였지만, 변별력이 없는 수준은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수험생들은 '어려운 수능'을 염두에 두고 학습을 이어나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지난해 치러진 2019학년 수능 모습. (사진=한국대학신문DB)

[한국대학신문 박대호 기자] 4일 실시된 ‘2022학년 수능 6월 모의평가(이하 6월 모평)’가 예상보다는 어렵게 출제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치러진 수능이 ‘불수능’으로 불릴 만큼 어렵게 출제됐던 탓에 비교적 쉬운 난도를 보일 것이라는 게 중론이었고, 실제로도 지난해 수능보다는 쉬운 편이었지만 변별력이 없는 수준은 결코 아니었다. 특히 지난해 표준점수(표점)가 역대 최고점을 기록했던 국어가 다소 쉬워지긴 했지만 상당한 변별력을 지니고 있고, 수학도 결코 쉽게 출제되지 않았기에 수험생들의 셈법은 복잡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일단 ‘어려운 수능’을 염두에 두고 학습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고 강조하는 상황이다. 

■만만치 않았던 6월 모평…국어 쉬워졌지만, 변별력 여전 = 올해 6월 모평은 상당한 변별력을 지닌 것으로 보인다. 전반적으로 지난해 수능보다는 쉬운 양상이지만, 절대적인 난도만 놓고 보면 결코 쉬운 시험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특히 영역별로 보면 국어와 수학에서 어려움을 느낀 수험생들이 많았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수능 국어는 수험생들에게 있어 ‘악몽’과도 같았다. 지난해 수능 국어영역에서 기록된 표점 최고점 150점은 현 수능 체제가 자리잡은 2005학년도 이래 가장 높은 수치다. 만점자 비율도 0.03%로 2005학년도 이래 가장 적었다. 원점수 추정 1등급컷도 1등급의 경우 84점, 2등급의 경우 78점으로 상당히 낮았다. 통상 수능은 난도가 높을수록 표점 최고점은 올라가고, 만점자 비율은 줄어들며, 원점수 추정 등급컷은 내려앉는 구조를 지닌다. 모든 지표들이 역대 최고의 난도라는 점을 가리키고 있었던 것이다. 

이처럼 지난해 수능이 어려웠기에 올해 6월 모평 국어영역은 상대적으로 쉽게 느껴질 수 있다. 이만기 유웨이 교육평가연구소장은 국어영역을 놓고 “지난 수능에 비해서는 전반적으로 독해 및 문제풀이가 수월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치우 비상교육 입시평가연구실장도 “이번 국어영역 난도는 원점수 평균이 55점에 그쳤던 2019학년 수능보다는 쉽다”고 의견을 보탰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국어영역이 올해 쉽게 출제될 것이라고 예단하는 것은 금물이라고 입을 모았다. 지난해 수능 대비 쉬울 뿐 난도가 결코 낮은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지난해 지나치게 어려웠기에 쉽게 출제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생각보다 어렵게 출제됐다. 나름대로 어렵게 출제된 지난해 6월 모평과 비교해도 비슷하거나 다소 어렵게 출제된 수준”이라며 “지난해에 비해 큰 폭으로 쉽게 출제될 것이라는 예상은 이번 시험만 봐서는 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더하여 올해 6월 모평 국어영역은 ‘독해력’의 중요성을 일깨운 시험으로 보인다. 김병진 이투스 교육평가연구소장은 “최근 2년간 국어영역에서 오답률이 높은 문제 가운데 상당수가 독해 문제”라며 “결국 난도 조정은 독서와 문법을 통해 이뤄진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문제 유형을 비슷하게 해 학생들에게 익숙함을 느끼도록 하고 있지만, 독해력이 약한 탓에 난도 조정이 실패하기 쉽다”고 짚었다. 결국 수험생들은 원론적인 ‘독해력’을 키우는 데 집중하는 방식으로 학습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수학도 ‘만만찮았다’…영역별 출제 기조는 엇갈려 = 수학은 이과생이 주로 응시하는 가형, 문과생이 주로 응시하는 나형의 출제기조가 다소 달랐던 것으로 보인다. 이치우 실장은 “난도 면에서 보면 가형은 지난해 수능보다 약간 어려운 수준이다. 반면 나형은 지난해 수능과 비슷하게 출제됐다”고 했다. 이만기 소장도 “지난해 수능과 비교했을 때 가형은 비슷하거나 약간 어렵고, 나형은 비슷했다”고 분석결과를 내놨다. 

다만, 국어와 마찬가지로 ‘변별력 있는’ 출제 기조는 분명하게 나타났다. 임성호 대표는 이를 놓고 “전반적으로 수학은 가형과 나형 모두 어렵게 출제되는 기조로 분석된다”고 했다. 

수학에서 성패를 가르는 문제를 가리켜 ‘킬러 문항’이라 칭한다. 21번과 29번, 30번 등의 문제들로 이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지에 따라 최상위권과 상위권, 중위권 등 점수대가 달라진다. 

이번 6월 모평에서는 이러한 킬러문항이 상대적으로 쉽게 출제된 편이었다. 임성호 대표는 “지난해 수능에서 지나치게 어렵게 출제돼 논란이었던 킬러문항들은 쉬워졌다”고 봤다. 

킬러문항은 쉬워졌지만, 중간 난도 문항들은 지난해 수능보다 다소 어려워진 편이었다. 이만기 소장은 “고난도 문항은 작년 수능보다 쉬워졌지만, 중간 난도 문항은 더 어렵게 출제됐다. 수험생들의 체감 난도가 높았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처럼 킬러문항이 쉬워지고 중간 난도 문항이 어려워지면, 최상위권과 상위권의 격차는 줄어드는 반면, 상위권과 중위권의 격차는 더욱 벌어지게 되는 경우가 많다.

킬러문항이 쉬워진 것은 평가원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며, 수능에서도 비슷한 기조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하는 의견이 나와 눈길을 끈다. 김병진 소장은 “이번 모평 수학영역 특징은 20번 이전 문항의 난도를 높이는 데 주력했다는 것”이라며 “평가원이 20번 이전 문항의 난도를 높이고, 소위 ‘킬러’라 불리는 21번, 29번, 30번 문항 난도는 쉽게 만들려는 의지를 보였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영어 ‘그나마 쉬웠지만’ 학습 등한시 말아야 = 주요과목인 국어, 수학, 영어 가운데 그나마 영어는 지난해 수능 대비 쉬워진 편이었다. 지난해 수능 영어영역 1등급 비율은 5.3%. 이번 모평은 이보다 늘어난 7%에서 8% 수준으로 1등급 비율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영어영역은 현재 절대평가 체제로 실시되고 있어 원점수 90점 이상이면 1등급이 나오게 된다. 1등급 비율이 늘어난다는 것은 그만큼 90점 이상을 받은 수험생이 많아졌다는 것으로 시험이 쉬워졌음을 의미한다.

올해 영어영역 1등급 비율이 지난해보다 다소 늘어날 것이라는 점은 일찍이 예상됐던 터다. 지난해 수능에서의 1등급 비율은 턱없이 낮은 수준이라는 점에서다. 2018학년 이전 상대평가 적용 당시에는 현 국어·수학과 마찬가지로 상위 4%까지 1등급이 주어졌고, 동점자까지 고려하면 이보다 많은 인원들이 1등급을 받게 된다. 2010학년, 2012학년 수능에서는 1등급 비율이 지난해 수능에서 기록된 5.3%보다 높기까지 했다. 지난해 수능 영어는 절대평가였지만, 실질적으로는 상대평가나 다름이 없었던 것이다. 

영어 절대평가 도입 이유로 수험생 부담 감소가 제시됐던 것을 생각하면, 어떤 식으로든 난도를 낮춰 1등급 비율을 늘려야만 하는 상황이다. 김병진 소장은 “올해 영어는 지난해 수능보다는 쉽고, 그 전년보다는 어렵게 출제됐다. 7%에서 8% 수준을 맞추려고 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관건은 수험생들의 ‘학습 수준’이다. 영어 절대평가 도입 이후 영어 공부를 상대적으로 등한시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에는 한 해 전에 비해 영어 1등급 비율이 ‘반토막’나자 영어에서 불의의 일격을 당해 수능최저를 충족하지 못했다는 수험생들의 수가 상당했다. 김병진 소장은 “실제 학생들의 학습 수준이 얼마나 (평가원의 의도를) 따라올지는 채점 결과를 통해 확인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만기 소장은 “방심한 재학생들의 경우 체감 난도가 높게 느껴졌을 것이다. 앞서 치러진 3월학평, 4월학평에 비해 상대적으로 어려웠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수능 어떻게 대비해야 하나…‘쉬운 수능’ 예상 금물, ‘어려운 수능’ 염두에 둬야 = 전문가들은 이번 6월 모평을 기반으로 수능 출제 경향을 예상하기는 어렵다는 데 한목소리를 냈다. 이만기 소장은 “이번 6월 모평은 지난해 수능보다 쉽다. 하지만, 너무 쉬운 수준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더하여 9월 모평을 통해 한 번의 난이도 조정 기회가 더 있다. 올해 수능이 이번 모평 난도일 것이라고 예측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정부 차원에서 ‘쉬운 수능’을 내세웠던 2016학년 이전 수능과 달리 2016학년부터는 일정 변별력 이상이 꾸준히 나오고 있는 상황. 이럴 때에는 ‘어려운 수능’을 염두에 두고 학습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다. 이만기 소장은 “수험생들은 실제 출제경향이 어떻든지 어려운 수능을 염두에 두고 남은 기간 학습해야 한다. 그래야 쉬운 수능이더라도 실수를 방지할 수 있고, 어려운 수능인 경우 고난도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을 했다.

■6월 모평으로 본 2020학년 대입 청사진은? = 올해 6월 모평에 지원한 수험생은 모두 54만183명이다. 현 수능이 도입된 이래 가장 적은 숫자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5만2191명이 줄어들었다. 

특히 큰 폭으로 감소한 것은 재학생이다. 재학생은 한 해 전에 비해 5만4326명이나 감소했다. 반면 재수생을 포함한 N수생 인원은 2135명이 도리어 늘어났다. 정시모집에서 N수생이 강세를 보인다는 점을 볼 때 수시에서 일찌감치 진학 여부를 결정하지 못한다면 치열한 경쟁에 내몰리게 될 것으로 보인다. 

전반적인 학생 수 감소로 인해 올해 대입에서는 몇몇 특징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일단, 주요 대학의 모집인원은 그대로인데, 학생 수만 줄어들면서 수시에서 ‘상향지원’ 추세가 만연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수험생 감소로 상위등급 취득 인원이 줄어들 것이기에 수능최저학력기준을 충족할 수만 있다면 합격을 도모하기는 보다 쉬워질 가능성이 높다. 

또한, 수험생 선호도가 높은 서울권 대학으로는 많은 수험생이 쏠리는 반면, 지방대학을 기피하는 현상이 강하게 나타날 수 있다. 특히 지방대학들은 지역 내 고교 재학생 자원에 의지하는 경향이 크다. 지역 내 대입 정원이 학생 수보다 오히려 많은 충남, 대전, 충북 등은 학생 충원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이로 인해 수시이월이 큰 폭으로 증가한다면, 전체 정시 모집규모가 늘어나는 결과로도 이어질 수 있다. 

수험생 규모 변화에 따라 합격선이 변할 수 있기에 입시결과 참고 시에는 주의를 요한다. 임성호 대표는 “학생 수 감소에 따라 수시 내신 합격선은 하락할 것이다. 전년 4등급까지의 누적 학생 수가 올해는 4.2등급까지의 누적 학생 수와 비슷하기 때문”이라며 “정시에서도 국수탐 백분위 합 232점대 대학들은 226점 정도로 하락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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