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혁신 대학 키워드는 ‘자율성·다양성·개방성’, 규제 혁신으로 미래 대학 실현”

미네르바 학생들이 온라인을 통해 수업을 듣고 있다.(사진 출처 = 미네르바 홈페이지)
미네르바 학생들이 온라인을 통해 수업을 듣고 있다.(사진 출처 = 미네르바 홈페이지)

[한국대학신문 정성민 기자] 대학은 국가의 경쟁력이며 미래다. 주요 선진국에서는 대학이 인재 양성, 연구성과 창출, 산학협력, 봉사를 통해 국가와 지역사회 발전을 견인하고 있다. 나아가 4차 산업혁명의 미래사회 대비에 앞장서고 있다. 우리나라의 대학은 어떤가? 국가와 지역사회 발전의 엔진 역할을 하고 있는가? 미래사회 대비의 선구자 역할을 하고 있는가? 정답은 ‘No!’ 주요 선진국 대학이 자율과 지원을 기반으로 혁신의 시대로 나아갈 때, 우리나라 대학은 재정난과 규제에 가로막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하지만 대학 경쟁력 없이 국가의 미래도 없다. 따라서 고등교육혁신은 선택이 아니다. 필수다. 그리고 지금이 고등교육혁신 골든타임이다. 본지는 한국대학교육협의회(이하 대교협)와 ‘고등교육혁신 골든타임, 지금이 기회다’를 주제로 3회에 걸쳐 공동기획을 연재한다. 이를 통해 우리나라 대학의 현주소와 위기, 세계 주요 선진국의 대학 위기 극복 사례를 살펴보고 우리나라 대학들이 미래를 준비하기 위한 고등교육혁신 방향을 제시한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위기의 대학들, 국가경쟁력이 흔들린다
②선진국은 어떻게 대학의 위기를 극복했나
③대학이 미래다, 고등교육혁신 이렇게 준비하자
 

주요 선진국이 고등교육혁신에 주력하는 것처럼 우리나라도 고등교육혁신에 국가적 관심과 역량을 모아야 한다. 이를 통해 미래 대학을 선도적으로 준비해야 한다. 그렇다면 미래 대학은 어떤 모습이며, 미래 대학을 준비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 전문가들은 ‘자율성, 다양성, 개방성’을 세계 혁신 대학의 키워드로 꼽는다.

규제 혁신으로 자율성 강화 = 미래 대학의 롤 모델, 미국 미네르바스쿨(이하 미네르바)은 별도의 대학 건물이 없다. 1학년은 미국 샌프란시스코 기숙사에서 생활한다. 2학년부터는 서울, 베를린 등 7개 도시 기숙사를 이동하며 생활한다. 수업은 100% 온라인으로 진행된다. 학생들은 시간과 공간 제약 없이 컴퓨터 프로그램을 통해 수업에 참여한다. 수업의 초점은 △비판적 사고 △창의적 사고 △효과적 커뮤니케이션 △효과적 상호작용에 맞춰진다.

켄 로스(Kenn Ross) 미네르바 프로젝트 아시아 총괄 디렉터는 “미네르바는 학교라기보다 시스템이라고 볼 수 있다. 미네르바는 하나의 시스템으로 결과물을 창출하고 있다”면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비판적 문제분석능력, 창의적·혁신적 해결안 도출 기술, 다른 사람과 소통하는 기술이 중요함을 알고 있다. 그러나 전통적인 대학은 이러한 능력과 기술을 가르치는 데 효과적이지 않다. 교육 콘텐츠를 일방적으로 주입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로스 디렉터는 “미국의 우수 대학이라고 자처하는 곳도 문제해결능력을 기른다고 말한다. 그러나 어떻게 교육하느냐고 물으면 답하지 못한다. 우리 미네르바는 답할 수 있다”고 밝혔다.

미국에서 일찌감치 미네르바라는 미래 대학 모델이 탄생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불가하다. 규제가 원인이다. 실례로 우리나라에서는 사이버대조차 건물을 보유하지 않으면 불법이다. 이길여 가천대 총장은 “정치권에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 미네르바와 같이 환상적인 대학이 있는데 우리는 정말 가능한가. 혹자는 교육부가 없어야 대학이 산다고 말할 정도로 제약이 많다”고 비판했다.

따라서 규제 혁신을 통한 자율성 강화가 시급하다. 우리나라 대학들이 규제에 발목을 잡히면 미래 대학 탄생은 요원하다. 장순흥 한동대 총장은 “미네르바는 사이버대학이다. 혁신적 교육 시스템을 공유하면서 온라인 강의를 한다”며 “미네르바와 비슷한 대학이 프랑스 파리에 있다. 이노베이션 아카데미란 이름의 에콜42다. 대학에 교수가 없다. 학생들이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이미 교수가 필요 없는 시대다. 그러나 우리나라 대부분의 대학은 1단계(전통대학), 2단계(사이버대학) 수준이다. 3단계(미네르바), 4단계(에콜42) 형태의 대학도 우리나라에서 나와야 한다”고 제안했다.

규제 혁신 분야는 다양하다. 바꿔 말하면 우리나라 대학들은 학사, 재정, 입시 등 전반적인 면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물론 일시에, 전반적으로 규제 혁신을 추진할 수 없다. 단계적·순차적 규제 혁신이 요구된다.

학사제도 자율화가 대표적이다. 교육부는 2016년 ‘창의혁신인재 양성을 위한 대학 학사제도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이를 통해 △다학기제 △유연 학기제 △집중 이수제 △융합(공유)전공제 등이 허용됐다. 대학 입장에서 학사과정 설계·운영에 어느 정도 숨이 트인 셈. 하지만 학사과정 설계·운영 자율화가 100% 보장되지 않는다. 고등교육법에서는 ‘학점을 인정하는 데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학칙으로 정한다’로 규정하고 있다.

A대학 교수는 “교육부가 학사제도 개편방안을 발표하고 규제 완화이자 4차 산업혁명 대안이라고 설명한다. 현실적으로 얼마나 많은 대학들이 유연학기제를 도입할 수 있겠느냐. 전형적인 탁상공론”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 대학들이 미래 대학의 모습을 갖추고, 4차 산업혁명 시대 창의융합인재를 양성할 수 있도록 하려면 학사과정 자율화를 비롯해 자율성 강화가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획일화에서 다양성으로 대학평가 패러다임 전환 = 일본 리츠메이칸 아시아태평양대(APU)의 설립 목표는 “학생 50%를 국제 학생들로 채우고, 50개 이상 나라와 지역 출신 학생들을 입학시키며, 교수 50%를 외국인으로 채용하겠다”는 것이었다. APU는 설립 목표를 달성, 개교 20여 년 만에 일본 Top 글로벌 대학으로 명성을 굳혔다. 또한 독일 미텔슈탄트대는 강소기업 맞춤형 인재 양성을 목표로 삼았다. 미텔슈탄트대 학생들은 실용교육을 통해 기초를 튼튼히 다지고 졸업 후 회사에 곧바로 투입, 업무를 수행한다.

자율성과 함께 다양성이 미래 대학의 키워드로 주목받는다. APU와 미텔슈탄트대는 기존 대학들과 차별화를 시도했다. 차별화는 일본과 독일 대학의 다양성으로 이어졌다. 반면 우리나라 대학들은 다양성을 추구하기 어렵다. 대학평가가 대학들의 다양성을 저해하고 있다. 평가지표의 획일화가 원인이다. 다시 말해 평가지표가 대학의 설립별·유형별·규모별·지역별·교육목표별 특성을 반영하지 못한다. 오히려 모든 대학에서 평가지표를 맞추기 위해 보고서 씨름을 하고 있다.

박진석 전국대학평가협의회장은 “예를 들어 전임교원확보율은 전국 대학 평균으로 평가할 경우 교원의 질 확보보다 교원 수 확보로 대학들이 평가를 대비한다”면서 “각종 평가 준비에 따른 인적·물적 에너지 소비로 대학의 고유 업무인 교육과 연구 기능에 지장을 초래하고 있다”고 밝혔다.

만일 일본과 독일이 대학평가에 획일적 기준을 적용한다면, APU와 미텔슈탄트대가 탄생했을지 의문이다. 우리나라의 대학평가 패러다임도 대학의 다양성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전환돼야 한다. 권오병 경희대 교수(전 전국대학기획처장협의회 회장)는 “미국은 어떤 학생이 입학했는지보다 어떤 인재가 돼 졸업하느냐에 더 관심이 있고 이를 대학 재정 지원에 활용한다. 영국은 대학의 유형별 특성과 다양성을 중시한다”고 강조했다.

정부 정책 개방성 추구로 미래 대학 실현 = 개방성의 의미는 ‘태도나 생각이 거리낌 없고 열려 있는 상태’다. 미래 대학의 키워드를 설명할 때 개방성이 빠지지 않는다. 개방성은 4차 산업혁명, 창의융합인재와 직결된다. 개방성을 통한 교육혁신이 필요하다.

양승실 한국교육개발원 교육정책학자는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할 교육선진국으로 발돋움하기 위한 교육혁신은 없던 길을 개척해야 하기에 상상력과 창의력 발현이 필수적”이라면서 “다양성과 개방성으로 교육혁신정책에 상상력을 불어넣어 자발성을 끌어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주요 선진국은 해외 유학생 유치로 교육 영토를 확장하고 있다. 특히 교육 영토 확장을 위한 정부 정책에 개방성을 강조한다. 중국은 1990년대부터 해외 유학생 확대 정책을 추진해왔다. 해외 유학생에게 국가장학금은 물론, 고급 아파트까지 제공한다. 일본도 해외 유학생 유치에 적극적이다. 유학 홍보, 입시·입학·입국절차 간소화, 유학생 생활환경 개선, 졸업 후 진로 연계 사업 등을 시행하고 있다.

우리나라 대학들은 순수 외국인(부모 모두 외국인)을 인원 제한 없이 자유롭게 선발할 수 있다. 다만 외국인 유학생 유치에 제약사항이 있다. 법무부가 어학연수와 학위과정 입학 허가조건으로 한국어 능력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명분은 불법체류 방지다.

김성익 삼육대 총장은 “미국은 대학이 주정부에만 등록돼도 비자가 발급되고, 건물이 없는 사이버대학도 비자를 발급한다”며 “이를 국가가 전혀 문제 삼지 않는다. 그런 면에서 개방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자율성·다양성·개방성’을 키워드로 혁신에 성공한 주요 선진국의 대학들. 우리나라 대학들이 고등교육혁신으로 미래 대학의 모델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규제 혁신, 대학평가 패러다임 전환, 정부 정책 개방성이 요구된다. 시점은 바로 ‘지금’이다. 고등교육혁신 골든타임에 효과적·능동적으로 대처, 우리나라 대학이 미래 대학을 선도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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