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 J. 핀켈 지음 허청아, 정삼기 옮김 《괜찮은 결혼》

[한국대학신문 신지원 기자] 한국은 사상 최저 수준의 혼인율을 기록하고 있으며 OECD 아시아 회원국 중 이혼율은 최고 수준에 다다랐다. 대다수 젊은이들은 결혼을 자신의 꿈과 이상 실현의 걸림돌이자 짐으로 여기며, 사회 전반적으로 결혼을 기피하는 현상 또한 팽배해 있다. 전문가들 대부분은 이를 두고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한다는 소위 3포세대의 문제라며 경제적인 프레임에서 문제를 진단하고 해법을 내놓았다.

그런데 경제적인 프레임 못지않게 중요한 사회심리학적 측면에서 결혼을 다룬 책이 출간됐다. 미국 노스웨스턴대학교 심리학 교수 엘리 J. 핀켈의 《괜찮은 결혼》이다. 결혼의 변천사와 성공적인 결혼의 방법에 대해 과학적인 견해를 제시하는 책이다. 이 책에서 저자는 심리학과 사회학 분야의 수많은 연구와 문헌을 동원해 이 시대 결혼이 당면한 이상과 현실의 괴리를 과학적으로 접근하고 해법을 풀어내고 있다.

우리나라에는 인생의 중요한 대소사 중 하나인 결혼을 인문학점 관점에서 제대로 파헤친 책이 흔하지 않다. 당장 실전에 도입할 수 있는 자녀 양육서, 부부 교육서, 종교적인 관점에서 본 결혼을 이야기하는 종교 관련 서적이 대부분이다. 결혼은 종교적으로도 정말 중요한 제도이자 행사이지만, 결혼에 대해 한 번이라도 생각해본 적이 있는 모든 사람에게 인생의 전환점을 제시하는 중차대한 경험이다. 미국의 결혼에 대해 포괄적 고찰을 담고 있지만, 한국 사회 또한 결혼, 동거, 출산, 이혼 등의 측면에서 미국 사회가 겪은 것과 같은 변화를 아주 압축적으로 경험하고 있기 때문에 《괜찮은 결혼》에서 그리는 결혼은 한국 사회가 이미 마주하고 있는, 혹은 마주하게 될 결혼의 의미와 부합한다고 볼 수 있다.

결혼을 보는 그의 관점은 우리 사회가 대체적으로 받아들이는 전통적인 방식의 결혼에 대한 개념을 넘어 변혁적이고 획기적이다. 한국 사회에서 결혼의 의미는 남녀 간 갈등, 결혼에 대한 회의적 시각과 기피 현상 등으로 얼룩져 있다. 결혼을 전통적인 관점에서만 생각하고, 그 생각들이 지배적이었기 때문에 이러한 갈등은 영원히 풀 수 없는 수수께끼처럼 꽉 막혀 있었다. 이러한 갈등은 우리가 넘어가야 할 산 중 하나임은 틀림없다.

《괜찮은 결혼》은 미국의 결혼 생활의 사례를 담고 있지만, 한국 사회에도 반드시 필요한 책이다. 결혼에 대해 회의적인 이들, 결혼이라는 미지의 섬으로 항해하려거나 망설이는 청춘들, 이제 막 결혼이라는 섬에 도착한 신혼부부들, 자녀 양육에 넋을 빼앗기고 있는 부부들, 더 나은 관계를 꿈꾸는 중장년 부부들 한번 읽어볼 만 하다. 원제는 The All-or-Nothing Marriage. (지식여행 / 2만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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