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교육 마스터플랜 발표 후에도 중등·고등직업교육 간 연계는 지지부진
고졸 취업자 후진학 사업 다양하게 존재…대학·기업 진학 수요 충족에만 그치는 태도 한계
후진학 활성화 ‘평생직업교육’ 관점 접근해야…기업서도 직무교육 위한 적극적 태도 촉구

교육부
고등직업교육 간 연계에 대해서는 사각지대가 존재한다는 지적이 높다.

[한국대학신문 김의진 기자] 문재인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 가운데 ‘고졸 취업 지원 확대’와 ‘직업교육에 대한 국가책임 강화’와 관련된 정책 추진 노력이 활발하다. 고졸 취업 지원 확대의 경우 직업계고 취업지원인력 배치와 취업연계 장학금 도입, 선취업 활성화를 지원하고 있다.

반면 직업교육에 대한 국가책임 강화는 국가차원의 직업교육 마스터플랜을 마련하긴 했지만, 여전히 고등직업교육 간 연계에 대해서는 사각지대가 존재한다는 지적이 높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고등직업교육기관에 진학해 전문성과 경영역량을 향상시킬 정책이 조속히 시행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관련 시스템 구축에는 걸림돌이 존재한다는 지적이다.

■고졸 취업자 후진학 유형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 고졸취업 활성화 정책이 본격화된 것은 지난 2010년부터다. 특성화고를 비롯해 마이스터고 첫 졸업생이 배출된 2013년부터 지금까지 수많은 고졸 취업자들이 다양한 직무에서 미래 명장으로 성장하기 위해 경력을 개발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정부가 약속한 ‘후진학 지원 정책’ 따라 고졸 취업자들은 고등직업교육기관에 진학해 리더십과 대인관계, 전문성 등을 향상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대표적인 고졸 취업자 후진학 유형에는 △재직자 특별전형 △사내대학 △계약학과 △방송통신대 △사이버대학 △학점은행제 등이 있다.

재직자 특별전형은 특성화고나 마이스터고를 졸업한 학생이 3년 이상의 산업체 근무경력을 가지고, 정원 외 특별전형으로 대학에 입학해 일과 학업을 병행하는 제도다.

사내대학은 산업체가 소속 재직자의 교육을 위해 직접 사내에 학교를 운영하는 제도다. 전문학사나 학사에 해당하는 학위를 부여하고 있다. 현재 삼성전자와 삼성중공업, KDB산업은행, LH토지주택공사, SPC, 대우조선해양, 현대중공업 등에서 사내대학이 운영되고 있다.

계약학과는 산업체의 특별한 교육과정 요구로 일반대와 전문대학 등에 설치, 운영되는 학과를 말한다. 재교육형과 채용조건형으로 나뉜다. 재교육형은 산업체 소속직원의 재교육을 위한 것이고, 채용조건형은 교육과정을 이수한 학생 채용을 위한 유형이다.

방송통신대에서는 고졸 취업자를 위한 후진학 전공학부를 운영하고 있다. 유연한 학사관리와 장학금 지원이 장점으로, 고졸 재직자 대상의 후학습 기회를 확대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이외에도 사이버대학은 PC와 스마트폰 등 정보통신을 활용해 재직자에게 최적화된 실무중심의 교육 기회를 제공한다. 또 학점은행제의 경우 학교에서 뿐만 아니라 학교 밖에서 이뤄지는 다양한 형태의 학습과 자격을 학점으로 인정하고, 학점이 누적돼 일정 기준을 충족하면 학위를 취득할 수 있다.

■전문대학의 대표적인 고졸 취업자 후진학 유형은 = 정부는 직업계고를 나와 고졸로 취업한 학생이 전문대에 진학해 더욱 사회적으로 자립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제도도 운영하고 있다. 이른바 P-Tech로 불리는 ‘한국형 고숙련 일학습병행제’와 ‘중소기업 기술사관 육성’이 대표적이다.

P-Tech는 고등학교와 전문대학 간 연계를 강화하는 제도다. 일학습 병행제인 이 제도는 △고교단계 2년 △기업체 근무 △전문대학 진학 등의 과정으로 운영된다. 고교 단계에서 학생들은 1200시간 동안 도제학교 기초능력을 습득한다. 이어 기업체에 근무하며 NCS 기반의 기업현장 숙련기술을 터득하게 된다. 전문대학에 진학해 전공능력을 심화시켜 숙련된 능력을 심화시킬 수 있다.

중소기업 기술사관 육성 제도는 고등학교와 전문대학, 기업 등 3자 연계를 지향하고 있다. 중소기업에 필요한 전문기술인력의 체계적 양성을 목표로, 특성화고와 전문대, 기업 간 협약을 체결해 연계 교육 과정을 운영하는 제도다. 협약 기업에 취업하는 기본 교육 과정에 4~5년이 걸리는 장기사업이다.

■‘수박 겉핥기’ 후진학 지원 정책, 진학자 수요 충족에만 집중 = 겉으로만 보면 우리나라 고졸 취업자의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해 촘촘한 제도가 갖춰져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현실적인 측면에서 개선의 여지가 많다고 주장한다.

송우용 대구광역시교육청 융합인재과장은 “후진학에 대한 대학과 기업의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며 “대학과 기업이 근로자 경력, 직무역량 개발 지원보다는 근로자의 진학 희망 수요를 단순히 수용해 주겠다는 입장만 보이고 있다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기업과 대학이 고졸 근로자 후진학에 대한 좀더 적극적인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기업은 근로자의 직무역량 향상을 지원해 중견 사원을 양성하는 책무성을 인식하고, 고졸 근로자들이 스스로 후진한 의지가 발현되도록 유도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이유다.

송우용 과장은 “예를 들면 대학 수강을 위한 근로시간 조정과 학위 수여 뒤 호봉·직급을 재조정하는 등의 적극적인 사내 인재육성 인식이 필요하다”며 “대학에서도 근로자가 근무를 지속하면서 수강이 가능하도록 강의 시간을 야간이나 주말, 특정 계절로 조정하고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한 다양한 전공학과와 맞춤형 교육과정을 운영해 도와줘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재직자 특별전형의 확대와 홍보 강화 역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송 과장은 “대학은 그동안 평생교육적 측면의 성인교육 학과를 대상으로만 재직자 특별전형을 실시하면서, 다양한 직무에서 종사하는 고졸자들로부터는 외면을 받고 있는 게 현실”이라며 “재직자 특별전형을 고졸 근로자의 후진학 수요에 따라 다양한 학과로 확대하고 관련 입시 정보를 각 기업과 직업계고를 대상으로 적극 홍보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고교-대학-기업 간 ‘시너지’…선행돼야 할 것은? = 그렇다면 고졸 취업자를 위한 능동적인 후진학 활성화를 위해서는 어떤 것이 선행돼야 할까. 전문가들은 우선 직업교육을 평생교육적 측면에서 접근해야 하므로, 이와 관련된 직업교육 정책이 수립돼야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와 함께 저출산·고령사 사회가 심화되면서 전문가들은 직업전환 단기교육, 재취업 교육에 대한 수요는 앞으로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하기 때문이다.

교육부 역시 지난해 발표한 ‘대학의 평생교육체제 지원사업 기본계획’을 통해 직업계고 졸업생의 대학교육에 대한 필요성 인식과 참여 의향이 늘고 있기 때문에, 계속교육 수요 충족 관점에서 기반 마련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취업과 경제활동이 시작되는 고등학교 단계에서부터 전문학사와 학사, 나아가 석·박사 학위 과정까지 연계 지원하는 직업교육 정책 수립이 필요한 때다.

직업교육 연계에 대한 기업의 미온적 태도가 그동안 ‘허들’로 작용했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전무가들은 기업들 사이에서도 적극적인 각성이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고졸 취업자를 위한 고등직업교육 유형 가운데 ‘계약학과’와 ‘사내대학’의 경우, 현재로서는 고졸 근로자의 학구열에 대한 단순 지원에 그치고 있다는 인식이 강하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한 이유로 기업이 가져야할 재직자 직무교육 의지보다 근로자의 학구열이 높은 상황이기 때문에 기업이 미온적으로 대처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송우용 과장은 “고졸 채용에서부터 기업이 사내 인재양성 시스템을 마련하기 위해 고등학교를 비롯해 전문대학과 일반대, 대학원 등 중등·고등직업교육 기관을 묶어 협약을 체결하고 고졸 근로자의 경력개발을 지원해야 한다”며 “특히 이 계약에 후학습 근로자의 취득 학위에 따라 승진과 호봉을 고려하고 직무를 재배치하는 등 인센티브가 포함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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