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완 총장, 한국GM 출신 ‘자동차 업계 대부’
기업과 협업으로 ‘현장에서 원하는 인재’ 기른다
자동차 산업 변화 주목…제조업보다 서비스 직군 인재 양성
새로운 전공으로 새로운 인재 유치, 유학생 유치에도 적극 노력

박병완 총장은 자동차 산업의 일자리 전망에 대해 "제조업 쪽 일자리는 줄어들어도 서비스 부분에는 더 많은 인력이 필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한명섭 기자)
박병완 총장은 자동차 산업의 일자리 전망에 대해 "제조업 쪽 일자리는 줄어들어도 서비스 부분에는 더 많은 인력이 필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한명섭 기자)

[한국대학신문 허지은 기자] 자동차 산업은 4차 산업혁명 기술이 적용되는 대표적인 분야다. 또한 우리나라의 대표 업종으로, 국내 자동차 산업은 최근 다양한 이슈를 겪고 있기도 하다. 이런 시점에 아주자동차대학이 한국GM에서 오랜 경력을 쌓은 박병완 총장 체제를 구축한 것은 고무적이다.

박병완 총장은 아주자동차대학이 갖춘 인지도와 산업체로부터의 신뢰를 바탕으로 실무에 더욱 가까운 교육을 실시하고자 한다. ‘실무 중심 교육’이라는 말 자체는 전문대학에서 너무나 흔하고 당연한 말이지만, 박 총장은 산업에서의 경험을 토대로 실제 기업이 원하는 ‘실무 능력’을 가르치려고 한다. 동시에 시대의 변화에 맞춘 교육과정 운영으로 자동차 특성화 대학으로서의 위상을 더욱 공고히 하려는 목표를 갖고 있다. 박 총장을 만나 그가 이해하고 있는 자동차 산업의 흐름과 인재 양성 전략을 들어봤다.

-MIT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해외에서 연구를 계속할 수도 있었을 텐데 한국으로 돌아왔던 이유는 무엇이었나.
“국비유학생이어서 한국으로 돌아오게 돼 있었다. 잠시 미국에서 취업을 해볼까 생각하기도 했었고, 사실 처음에는 학교로 갈까도 고민했었다. 그러던 중에 당시 대우그룹에서 스카우트팀을 보내 내게 대우자동차(현 한국GM) 입사를 권했다. 대우에 입사한 뒤 가장 먼저 엔진설계부에서 일을 시작했다. 당시 국내 자동차 회사들이 독자 엔진을 갖지 못했을 때였다. 그럴 때 대우자동차에서 첫 자체 엔진을 개발했는데, 그 과정에 참여한 첫 세대 중 한 명이다. 대우와의 인연으로 아주대학교, 아주자동차대학과도 인연이 됐다. 2013년 서울모터쇼에 한국GM 대표로 참석했는데 그때 수제 스포츠카를 전시한 아주자동차대학 학생들과도 함께한 일이 있다.”

-자동차 업계에 오랜 기간 몸담았던 총장의 경력은 교육에 어떻게 적용될까.
“그동안 서울대와 MIT 기계공학과에서 공부하고 대우차, 한국GM, 자동차공학회장으로 봉사하며 40년간 자동차와 관련한 산업계와 학계에서 누린 행운을 우수한 인재양성으로 보답하고 싶다. 동문들, 기업에서 함께 일했던 동료와 부하직원들, 협력업체와 부품업체 관계자, 학회 선후배들이 현재 전 세계의 기업, 학계, 관련 단체에서 활약하고 있다. 이들과 함께 협력하며 도움을 주고받고자 한다. 한 예로, 옛 직장의 부하직원이 지금은 부품회사의 CEO로 활동하고 있다. 이제는 고개를 숙이고 찾아가 발전기금도 부탁하고 차량도 기증받는다. 과거에 맺은 인연과 믿음을 바탕으로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 그 도움을 어떻게 우리 학생들에게 흘려보낼까 항상 고민한다. 이 학생들이 졸업해 다시 그 회사에 취업해서 열심히 업무에 충실히 노력해 준다면 그것이 내가 빚진 산업체 대표와 동료들에 대한 가장 큰 보답일 것이다.”

-자동차 산업 현장에서 원하는 인재는 어떤 사람인가.
“잘 아시겠지만, 자동차나 자동차 부품 관련 직종은 한 사람이 모든 것을 하긴 힘든 일이다. 자동차 한 대를 개발하는 데 엔지니어만 500명에서 많게는 1000명이 달라붙는다. 상호 협력이 중요한 직업이다. 그렇기에 이 직종에서 일하려면 자동차에 대한 열정, 성실성도 있어야 하지만 무엇보다 협력, 협조하고 팀워크를 이룰 수 있는 정신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 아주자동차대학에 여러 교육과정이 있는데 프로젝트 기반 수업과 같은 다양한 교육과정과 교수법을 통해 학생들이 팀워크를 체화할 수 있도록 하려고 한다. 대표적인 것이 ‘드림 프로젝트’인데, 7개 전공 학생들이 모여서 자동차 스타일링부터 제작해 직접 수제 차를 완성하는 것이다.”

-반대로 산업체 출신 인사로서 보기에 전문대학 학생들이 갖는 강점은 무엇인가.
“열정과 성실성, 협업능력이다. 재차 강조하지만 수많은 사람의 연구와 협업, 부품사와 협력회사와 함께하는 자동차 산업의 특성상 ‘잘난 한 사람’보다는 협력하고 협조하는 여러 명이 더 필요하다. 소통능력, 됨됨이, 끝까지 하는 근성이 전문대 출신 인재의 강점이다. 전문대 출신 인재들은 이를 더욱 살려야 할 것이다.”

-총장의 좌우명은.
“사실 특별한 좌우명은 없다. 하지만 평상시에도 ‘지금 이 순간에 충실하자’는 생각을 한다. 지금을 후회하지 말고, 지금이 가장 행복한 시간이라고 생각하면서 충실히 사는 것이다. 아이들에게도 하고 싶은 일을 하고 후회 없는 삶을 누리라고 말한다.”

-자동차 산업에서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자동차 분야 인재 양성도 같이 변화해야 할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이라고 하면 인공지능, 빅데이터, 자율자동차 등 여러 기술 이슈가 있다. 아주자동차대학은 이 중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분야에 집중하려고 한다. 역발상이다. 자동차 산업분야도 융합과 통합을 통해 새로운 산업과 직업이 탄생하고 소멸할 것이다. 기술의 발달로 제조 과정의 많은 부분이 자동화되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그중에도 기계가 하지 못하는 직군이 있다. 창의성과 인간적 감수성을 요구하는 분야다. 이런 인재를 양성하려고 거듭 노력중인데, 공학과 ICT, 전자, 환경 분야가 융합된 친환경 전기자동차 전공이 한 예다. 공학과 인문학, 미학, 감성이 융합된 자동차멀티어드바이저 전공도 있다. 스마트팩토리, 건설기계, 전장튜닝, 드론 등 다양한 파일럿 트랙을 통해 시험과 연구를 하고 있다.”

-자동차 산업의 전망이 흐리다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두 가지 의견이 있다. 자동차 판매가 늘어날 것이라는 것과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다. 판매량이 늘어날 것이란 전망의 근거는 베트남과 인도와 같은 신흥 자동차국의 등장이다. 중국에서는 판매량이 줄어들었다는 사실을 고려해야 한다. 후자의 전망은 선진국을 중심으로 일어나고 있는 공유경제의 활성화를 근거로 한다. 자동차 시장에도 공유경제가 적용되면서 사람들이 이제는 자동차를 소유하기보다 공유하고, 이로 인해 자동차 판매량이 줄어들 것이란 분석이다. 개인적으로 나는 후자에 무게를 싣는다. 그러나 여기서 주목할 것은 판매량이 줄어든 대신 한 대당 주행거리가 늘어날 것이란 점이다. 즉 제조업 쪽 일자리는 줄어들어도 서비스 부문에는 더 많은 인력이 필요해질 것이라 볼 수 있다. 우리 대학은 여기에 주목하고 서비스 분야 인력 양성에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다.”

-한국GM에 최근 논란이 된 일이 있었다. 군산 공장이 폐쇄된 일이다. 인근 대학도 영향을 받았다.
“팩트를 중심으로 말씀 드리겠다. 군산 공장에서 생산하던 모델 대부분은 준중형 모델로, 국내에서는 인기가 별로 없는 모델이었다. 주로 서유럽에 수출했다. 그러다 GM이 서유럽에서 철수하면서 공장 가동률이 10% 수준으로 떨어졌다. 근로자들이 한 달에 사나흘 정도 일하는 상황이었다. 공장 가동이 안 돼도 임금은 보전해줘야 했는데 여기에 국고가 투입됐다. 사실상 국가가 임금을 보전해주고 있던 것이다. 그런 상황이 1년 이상 됐다.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본다.”

-외국인 유학생 유치를 대학 운영 목표 중 하나로 꼽았다. 현재 유치 현황은 어떠한가.
“2016년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뿌리산업 외국인 기술인력 양성대학에 선정됐고 사업을 통해 외국인 유학생의 안정적인 국내 취업과 정착을 할 수 있는 체제를 구축한 결과 우수한 외국인 유학생이 꾸준히 입학하고 있다. 과정을 마치고 졸업한 본교 출신 유학생들이 국내 기업에 성공적으로 취업해 정착했다. 이러한 사례가 현지 가족과 친지들에게 알려지면서 졸업한 유학생의 소개로 가족, 친구들이 입학하고 있다. 덕분에 자동차산업이 성장 산업으로 부상하고 있는 베트남, 말레이시아와 같은 동남아시아와 우즈베키스탄 등 신흥 자동차 산업국에서 입학하는 유학생들이 꾸준히 증가해 2014년까지 ‘0명’이던 해외유학생이 올해 1학기 현재 65명으로 차근차근 증가하고 있다. 전체 재학생의 6.7% 수준이다. 지난해의 경우 과정을 마치고 졸업한 유학생 100%가 취업했는데 모두가 국내 자동차 부품회사로 취업했다. 우리 대학과 현대자동차가 운영하는 현대자동차 Truck&Bus 아카데미 교육에 우리 대학 재학생 16명이 교육을 받고 있는데, 이 중 6명은 베트남 유학생이다. 장기적으로는 우리 대학에서 유학을 마치고 자신의 모국에 진출한 한국기업의 현지법인에 취업하는 로드맵을 구상하고 있다. 자동차 산업이 막 시작되는 신흥 자동차 공업국가에서는 자동차 기술자에 대한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보여 이러한 국가들을 중심으로 유학생 모집 방안을 구상 중이다.”

-전문대학이 가장 어려운 시기에 아주자동차대학을 이끌게 됐다. 각오와 계획은.
“우리 대학은 기본적으로 자동차를 좋아하는 학생들이 온다. 일정 정도 학생 수는 어떤 홍보 없이도 자동차 특성화 대학이기에 아주자동차대학에 오는 숫자다. 문제는 나머지 정원이다. 학령인구 감소로 올해부터 입시가 상당히 힘들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 전 교직원이 새로운 각오로 임하고 있다. 새로운 전공과 교육을 통해 더 많은 학생을 유도하려 한다. 다른 대학엔 없는 새로운 전공에 새로운 학생을 선발하려 하고 있다. 기업과 협업해 새로운 전공을 준비 중이고, 수입차 쪽에서 새로운 직군에 대한 인력을 요구하고 있어 이 부분에 대한 교육을 실시하려 한다.”

[TIP] 현장에 가까운 교육, 직접 체험하는 교육

아주자동차대학은 국내 유일의 자동차 특성화 대학으로, 자동차 업계와 가장 가까운 교육을 실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은 크게 △기업과 협업한 교육 프로그램 △산업체 명사 특강 △AMC 모터 페스티벌(AJOU MOTOR COLLEGE MOTOR FESTIVAL)로 나눌 수 있다.

아주자동차대학의 대표적인 산학협동 교육 프로그램은 국내 자동차 산업의 대표 기업인 현대자동차와 함께하는 ‘현대자동차 Truck&Bus 아카데미’다. 아주자동차대학과 현대자동차는 2018년 8월 상용차 분야 전문 정비인력 양성을 위한 ‘현대 Truck&Bus 아카데미’ 운영 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협약체결 이후 현대자동차 Truck&Bus 아카데미 1기 교육과정을 통해 지난해 11월 제1기생을 배출했다. 올해는 2기 교육생들이 참여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아주자동차대학을 비롯해 전국 6개 대학이 참여하며, 상용차 분야 정비인력을 양성한다. 총 10주 과정으로 진행되며 현대자동차의 전문 강사가 직접 대학을 방문해 학생들을 지도한다. 우수학생에게는 장학금도 수여한다.

수입차 업체와의 협약도 활발하다. 4월 22일 재규어랜드로버 코리아(대표이사 백정현)와 ‘글로벌 어프렌티스 프로그램(Global Apprentice Program)’ 운영을 위한 MOU를 체결한 것이다. 글로벌 기업 재규어랜드로버가 대학 내에 프로그램을 개설하고 자동차 기술을 교육하는 것으로, 아주자동차대학에는 세계에서 세 번째로 개설됐다.

프로그램은 7월부터 시작된다. 아주자동차대학 졸업예정자 12명이 46주간 집중교육을 받을 예정이다. 또한 정직원과 동일한 급여도 받으며 수료 후 취업도 가능하다. 채용 후에 현장에서 경험을 쌓아 고숙련 기술자로 성장하도록 하는 것이 어프렌티스의 궁극적 목표다.

이와 동시에 전체 학생들을 대상으로 현직자의 경험을 공유하고 취·창업 의지를 고취시키는 명사 초청 특강도 진행되고 있다. 올해만 해도 △장성택 BMW 코리아 상무 △하남수 네토디자인 자동차 디지털 디자이너 △박병일 자동차 명장 등이 아주자동차대학을 찾았다.

특히 장성택 상무는 5월 16일 강연에서 학생들을 BMW 드라이빙 센터로 초대하기도 했다. 찾아오는 이들에게 시설 견학의 기회를 제공하기로 한 것이다. 현장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자 학생들 역시 뜨거운 반응을 보였고, 아주자동차대학도 학생들이 체험의 기회를 놓치지 않도록 차량을 지원하기로 했다.

또한 학생들이 직접 기획하고 준비해 제작‧튜닝한 차를 전시하는 ‘AMC 모터 페스티벌’은 실무를 체험하도록 해 학생들이 생생한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돕는다. 여러 학과 학생들이 함께 제작한 스포츠카와 직접 튜닝한 차량, 또 학생들이 직접 섭외한 희귀 차량 등이 전시된다.

아주자동차대학 학생들은 자체 모터 페스티벌뿐 아니라 서울모터쇼에도 매년 참가하며 수제 스포츠카를 선보이고 있다. 올해 서울모터쇼에는 7개 전공학생들이 제작에 참여한 차를 전시했으며 제작 과정에서 각 전공의 학생들이 협업을 이뤘다.

 

박병완 총장과 최용섭 본지 발행인(우)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박병완 총장과 최용섭 본지 발행인(우)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박병완 총장은…
서울대와 서울대 대학원 기계공학과를 졸업하고 1990년 MIT에서 기계공학 박사를 했다. 1990년부터 2002년까지 대우자동차에서 근무했고 2002년부터 2015년까지는 한국GM 파워트레인 연구소장을, 2006년부터 2008년까지는 파워트레인개발담당 전무를 역임했다. 2009년에는 파워트레인부문 부사장에 올랐다. 2014년 한국자동차공학회 회장을 지냈고 2016년부터 2018년까지는 아주대 기계공학과 연구교수로 재직했다. 한국자동차공학회 공로상을 받은 바 있다. 2018년 7월 아주자동차대학 제7대 총장에 취임했다.

<대담 = 최용섭 발행인 / 사진 = 한명섭 부국장 겸 사진부장 / 정리 = 허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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