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이동에 따른 ‘필연적 연쇄 반응’ 예상
고려대·연세대 가군 이동, 서강대 나군 이동 가능성 높아

서울대가 현 고1이 치를 2022학년 대입에서 모집군을 나군으로 변경함에 따라 정시모집에서 '모집군 대이동'이 벌어질 전망이다. (사진=서울대 제공)
서울대가 현 고1이 치를 2022학년 대입에서 모집군을 나군으로 변경함에 따라 정시모집에서 '모집군 대이동'이 벌어질 전망이다. (사진=서울대 제공)

[한국대학신문 박대호 기자] 현 고1이 치를 2022학년 대입에서 대학들의 정시모집 모집군 ‘대이동’이 벌어질 전망이다. 서울대가 해당 학년부터 가군에서 나군으로 모집군을 옮기겠다고 선언했기 때문이다. 선발구조상 서울대와 다른 모집군을 택할 수밖에 없는 고려대와 연세대가 이동할 것이 확실시되는 가운데 다른 대학들도 각자의 득실에 따라 모집군 이동과 유지를 놓고 고심을 거듭하는 등 ‘후폭풍’이 만만찮을 것으로 보인다. 선호도 높은 대학과 경쟁대학 등의 선택에 따라 대학들의 모집군 변화가 줄을 잇는 ‘연쇄 반응’이 발생하게 될 것이라는 얘기다. 

서울대가 모집군을 왜 옮겼는지를 놓고 대학가에서도 각종 추측이 분분한 상황. 서울대는 미술대학 등 실기를 보는 모집단위들이 정시모집으로 이동하면서 전형기간을 확보하기 위해 모집군을 옮길 수밖에 없었다는 입장이다. 

■서울대 정시 모집군 이동 선언…2022학년부터 나군 모집 실시 = 서울대가 현 고1을 대상으로 실시되는 2022학년 대입에서 정시모집 모집군을 바꾼다. 서울대는 이날 발표한 ‘2022학년도 대입전형 추가 예고’ 자료를 통해 “2022학년도 정시모집을 ‘가’군에서 ‘나’군으로 변경한다”고 밝혔다.

서울대가 가군에서 나군으로 모집군을 바꾸는 것은 7년 만의 일이다. 본래 서울대는 2014학년까지 가군이 아니라 나군에서 모집을 실시했다. 2014학년 입시가 진행 되는 2013년 말 학사위원회를 통해 1년 후 치러지는 2015학년 입시부터 나군에서 가군으로 모집군을 바꾸겠다고 선언했고, 2015학년부터 현 가군 모집 체제를 이어오고 있다. 모집군 ‘이동’이라기보다는 일종의 ‘회귀’로 봐야 하는 것이다. 

■서울대 모집군 왜 바꿨나…실기 모집단위 정시 이동에 따른 것 = 서울대는 보도자료를 통해 모집군을 바꾼다고만 밝혔을 뿐 그 이유에 대해 명확히 하지 않았다. 대학가에서조차 ‘왜 모집군을 바꾼 것인지 알 수 없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서울대는 ‘전형기간’ 확보를 위해 모집군을 바꿀 수밖에 없었다는 입장이다. 서울대 입학관계자는 “2022학년부터는 미술대학과 음악대학 등 실기를 보는 모집단위 가운데 수시선발만 실시하던 곳 일부에 정시선발이 도입된다. 가군에서 모집하는 경우 전형기간이 짧아 실기를 치르기 어렵다. 일부 모집군만 나군에서 선발하는 방법도 생각했지만, 전체 모집군을 바꾸는 것이 맞다고 봤다”고 했다. 

서울대 입학관계자의 설명처럼 현재 정시모집은 모집군에 따라 전형기간을 달리 둔다. 현 고2가 치르게 될 2021학년 대입전형의 경우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발표한 ‘대입전형 기본사항’을 보면 원서접수 기간은 2020년 12월 26일부터 30일 중 3일 이상으로 동일한 가운데 가군은 2021년 1월 2일부터 10일, 나군은 11일부터 19일, 다군은 20일부터 28일을 각각 전형기간으로 두도록 한다. 가군에서 모집을 실시하는 경우 원서접수 종료일로부터 열흘 남짓한 기간 내 전형을 끝내야 하다 보니 예체능 실기 선발이 어려울 수밖에 없는 구조다. 

■고려대·연세대 가군 이동부터…필연적인 ‘연쇄 반응’ = 서울대가 모집군을 바꿈에 따라 다른 대학으로 ‘연쇄 반응’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현재 정시모집은 가군과 나군, 다군의 3개 모집군에 각 1개 대학에 지원할 수 있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선호도가 가장 높은 서울대와 같은 모집군에 남는 것이 유리할지, 다른 군으로 이동하는 것이 유리할지를 놓고 대학들의 셈법은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 

먼저 고려대와 연세대의 가군 이동은 필연적인 일로 보인다. 서울대와 같은 모집군에 남을 경우 우수 자원들을 서울대에 선점당하는 결과가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만약 두 대학이 현재와 같은 나군 선발 체제를 고수한다면, 수험생들은 서울대와 고려대·연세대에 동시 지원할 수 없고 1개 대학을 선택할 수밖에 없어 ‘선택권’이 줄어든다는 지적도 나오게 된다. 

서울대가 나군으로 이동하고, 이에 발맞춰 고려대와 연세대가 가군으로 자리를 옮기면, 현재 가군에 있는 서강대는 나군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높다. 고려대·연세대가 서울대에 지원하는 수험생들을 겨냥한다면, 서강대는 고려대·연세대에 지원하는 수험생들을 겨냥하는 형태로 정시모집 전략을 세우는 모습을 기존에 보여왔다는 점에서다. 

2015학년 들어 서울대가 나군에서 가군으로 모집군을 옮기던 당시에도 고려대·연세대는 서울대와 다른 모집군, 서강대는 서울대와 같은 모집군을 선택하는 모습을 보인 바 있다. 전문가들도 지난 사례들을 볼 때 이 같은 모습이 재현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서울대 이동에 따라 연세대, 고려대가 나군에서 가군으로 이동하고, 서강대는 연세대, 고려대 이동에 따라 나군으로 재이동할 가능성이 높다. 대학들의 연쇄 이동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외에 분할모집을 실시 중인 성균관대와 한양대, 중앙대, 경희대, 한국외대, 서울시립대 등은 현 체제를 고수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다만, 여러 모집군 중에서도 ‘주력군’을 어디로 설정할 것인지를 놓고서는 다소 변화를 줄 개연성이 충분하다. 

남은 서울권 주요대학 가운데 이화여대의 선택도 눈길을 끈다. 2015학년 당시 이화여대는 ‘수험생들의 혼란 방지’를 위해 가군 모집 체제를 고수했던 대학이라는 점에서다. 2022학년 벌어질 ‘모집군 대이동’에서도 이화여대가 현재와 같은 체제를 고수할 것인지는 지켜봐야 할 일이다. 

■모집군 대이동 놓고 ‘이 말 저 말’…수험생 혼란 우려하는 반응도 = 주요대학들의 ‘셈법’이 복잡해질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서울대의 갑작스런 모집군 변화에 곱지 않은 시선도 예상된다. 그나마 경쟁대학의 동향만 체크하면 되는 서울권 주요대학은 큰 문제가 없겠지만, 여러 이해득실을 따져야 할 주요대학 이외 대학들은 모집군 결정을 놓고 골머리를 앓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주요대학 이외 한 대학의 입학관계자는 “2022학년 대입전형 시행계획을 내년 4월이면 발표해야 한다. 서울대가 모집군을 바꾸면 그에 따라 많은 대학들이 모집군에 손을 댈 수밖에 없다. 우리도 경쟁대학 등의 동향을 살펴 모집군을 결정해야 한다. 수험생들의 혼란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지역 내 대학들과 많은 얘기를 나눠 이를 정할 것”이라고 했다. 

수험생들의 혼란을 막기 위해서는 모집군 변경에 대한 ‘조기 발표’가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임성호 대표는 “모집군이 대량으로 변경되면 수험생들의 혼란은 필연적”이라며 “타 대학들도 모집군이나 학과별 선발인원들을 조기 발표해야 수험생 혼란을 줄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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