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신림동 ‘강간미수’ 사건을 보며
[시론] 신림동 ‘강간미수’ 사건을 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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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월구 본지 논설위원 (강릉원주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초빙교수)
강월구 교수.
강월구 교수.

지난 5월 28일 새벽 6시 넘어 서울시 관악구 신림동에서 사건이 있었다. 30세의 한 남성이 원룸 집에 들어가는 여성을 뒤따라 들어가려고 했으나 간발의 차이로 문이 닫혀 들어가지 못했다. 문이 닫힌 이후에도 남성은 10여 분간 초인종을 누르고 ‘뭐 흘리고 간 게 있다’는 식으로 말하며 문을 열어달라고 하고, 스마트폰 손전등을 켜서 문 잠금장치의 비밀번호를 확인하려고 하더니 다른 층으로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와 문을 열려고 시도하는 등의 행동을 했다. 이른바 신림동 ‘강간미수’ 사건이다. 이 사건 이후 피해 여성이 관련 동영상을 인터넷에 올려 사건이 세상에 알려지게 됐고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게 됐다. 경찰은 처음에 단순하게 ‘주거침입 미수’라고 이야기했다. 성폭력을 시도했다는 증거를 찾을 수 없다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알지도 못하는 여성을 뒤따라가고 여성의 집을 들어가려고 했다는 사실이 성폭력을 하려고 했다는 것’이라며 분노했고, 여론의 질타를 받은 경찰은 이후 남성을 ‘주거침입·강간미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구속된 남성을 지난 6월 7일 검찰에 송치했다. 

사람들은 이 사건을 보며 혼자 사는 여성들의 안전을 확보하는 대책이 강화돼야 하고, ‘스토킹처벌법’이 조속히 제정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스토킹은 성폭력의 전조 현상이다. 그럼에도 스토킹은 현행법상 경범죄로 취급돼 노상방뇨, 무임승차, 무전취식 등과 같이 10만원 이하의 가벼운 벌금으로 처벌받는다. 스토킹처벌법은 진작에 국회에 제출됐지만 여전히 제정되지 않고 있다. 스토킹의 심각성을 모르고 있다는 것이다. 지금이라도 ‘스토킹처벌법’이 빨리 만들어져야 한다. 특히 여러 번 지속적으로 괴롭히거나 따라다닌 것만 처벌할 것이 아니라 ‘극도의 공포심을 느낄 정도의 성폭력 목적의 스토킹’은 1회만으로도 처벌이 이루어지도록 해야 할 것이다. 

우리 사회는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점점 무서운 세상이 되고 있다. 밤거리를 편하게 다닐 자유, 클럽이나 술집에 가서 편하게 술 마실 자유도 보장받지 못한다. 편하게 공공 화장실을 가기도 어렵고, 지하철이나 버스도 마음 편히 타지 못한다. 반지하에 살아도 창문을 마음대로 열지도 못하고, 편의점이나 식당 알바도 편하게 하지 못하는 세상이다. 이런 얘기를 하면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조금만 관심을 갖고 뉴스나 인터넷을 검색해보면 알 수 있는 사실이다. 버닝썬 게이트에서 보듯 물뽕(GHB)을 이용한 강간, 단체톡방에서의 불법 성관계 자랑과 아무도 말리지 않는 남성들의 연대, 불법 성관계 동영상 촬영과 유포, 이를 클릭하는 사람들, 여자화장실에 설치된 몰카, 지하철에서의 몰카나 성추행, 여자가 사는 반지하방을 내려다보고 있는 남성, 방을 보면서 하는 음란행위, 알바를 하는 여성들의 웃음이나 성적 서비스도 같이 산 것처럼 행동하는 남성들의 말이나 행동 등 여성을 성적 대상화하는 일은 뉴스 속에서 또 일상 속에서 비일비재하다. 

‘여성의 성적 대상화’라는 단어를 아는지 묻고 싶다. 여성을 같은 인격을 가진 사람으로 보는 게 아니라 성적인 대상 또는 도구, 물건으로 본다는 말이다. 여성을 성적인 대상으로 만드는 대표적인 예가 포르노이고 게임이고, 나아가 성폭력이고 성매매다. 포르노의 주 소비층은 남성이다. 남성이 만들고 남성 소비자가 좋아하도록 포르노를 만든다. 게임의 여성캐릭터들은 가슴이나 허리, 다리 등 신체가 나뉘어 부각되고 심지어 ‘노출이 많을수록 방어력이 높다’는 말이 나올 정도이다. 여성이 성관계를 동의하지 않는데도 하는 것이 성폭력이고 여성의 성이나 몸을 돈 주고 사는 것이 성매매다. 

우리는 여성을 성적으로 소비하는 콘텐츠에 수시로 노출되어 있다. 늘 가까이하는 TV, 영화, 인터넷, 스마트폰 속에서 ‘숨 막히는 뒤태’ ‘아찔 노출’ 등 여성의 성적 대상화는 넘쳐나고 또 넘쳐난다. 만드는 쪽에서 이런 걸 덜 만들어야 하지만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이 되니 계속 만들고 있다. 이제 다수의 건강한 사람들의 힘으로 여성을 성적으로 소비하는 콘텐츠를 불매하거나 소비하지 않는 것이 필요하다. 그런 사진이나 동영상, 드라마, 영화, 웹툰, 광고 등을 보지도, 클릭하지도, 또 터치하지 않도록 함께 노력했으면 좋겠다. 성평등하고 인간다운 세상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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