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훈 국민정치경제포럼 대표

내가 나를 고용한다. 흔히 수많은 이력서 넣기에 지친 사람들이 선택하기 쉬운 또 다른 길이 창업이다. 원하는 기업에 취직을 하고 싶어 학과 공부, 어학공부 등 스펙 쌓기에 올인하면서 그날을 기다려 왔지만 현실의 높은 벽 앞에서 스스로를 위안하며 창업의 길을 선택한다. 알바를 하면서 겪었던 몇 시간의 카페 경험은 그리 어렵지 않았고 끊임없이 들어오는 손님들 때문에 올라가는 매출액이 이들을 유혹했을 것이다. 어느 쪽이 유리할까? 대기업의 취업과 카페창업, 당신은 어느 쪽을 선택하고 싶은가?

현실에서 대기업에 취업한 친구와 카페를 창업한 친구가 만났다고 가정하자. 말끔히 차려입은 양복에 반듯한 옷차림의 대기업 사원과 앞치마를 두른 카페 사장 중 한 사람은 오더를 내리는 사람이고 다른 사람은 오더를 수행하는 사람이 된다. 규모 있는 인프라로 해당 회사는 물론 회사가 만드는 아우라는 복지와 후생면에서 아쉬울 것 없이 펼쳐주며 상당한 임금으로 더 높은 실적을 독려하고 있다. 팀워크로 효율성을 높인 그들이 일하는 방법은 체계적이며 분업적이다. 따라서 각각 특화된 영역에 따라 지휘권이 분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기업 사원이 된 그는 항상 불안하다. 치고 들어오는 신입사원의 능력이 겁나고 관리자인 상급임원의 신망에 주어지는 직무의 무게가 버겁다.

카페 사장은 어떨까? 자신이 사장이니 아무 걱정이 없을까? 대기업 사원에 비해 상대적으로 느슨한 복장에 자유로운 스타일이지만 불안감은 카페사장이 더 크다. 창업을 순수 자신의 자산으로 하지 못했기에 커다란 빚이 있다. 다달이 돌아오는 대출이자와 점포임대료가 커다란 짐이 되어 하루하루 매출을 염려하는 워리어가 된다. 손님이 왜 줄어드는지, 옆 점포에는 무슨 메뉴를 하는지, 식상한 카페가 되지 않으려고 바쁜 와중에도 계속적으로 신메뉴를 개발해야 하고 시장의 트렌드를 따라가려고 진땀을 흘린다. 카페의 오픈부터 문을 닫는 순간까지 그는 생산직 노동자 못지않은 노동 강도를 구사하며 신제품 개발과 고객서비스, 제품생산에 제대로 쉴 시간조차 갖지 못한다. 대기업 사원은 자신의 고민만 해결하면 되지만 카페사장은 자신의 고민 이전에 빚을 해결해야 한다.

그냥 버티기만 해도 높은 급여와 복지를 누릴 수 있는 대기업 사원이 된 친구는 1년을 겨우 버티고 어렵게 들어간 직장을 스스로 박차고 나온다. 실제로 대기업 1년 차에 그만두는 사람들이 27.7%에 달한다. 카페 역시 다르지 않다. 쉽게 시작할 수 있는 만큼 폐업률도 높다. 특별한 영업노하우가 없는 개인 카페가 경쟁력을 탑재하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또 부쩍 가까운 거리에 들어서는 프리미엄급 카페의 아우라는 작은 카페의 존재를 무색하게 손님들을 빼앗아간다. 혼자하는 일이든 조직에서 하는 일이든 일은 그리 만만한 존재가 못 된다. 적당히 벌고 잘살자는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문화는 일이 어떤 것인지 알지도 못한 상황의 젊은이들을 혼란에 빠뜨린다.

1년간 구직을 위해 투자한 비용 342만원, 1년 카페 운영을 위해 투자한 비용 6420만원 간단한 직업적응테스트를 위해 들인 비용과 시간이 아깝다. 짧은 경험으로 전부를 알 수가 없다. 일도, 사업도 성장-발전-성숙-포화-쇠퇴의 사이클이 있다. 내가 갈 수 있는 고지가 어디인지는 겪어봐야 안다. 겪지 않고서는 가지 않은 길에 대한 미련처럼 아쉬움이 남는다.

현실적으로 창업이 취업보다 어렵다. 취업은 단계별로 주어진 과제를 풀면 되지만 창업은 단계도 과제도 스스로 만들어야 한다. 이것을 문제로 만드는 것은 자기 자신이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도 모르고 사회에 내몰려 취업이냐 창업이냐를 결정한다. 치명적 게으름과 선택장애가 있는 사람이 창업을 한다면 매 순간이 고통이고 갈등으로 이어져 앞으로 나아갈 수도 없을 것이다. 매 순간 효율을 생각하며 또 다른 방법과 상품들이 눈앞을 지나고 계획하고 설계하며 실천하는 스타일의 사람이라면 규칙적이고 정해진 과정의 틀 안을 반복해야 하는 삶을 답답해할 것이다. 어느 길로 들어설지 발을 내려놓기 전에 먼저 자신을 살펴봐야 한다. 나는 어떤 성향의 사람인가, 어떠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가를 알아내는 것이 어렵게 만들어 놓은 결과물에 실패를 들여놓지 않는 방법이다. 취업도 창업도 그 기준을 내게 놓고 바라보자. 자신을 아는 만큼 성공률도 높아질 수 있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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