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대호 기자

[한국대학신문 박대호 기자] 최근 발표된 QS 세계대학평가 순위를 놓고 대학들의 반응은 엇갈린다. 전년 대비 순위가 껑충 뛰어오른 대학들은 화색이 만연한 반면, 좋지 못한 성적표를 받아든 대학들은 울상이다. 만족스러운 순위를 거둔 대학은 보도자료까지 내가며 ‘성과’를 널리 알리는 데 집중하지만, 그렇지 못한 대학 중에서는 학내 커뮤니티를 통해 ‘반성문’에 가까운 변명을 늘어놓는 곳도 있다. 일각에서는 대학 본연의 책무인 교육과 연구에 신경을 쏟으면 될 일이라며 세계대학평가 자체에 의미를 두지 말자고 주장하지만, 뜬구름 잡는 소리일 뿐이다. 

대학들의 희비 교차는 비단 QS 순위가 발표될 때만 벌어지는 일이 아니다. 세계대학평가는 ‘양대산맥’으로 여겨지는 THE와 QS 순위 외에도 상당히 많다. 중국 상하이자오퉁대가 내놓는 ARWU, 네덜란드 라이덴대가 주관해 라이덴랭킹으로도 불리는 CWTS 등이 있는가 하면 사우디아라비아에 위치한 세계대학랭킹센터에서 내놓는 CWUR도 있다. 여기에 아시아순위, 소규모순위, 신흥대학순위 등 THE나 QS 등의 대형기관이 지역이나 항목을 구분해 내놓는 순위들도 더해진다. 이러한 평가가 나올 때마다 대학들은 ‘전전긍긍’한다. 

세계대학평가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는 방법을 모르는 대학은 없다. 세부 평가 지표가 다르다보니 순위가 요동치지만, 국내 대학만 놓고 보면 전반적인 순서는 크게 다르지 않다. 대학이 지닌 ‘연구력’이 순위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이를 뒤집어 생각하면, 연구력을 기르면 좋은 순위를 받을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연구력’은 구체적으로 논문과 평판의 두 요소로 귀결된다. 이 중에서 논문은 ‘피인용’이 결정적 역할을 한다. 다른 논문에서 얼마나 많이 인용하고 있는지를 보는 ‘피인용’은 얼마나 좋은 논문을 썼는지 알아볼 수 있는 방법이기에 대부분의 세계대학평가에서 상당한 배점을 지닌다. 전체 배점 기준 QS는 20%, THE는 30%를 피인용에 두고 있을 정도다. 이러한 피인용 지수가 높은 대학은 대체로 학계 평판도 좋기 마련이다. 

이처럼 연구의 ‘질적 수준’을 높이기 위한 정공법이라면 ‘꾸준한 노력’을 들 수 있겠다. 교수들이 마음 놓고 연구할 수 있는 토양을 만들어 주고, 당장 성과가 나지 않더라도 지원하며 독려하는 방향의 학내 정책을 명확히 한다면 ‘언젠가는’ 성과가 날 것이다. 연구력 강화를 위해 제도들도 개선해야 할 것이며, 국제적 협력체계도 갖춰야 한다. 

하지만 이 방법은 너무도 ‘오랜 시간’을 요구한다. ‘언젠가는’이라는 것만 믿고, 밑 빠진 독에 계속 물붓는 꼴을 유지하기는 쉽지 않다. 애석하지만 노력이 항상 성과를 보장하는 것도 아니다. 그렇게 몇 년의 시간을 들여 일정 성과가 났다고 하더라도 순위가 오르기까지는 더 긴 시간이 필요하다. 연구력은 즉각 반영되는 지표가 아니기 때문이다. 논문이 발표되고 해당 논문이 인용되기 위해서는 몇 년의 시간이 추가로 필요하다. 누적 수치가 반영되는 연구력 지표의 특성상 의미가 퇴색되지 않으려면 꾸준한 성과도 내야 한다. 

결국 대학들의 관심은 뛰어난 연구성과를 내는 ‘스타 교수’에 쏠릴 수밖에 없다. 석학급 교원 한 명은 그렇지 못한 교수 여러 명보다 더 높은 피인용 지수를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우수 교원 확보 여부가 연구력에 미치는 영향력은 상당하다.

하지만 스타 교수 영입은 대다수 대학에 ‘불감청고소원’이다. 당장 학령인구 감소로 생존 여부를 걱정하며, 장기간의 등록금 동결로 먹고살기에도 급급한 대학들에 스타 교수는 ‘그림의 떡’이 될 수밖에 없다. 올해 QS 순위에 포함된 국내 30개 대학 가운데 순위가 오른 곳이 겨우 10곳에 불과한 것은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포퓰리즘’을 앞세워 대학들의 재정을 묶어놓는 동안 세계에서의 대학 경쟁력은 나날이 낮아지고 있다. 연구력이 뛰어난 대학들이 역량을 마음껏 펼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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