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촌 조카’는 평가 가능? ‘법제화’ 집중하다 ‘구멍 뚫린’ 입학사정관 회피·제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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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촌 이내’ 제한, 기존 가이드라인 대비 범위 줄어
실질적 회피 노력 평가해야 한다는 지적도
입학사정관 회피·제척 제도가 법제화 되는 데는 성공했지만, ‘4촌 이내’로 스스로 몸집을 줄인 탓에 차후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사진은 지난해 수시박람회 상담 모습. (사진=한국대학신문DB)
입학사정관 회피·제척 제도가 법제화 되는 데는 성공했지만, ‘4촌 이내’로 스스로 몸집을 줄인 탓에 차후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사진은 지난해 수시박람회 상담 모습. (사진=한국대학신문DB)

[한국대학신문 박대호 기자] 최근 법제화에 성공한 입학사정관 회피·제척 제도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대학가로부터 나온다. 회피·제척의 대상인 친족 범위가 ‘4촌 이내’로 제한되면서 도리어 기존에 비해 공정성이 약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실효성이 없었다고는 하지만 법제화 이전 지침이 ‘특수관계’ 전반을 포괄했던 것에 비하면, 한층 범위를 좁힌 꼴이 됐기에 추후 문제가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법으로 ‘못 박힌’ 입학사정관 회피·제척 제도는? = 입학사정관 회피·제척 제도는 대입 선발의 주체인 입학사정관이 수험생과 특수한 관계를 가진 경우 선발업무에서 제외되는 것을 의미한다. 

용어가 구분돼 있지만, 실상은 크게 다르지 않다. 수험생과 특수한 관계를 지닌 입학사정관 등이 스스로 선발업무에 참여하지 않고 피하는 것이 회피라면, 제척은 그러한 입학사정관 등을 선발업무에서 배제하는 것을 뜻한다. 자의·타의 여부에 차이가 있을 뿐 평가 공정성을 위해 수험생과 특수한 관계에 있는 입학사정관 등 입학관계자가 선발·평가 등의 업무에서 빠져야 한다는 취지는 같다. 

이 제도가 ‘법제화’된 것은 올해 4월의 일이다. 해당 내용을 담은 고등교육법 일부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것. 당시 법안을 대표발의한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박경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수험생 가족인 입학사정관의 입학 업무를 배제하도록 하는 ‘고등교육법 일부개정법률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며 “앞으로 대학 입학전형에 응시하는 수험생과 가족 등 특수한 관계에 있는 입학사정관은 해당 학생의 선발 업무에서 배제된다”고 설명했다.

당시 통과된 개정안에는 신설조항이 두 개 담겼다. 수험생과 특정 관계에 있는 입학사정관은 해당 학생을 선발하는 업무에서 배제돼야 한다는 것이다. △입학사정관이나 그 배우자의 4촌 이내 친족이 대입전형에 응시한 경우 △입학사정관이나 그 배우자가 과외교습을 한 학생 등이 대입전형에 응시한 경우가 각각 제시됐다. 

기존 자의·타의 여부에 따라 쓰이던 회피와 제척이라는 용어는 ‘배제’로 통일되는 모양새다. 제시된 사례에 해당하는 경우 입학사정관을 입학 업무에서 ‘배제’하도록 개정안이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박경미 의원은 “입학사정관 본인이나 배우자가 입학전형에 응시한 학생과 4촌 이내의 친족인 경우 대학의 장으로 하여금 해당 입학사정관을 업무에서 배제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앞으로 입학사정관은 4촌 이내 친족인 경우는 물론이고 과외교습 등 ‘특수한 관계’에 놓이면 의무적으로 그 사실을 대학에 알려야 한다. 박 의원은 “입학사정관이 응시한 학생을 학원에서 가르쳤거나 과외교습을 하는 등 특수한 관계에 있는 경우 대학의 장에게 의무적으로 그 사실을 알리도록 하고 대학의 장은 이 또한 업무에서 배제하도록 했다”며 ‘공정한 학생선발’을 해당 제도를 법제화한 취지로 내세웠다. 

■‘4촌 이내’로 범위 축소…실효성 있나? = 문제는 두 신설조항 가운데 ‘4촌 이내 친족’이 대입전형에 응시한 경우를 제시한 첫 번째 조항이다. 기존 규정에 비해 입학사정관의 배제 범위를 좁히는 결과를 낳았기 때문이다. 

입학사정관 회피·제척 제도가 생긴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법제화’된 것이 처음일 뿐이다. 기존에도 이와 같은 제도는 존재했다. 

한때 관련 시스템이 도입되기도 했다. 2011년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 주도로 현 학생부종합전형의 전신인 입학사정관전형의 공정성 확보를 위해 만들어진 ‘회피·제척’ 시스템이 바로 그것이다. 당시 대교협은 “입학사정관과 지원자 간 관계를 검증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춘 대학이 적다”며 “입학사정관과 교직원 등이 특수한 관계를 가진 수험생을 평가하는 업무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하는 시스템을 통해 효율적인 회피·제척이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대학 자체 시스템이 없는 대학들을 위해 회피·제척 시스템을 대교협이 제공한 것이다. 

관련 시스템이 있는데도 법제화가 필요했던 것은 이후 개정된 개인정보보호법으로 인해 해당 시스템을 사용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본래 해당 시스템은 입학사정관 등의 사전동의를 받아 연말정산 자료와 인사자료 등을 제출, 모집시기별로 회피·제척이 이뤄지도록 하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2014년 8월부터 개인정보보호법이 ‘법령에서 구체적으로 허용한 경우’에만 주민등록번호와 같은 개인정보를 수집·처리할 수 있도록 개정됐다. 입학사정관 등의 주민등록번호를 수집할 수 없게 된 대학들은 해당 시스템을 사용하지 않기 시작했다. 결국 이 시스템은 2017년을 기점으로 완전히 자취를 감춘 상태다. 

시스템이 유명무실해졌다고 해서 ‘회피·제척’이 이뤄지지 않은 것은 아니다. 학생부종합전형 회피·제척 가이드라인이 있었기 때문이다. 대교협은 “학생부종합전형을 진행함에 있어 지원자 평가에 대한 공정성과 신뢰도를 제고하기 위해 회피·제척에 대한 기본 원칙과 운영 방향을 제시(한다)”며 가이드라인을 대학들에 제시했다. 가이드라인에는 △사전신고서 및 서약서 작성 △수험생과 특수관계에 놓인 입학관계자 배제 △자진신고와 검증, 사후검증 등 회피·제척이 원활히 이뤄지는데 도움을 줄 수 있는 내용들이 담겼다. 대학들은 이를 기반으로 자체 세칙 등의 규정을 만들어 회피·제척을 실시했다. 

문제는 이번에 회피·제척이 법제화되면서 친인척 범위가 좁아졌다는 데 있다. 기존 가이드라인은 ‘본인 및 배우자의 형제, 자녀 및 4촌 이내 친인척을 포함한 모든 지인 중 평가 공정성과 객관성을 해칠 수 있다고 판단되는 지원자’가 대입전형에 응시한 경우 이를 자진신고하고 선발 업무를 회피하도록 했다. 4촌 이상의 친인척도 회피·제척 대상자에 포함돼 있었던 것이다. 

대학 실무자들은 이번에 법제화된 고등교육법 개정안이 ‘4촌 이내 배제’로 규정돼 기존 가이드라인보다도 좁은 범위의 회피·제척이 이뤄지게 된 점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한 서울권 주요대학 입학관계자는 “이번 법령대로라면 회피·제척 범위가 상당히 줄어들었다. 기존에는 특수관계에 있는 모든 인원들이 회피·제척 대상이었지만, 앞으로는 4촌 이내만 신경 쓰면 된다. 대학 입장에서 보면 번거로움을 오히려 덜게 된 셈”이라며 “왜 이렇게 범위를 좁혔는지 의문이다. 아무리 좁게 보더라도 5촌 이내까지는 회피·제척 대상에 포함됐어야 한다”고 짚었다. 

5촌이 거론되는 것은 4촌이 별다른 의미를 갖지 못하기 때문이다. 한 대학 관계자는 “조카의 자녀나 조부모의 형제·자매, 또는 사촌 형제·자매가 4촌에 해당한다. 하지만 입학사정관의 사촌 형제·자매가 대입 수험생 나이대인 경우는 흔치 않다. 친형제·자매의 자녀인 ‘조카’ 외에는 4촌 이내에서 대입 수험생을 찾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하며 “반면 5촌은 생각보다 상당히 가까운 관계다. 내종질·외종질 등 사촌 형제·자매의 자녀가 이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실제 대입 수험생들이 많이 있을 법한 관계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대학들은 ‘법제화’에만 집중하다보니 이 같은 오류가 발생한 것이라며, ‘범위’ 등에 집착하기보다는 실질적인 대학의 회피·제척 노력을 평가하는 것이 더 합리적이라고 주장한다. 한 대학 관계자는 “향후 나올 회피·제척 관련 가이드라인은 올해 정시모집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사촌 여부, 친·인척 여부 등의 범위를 놓고 논쟁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 현 규정대로라면 배우자의 사촌 이내 친ㆍ인척도 회피·제척 대상이 된다. 만약 이혼한 배우자가 있다면 이 경우는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등 따져봐야 할 부분이 많다”며 “대학들이 실질적으로 회피·제척을 위해 노력했다면 이를 반영해줘야 한다. 충분한 교육을 실시하고, 교육부나 대교협이 원하는 조사횟수를 충족했음에도 벌어지는 일들을 대학이 어떻게 막을 수 있겠는가. 이 경우에는 대학의 장 등에게 책임을 묻지 않도록 가이드라인을 세밀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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