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희의 감성터치] 그림자와 메아리
[한강희의 감성터치] 그림자와 메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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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희전남도립대학교 교수 (한국고등직업교육학회 대학지자체상생발전위원장)
한강희 교수
한강희 교수

어린이집 교사 가혹 행위를 이따금씩 뉴스로 접하면서 수십 년이 지난 유년 시절의 씁쓸한 기억이 떠오르는 연유는 무엇일까. 1960~1970년대에 ‘국민학교’나 중학교에 다닌 성인이라면 한 번쯤 경험했을 법한 야만의 체벌이 있었다. 선생님은 싸움질을 하던 두 아이에게 서로 번갈아가면서 따귀를 때리라고 명령했다. 선생님의 강요된 주문에 따라 주고받는 따귀의 강도는 점점 강해져 마침내는 두 아이 모두 울음보를 터뜨렸다. 선생님의 체벌에는 원인 행위나 문책의 경중 없이 둘 다 똑같이 잘못했다는 판단이 깔려 있었다. 국민교육헌장을 외우지 못하면 하교를 늦추는 두려움에 떨었고, 도보행군이라는 이름으로 치러진 1000m를 넘는 산행 소풍을 10시간 넘게 오르내리기도 하는 등 반공과 계몽에 실린 권위주의 교육이 시행된 ‘흑시절’이 있었다. 아무튼 그때는 그랬다.

정치인들의 화법이 금도(襟度)를 넘어서 국민의 기대를 무시한 데 대한 관찰과 진단을 위해 서론이 길어졌다. 정치인들의 무의식에 담긴 시퍼렇게 날선 음험한 랑그(Langue)들이 ‘아니면 말고’ 식으로 민낯을 드러내고 있다. 이는 시대변화의 추이에도, 국민의식 수준에도 한참 동떨어져 있다. 내년 총선을 염두에 두고 벌어지는 당리당략을 위한 아전인수식 논전이 아닌가 해 외면하고 싶다가도 단속적으로 이어지는 형국이어서 마냥 지켜볼 수만도 없다. 하여 국민정서상 도를 넘어서는 발언에 대해 논리적 오류를 지적해 보기로 하겠다. 잘잘못의 원인행위나 사실관계를 비판적으로 검토하는 게 옥석구분(玉石俱焚)의 우를 막는 바람직한 방법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국회의원들끼리 통상적으로 호칭하는 ‘존경하는 의원님’에는 의원 상호간의 위상과 품격을 서로 존중하고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고자 하는 함의가 담겨 있다. 그런데 일부 의원들의 발화는 국가도, 국민도, 국법도, 상대당 의원도 안중에 없고 오직 자당 및 자당 의원 변호에 급급하고 있다.

다음 세 가지는 국민의 눈과 귀를 의심하게 하는 극단적인 사례다.

N의원은 “그 기자 요새 문빠, 뭐 달창 이런 사람들한테 공격당하는 거 아시죠, 대통령한테 독재 이런 거 묻지도 못합니까? 이게 독재 아닙니까?”라고 말했다. 이는 화자 자신의 ‘권위에 호소하는 오류’이자, 특정 단어의 의미를 자의적으로 정의해 사용하는 ‘은밀한 재정의 오류’에 해당한다. 게다가 반민특위 때문에 국론이 분열됐다는 표현은 ‘역사인식의 오류’이기도 하다. 이를 두고 상대당 P의원이 ‘주어 없이’란 표현으로 패러디 하자, 되레 면박을 주기도 했다.

K의원은 “4대강 보 해체를 위한 다이너마이트를 빼앗아 문재인 청와대를 폭파시켜 버리자”고 말했다. 이는 ‘귀납적 의도확대의 오류’이자 ‘인신공격성 오류’에 해당한다. 게다가 사과논평 없이 삭제한 것은 ‘회피’에 해당한다. J의원은 “어떤 면에서는 김정은이가 우리 문재인 대통령보다 지도자로서 나은 면도 있는 것 같다”고 논평했다. 이는 ‘대칭적 관계를 오인한 분할과 합성의 오류’에 해당한다. 즉 전체가 가진 특성을 부분에 그대로 잘못 적용한 ‘분할의 오류’이고, 동시에 부분이 가진 특성을 결합한 전체에 그대로 적용한 ‘합성의 오류’이기도 하다. 이외에도 일부 의원은 이미 역사적 평가가 이뤄진 5·18광주민주화운동 유가족에 대해 “괴물집단을 만들어 우리 세금을 축내고 있다”고 폄하하는 일부 세력의 ‘감정에 호소하는 심리적 오류’도 있다. H의원은 홍보 창구로 선용해야 할 기자들을 향해 “아주 걸레질을 하는구먼, 걸레질을 해”라고 해 빈축을 샀다. 이 역시 공인으로서의 공식어가 아닌 ‘비속어 사용 오류’에 해당한다.

요컨대 논리적 어법에 어긋나는 오류에 해당하는 ‘극혐’의 정치 언어는 협상과 정책의 화법으로 변환돼야 바람직하다.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도래한 작금의 신자유주의 체제하에서 특정 이념 체계나 대표 인격체를 지칭해 좌빨, 수구꼴통, 박쥐, 독재자, 독재자의 후예라고 폄훼하는 소모적이고 비생산적인 이념 일변도의 날선 언어, 비논리적인 언어 오류는 당장 파기돼야 마땅하다.

카를 구스타브 융은 “모든 인격의 궁극적 목표는 자기다움과 자기실현 상태를 달성하는 것이다. 나의 생애는 온전히 무의식의 자기실현 역사”라고 설파한 바 있다. 그림자(Shadow)가 짙게 드리운 자일수록 험상궂은 목소리가 나오게 마련이다. 그들은 정녕 모르는 걸까, 부러 외면하는 걸까. 혐오의 목소리는 메아리가 돼 자신을 향해 되돌아온다는 사실을.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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