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정너’ 전북교육청에 정치권마저 ‘성토’
더 커질 ‘태풍’…내달 10일 이전 서울교육청 무더기 발표

자사고로 인해 불어닥친 태풍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내달 10일 이전 서울교육청이 무더기 재지정평가 결과 발표를 앞두고 있다. 사진은 이번 자사고 재지정 평가에서 가장 큰 논란의 대상으로 떠오른 상산고. (사진=상산고 제공)
자사고로 인해 불어닥친 태풍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내달 10일 이전 서울교육청이 무더기 재지정평가 결과 발표를 앞두고 있다. 사진은 이번 자사고 재지정 평가에서 가장 큰 논란의 대상으로 떠오른 상산고. (사진=상산고 제공)

[한국대학신문 박대호 기자] 최근 연이어 결과가 발표된 자사고 재지정 평가 결과가 교육계에 ‘태풍’을 일으키고 있다. 전북에서 상산고가 재지정을 받지 못해 자사고 지위를 잃을 위기에 놓인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다른 지역에서도 연이어 ‘비보’가 들려오는 모습이다. 안산동산고도 재지정을 받는 데 실패했으며, 27일에는 부산 해운대고도 기준점 70점에 한참 못 미치는 54.5점을 획득하는 데 그쳐 지정취소 절차를 밟는 처지에 놓이게 됐다.  

충격은 여기서 끝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올해 전국에서 재지정 평가를 받아야 하는 자사고는 총 24개교. 이 중 절반이 넘는 13개교가 서울에 몰려 있기 때문이다. 서울교육청은 관내 자사고 재지정평가 결과를 내달 10일 이전 발표하겠다고 공언한 상황. 해당 결과에 따라 다시 한 번 ‘태풍’이 휘몰아칠 가능성은 충분하다. 항간에는 ‘무더기 탈락’이 벌어질 것이라는 예상까지 나돌고 있다. 

■명분·실리 모두 잃은 ‘답정너’ 전북교육청…정치권마저 ‘성토 행렬’ = 문제는 상산고를 탈락시킨 ‘주체’인 전북교육청이다. ‘답은 정해져 있다’는 식의 태도를 일관되게 보이며, ‘불도저’식으로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다는 점에서다.  

상산고는 같은 처지에 놓인 안산동산고나 해운대고와는 격이 다르다. 안산동산고와 해운대고는 70점을 넘기면 재지정평가를 통과하는 상황이었지만, 62.06점과 54.5점을 겨우 얻어 평가를 통과하지 못했다. 하지만 상산고는 79.61점을 받고도 재지정을 받지 못했다. 전북교육청이 전국에서 유일하게 재지정 통과 ‘커트라인’을 80점으로 두고 있었기 때문이다. 유독 다른 시도와 다른 기준을 적용하는 것에 대한 근거는 찾아보기 힘든 상황이다. 

문제는 이것만이 아니다. 전북교육청은 상산고에 ‘사회통합전형’ 관련 엄격한 잣대를 들이댔지만 근거가 빈약하다. 겨우 0.39점 차이로 재지정에 실패한 상산고는 사회통합전형 관련 지표에서 4점 만점 가운데 1.6점을 획득하는 데 그쳤다. 

하지만 1세대 자사고로 불리는 자립형사립고에서 전환된 자사고인 상산고는 법적으로 사회통합전형 신입생을 선발할 의무가 없다. 해당 지표가 달리 설정됐거나 높은 점수를 얻었다면 기준점인 80점을 통과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전북교육청은 해당 지표를 넣어 ‘반강제’로 상산고를 재지정하지 않았다. 처음 평가지표 설정부터 사실상 ‘결론’을 내고 있었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전북교육청은 그럼에도 자신들의 기준이 옳았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전주교육청은 2015년 기준 전주지역 내 일반고인 신흥고나 해성고를 평가한 결과 70점이 넘었다며, 자사고인 상산고는 최소 80점을 넘겨야 재지정이 가능하다는 주장을 이어가고 있다. 

26일 열린 국회 교육위원회 전체 회의에서는 전북교육청에 대한 강한 ‘질타’가 이어졌다. 정치권에서조차 편향된 ‘자사고 죽이기’에 제동을 걸고 나선 것이다. 

먼저 문제로 지적된 것은 기준점의 정당성이다. 박경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자사고가 80점을 넘어야 한다는 기준에 절차적 정당성이 있는지”를 물었다. 박 의원은 “전체 일반고가 70점을 넘긴 것도 아니다. 두 곳이 70점을 넘었다는 이유로 기준점을 80점으로 둔 것이 합리적인지 의구심이 든다. 상위 50%가 80점이었다든지 (하는) 체계적인 기준이 있어야 한다”고도 지적했다. 이학재 자유한국당 의원도 “전북교육청만 80점이라나 형평성에 어긋난다. 높은 점수를 둘 합리적 근거가 없다”고 꼬집었다. 

사회통합전형 관련 전북교육청의 기준도 어김없이 비판의 대상이 됐다. 신경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사회통합전형 평가 기준이 달성하기 어렵게 설정됐다”고 지적했다.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공문에서는 정원의 3% 선발로 안내됐지만, 평가에서는 10% 이상 선발해야 만점을 주는 정량평가가 실시됐다”며 문제를 조목조목 짚었다. 

급기야 야당 대표가 나서 정부의 ‘자사고 죽이기’ 정책을 비판하는 일까지 벌어지는 형국이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27일 국회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념 편향적인 자사고 폐지 움직임에 대응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향후 전망 어떨까…교육청 강행하더라도 교육부 동의 절차 거쳐야 = 여러 지적들에 대해 유은혜 부총리도 고개를 끄덕이는 모양새다. 유 부총리는 26일 나온 지적들을 놓고 “다른 교육청과 마찬가지로 전북도 기준점이 70점으로 같아야 한다는 지적은 일리가 있다”고 했다. 

그럼에도 교육부는 교육청들의 결정을 존중하겠다는 입장을 다시 한 번 밝혔다. 유 부총리는 “최종 결정 권한은 교육감에게 있다. 존중해야 한다”며 “교육부는 부당한 결론에 이르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말을 남긴 상태다. 

물론 재지정 평가에 탈락했다고 해서 자사고가 당장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재지정평가 결과 기준점을 충족하지 못한 자사고는 청문을 거치고, 교육부 장관의 동의까지 내려져야 일반고로 전환된다. 

교육부가 평가 결과에 동의하지 않는 일은 발생하지 않을까? 이미 5년 전 서울교육청이 관내 자사고들에 지정취소 처분 등을 내렸지만 교육부가 교육감의 재량권 일탈 남용이라며 거부 의사를 밝혀 자사고 지위를 이어간 전례가 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다른 결론이 나올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교육부가 교육청들을 존중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데다 ‘자사고 폐지’는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이기도 하다. 교육부가 이를 무시하고 거부권을 행사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교육감들의 모임인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는 자사고 지정·취소 최종 권한을 교육감들이 가져야 한다며, 교육부 동의라는 절차도 없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상황이다. 

유일한 ‘변수’는 여론이다. 이미 국회에서는 여야를 막론하고 98명의 의원이 교육부가 거부권을 행사해 자사고 지정취소를 부동의해야 한다는 의사를 전달한 상황이다. 정운천 바른미래당 의원은 “상산고는 전주에 있지만 대다수 학생이 전북 밖의 학생들이다. 전북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나라의 문제인 것”이라며 “유독 평가점수를 높이고, 사회통합전형을 강제로 점수 매기는 등 ‘폐지’ 절차를 밟은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다. 이대로 상산고가 폐지된다면 큰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절차 정당성과 평가 공정성에 문제가 있는 상산고를 살려내야 문 대통령이 부담없이 공약을 진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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