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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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대학신문 김의진 기자] 미국의 애리조나주립대(ASU)는 US News & World Report가 미국의 최상위권 대학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가장 혁신적인 대학’ 가운데 지난해에도 1위를 차지했다. 4년 연속으로 1위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 대학 순위는 ‘대학 커리큘럼’ ‘교수진’ ‘학생’과 관련된 지표, ‘캠퍼스 생활’ ‘대학 시설’ 등에서 큰 발전을 이룬 것을 기준으로 한다.

지난해 결과에서 상위 5개 대학을 순위 순으로 보면 △ASU △조지아주립대(Georgia State University) △매사추세츠공대(MIT) △조지아공대(Georgia Institute of Technology) △스탠퍼드대(Stanford University) 등이다.

특히 앞선 평가에서 4위를 차지한 뒤 2위로 올라선 조지아주립대를 눈여겨볼 만하다. 조지아주립대는 ASU의 ‘더 많은 사람들이 고등교육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자’는 사명을 공유하기 위해 손을 잡기로 결정했다. 저소득층 학생들을 위한 데이터 분석과 집중적인 상담, 재정지원 등 안전망을 구축해 졸업을 시키고 있다. 이것들 모두가 ‘성공(Success)’을 위한 결정이라고 했다.

올해 국내 고등직업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전문대 관계자들이 이러한 ‘가장 혁신적인 대학’ 1위를 연이어 차지하고 있는 ASU를 찾았다. ‘What is the answer to innovation’. 혁신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서다. 기자도 물론 ASU와 국내 전문대 관계자들의 만남을 바로 옆에서 지켜봤다.

그런데 혁신의 답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ASU는 특히 ‘성공(Success)’이라는 단어를 자주 사용했다. 혁신의 목표는 오로지 이 ‘성공’을 향해서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이들이 말하는 ‘성공’의 의미가 무엇일까 궁금해졌다.

학생이 졸업한 뒤 어떤 분야에서 활약하는지를 가지고 판단하는 것일까. 투자를 위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대학 재정상황 마련을 의미하는 것일까. ‘성공’의 의미에 대한 ASU의 답은 기자를 반성하게 했다. ASU의 인식, 접근방식이 우리의 그것과는 너무도 달랐기 때문이다.

ASU가 말하는 ‘성공’의 의미는 ‘더 많은 사람들이 고등교육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자’는 ‘ASU의 대학 헌장’ ‘사명’을 이루는 것이라고 답한다. 이 대답은 우리 고등교육계가, 또 이들을 옆에서 지켜봤던 기자 역시 ‘혁신’의 초기 단계에 머무를 수밖에 없었다는 것을 느끼게 했다.

국내 고등교육기관이 갖가지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어떠한 시도에 대한 결과는 당연히 불확실성이 클 수밖에 없다. 하지만 우리 대학들이 말하는 이 ‘결과’가 그들의 ‘성공’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을까. 오히려 우리가 말하는 ‘성공’은 앞서 기자가 생각했던 것처럼 ‘졸업생 취업률’이나 ‘대학원 진학률’ ‘대학의 안정적 재정구조’를 의미하지는 않았을까.

ASU는 대학 전체 시스템에 대한 혁신을 어떠한 ‘수치 결과값’이 아닌 ‘대학이 정했던 이념’과 ‘주립대로서의 자신의 대학이 사회에 공헌해야 할 사명’을 교육혁신의 원동력으로, 심지어 이를 비즈니스 모델 기업화로서의 기회로도 삼는 현재 모습을 이뤄냈다.

더 많은 학생들이 고등교육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이들은 ‘온라인 교육 시스템’에 대한 투자를 늘렸고, 주 내의 저소득층 학생들이 소외받지 않도록 하기 위해 ‘산학협력 인턴십 프로그램’을 지원했다. 결론적으로 이것이 대학 입학률을 증가시켰고, 애리조나주의 대부분의 재직자가 ASU 출신으로 채워지는 결과로 이어졌다.

우리는 항상 급하다. ‘수치화된 결과’를 원하고, 이 결과가 빨리 나오길 기대한다. 학령인구 감소와 4차 산업혁명 시대라는 급변하는 사회라지만, ‘결과’보다는 각 대학이 가지고 있던, 놓치고 있었던 ‘철학’을 먼저 생각해볼 때가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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