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복지대학교 장애학생지원센터 홍보 동영상의 한 장면. 장애 학생에 대한 학습지원 내용이 하단에 안내되고 있다.
한국복지대학교 장애학생지원센터 홍보 동영상의 한 장면. 장애 학생에 대한 학습지원 내용이 하단에 안내되고 있다.

[한국대학신문 허지은 기자] 한국복지대학교(총장 이상진)가 한경대학교(총장 임태희)와 통합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 통합 후 장애인에 대한 고등직업교육에 대한 구체적 고민 없이 통합이 논의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4월, 한국복지대학교와 한경대는 통합 추진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하며 통합 논의를 공식화했다. 통합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통합을 위한 본격적인 준비를 시작한 것이다.

한국복지대학교 관계자는 한경대와 통합을 추진하게 된 이유에 대해 “학령인구가 감소하는 상황 외에 여러 여건을 생각해 소규모 대학 간 상생발전 하자는 의미”라며 “복지나 웰니스 부문에서 시너지 효과가 일어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두 대학의 통합 논의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6년부터 통합을 논의해 2008년 수시 2학기부터 통합 대학으로 신입생을 선발하는 데까지 합의가 진전됐었다. 그러나 이후 통합이 무산됐다. 이후로도 한 차례 더 통합 논의가 진행되다가 역시 무산된 바 있다.

당시 통합이 무산된 배경에는 통합 대학의 명칭문제, 정원 감축 조건에 대한 한경대 교수들의 반대 의견이 제기된 점이 있었다. 더불어 한국복지대학교(당시 한국재활복지대학)가 다른 대학과 통합될 경우 이것이 장애인에 대한 대학 진학 기회의 축소로 이어질 것이라는 주장도 통합 무산의 이유로 작용했다.

한국복지대학교가 장애인에 대한 고등교육 기회를 제공하는 기관이라는 점은 교육부가 통합 승인에 부담을 느끼는 이유가 될 만큼 통합 논의에 있어 핵심적 문제다. 한국복지대학교 관계자는 “유일한 국립 전문대학이자 장애인에 대한 고등직업교육을 목적으로 하는 대학이라 교육부가 통합 승인을 내리기에 부담스러운 점이 있음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2006년 통합 추진을 진행한 뒤 다시 논의가 반복되고 있음에도 한국복지대학교가 여전히 통합 시 장애인 교육기회 보장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하지 않은 채 통합을 추진하고 있다는 점이다.

통합 논의를 총괄하고 있는 한국복지대학교 관계자는 “장애인 고등교육을 발전, 강화시키자는 점은 협정에 포함돼 있다”면서도 “이 발전모델은 아직 구체화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한 “연구과제를 발주하려고 한다”면서 “구체화되려면 몇 개월은 걸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통합 논의를 공식화 한 지 두 달이 지났음에도 아직 본격적인 연구조차 진행되지 않았다는 뜻이다.

장애 학생에 대한 교육기회 보장 방안이 중요한 이유는 통합 추진 과정에서 장애 학생 선발 규모가 축소될 우려 때문이다. 양 대학이 통합을 추진할 경우 빼놓을 수 없는 논의가 정원 조정이다. 또한 통합을 통해 종합대학으로 전환된 상태에서 장애인 선발 전형 운영 문제도 논의돼야 한다.

앞서 통합 직전까지 논의가 진전됐던 적이 있었던 만큼 양 대학 내 통합에 대한 목표와 기대 등 구체적인 논의는 상당부분 이뤄져온 셈이지만, 정작 가장 중요한 장애인 교육복지 여건과 관련된 고민은 부족한 상태에서 성급하게 추진논의가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한국복지대학교가 장애학생에 대한 교육 문제에 대한 고민보다 통합을 먼저 내세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는 한국복지대학교가 ‘전문대학’ 유일의 ‘국립대’로서 존재하는 의의와도 정면으로 배치된다. 한국복지대학교는 설립 당시부터 장애인에 대한 고등교육의 기회를 확대하고 직업진로교육과 사회적응을 위한 기관으로 운영되는 것을 목적으로 했다. 이 내용은 한국복지대학교의 설립을 준비하기 위해 연구된 ‘국립재활전문대학 설립운영 방안’의 연구진이 내린 결론이다.

그뿐만 아니라 한경대와의 통합을 추진하는 데 있어 명분에 대한 진정성마저 의심받고 있다. 한 전문대학 관계자는 “한국복지대학교가 한경대 외에도 다른 일반대들과 통합을 추진한 적이 있었다”고 말하고 “일반대로 전환하려는 바람이 강한 것 아니겠느냐”는 의견을 전했다.

한편 한국복지대학교 측은 비판을 의식한 듯 “시간이 걸리더라도 장애인 여건 개선 등에 대해 사전에 충분히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개선 방안이 마련돼도 한국복지대학교와 한경대가 통합해 일반대로 전환될 경우 장애인 고등직업교육기관이 사라지게 된다는 점은 우려로 남는 만큼, 양 대학의 통합 논의 과정에 이목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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