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op 인기 타고 글로벌 언어로 부상…28개국 1495개 초·중·고교에서 공부
UC버클리·토론토대·조지워싱턴대 등 105개국 1368개 대학 한국어·문화 강좌·전공과정 개설
中 '탐방' 등 파격 서비스, 日 ‘아시아 대표’ 이미지로 자국 언어 학습자 ‘모시기’ 승부
한국은 K-pop 통한 접근 한계…“정부 행·재정 늘려 해외 ‘한국어’ 전공자 국내 대학 유도”

한국학 강의 제공 상위 30개국
한국학 강의 제공 상위 30개국

[한국대학신문 이현진 기자] 전 세계의 한류바람이 한국어 배우기 열풍으로 이어지면서 국내 대학으로 발길을 유도해야 한다는 기대감이 나오고 있다. 해외 대학들이 앞다퉈 한국어학과를 개설하고 한국어를 제2외국어로 선정하는데 이어 해외 고등학교에서도 ‘한국어’를 제2외국어로 속속 지정하면서 한류열풍이 ‘학문’으로 이어지는 모양새다. 정부차원에서 행·재정적 지원을 통해 학문후속세대로 이어지는 ‘마중물’ 효과로 이끌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국 문화나 한국어를 통해 한국을 배우려는 지구촌 움직임이 거세다. 미국 조지메이슨 대학교(George Mason University)는 최근 ‘한국어문학’ 전공 개설을 승인하고 오는 가을학기 한국어문학을 정식 전공으로 개설한다. 최근 급증한 한국 관련 강좌 수강생 수가 주요 동력이다. 한국국제교류재단(KF)에 따르면 2014~2015년도 90여 명이었던 조지메이슨대 한국학 강좌 수강생 수는 2017~2018년 240여 명으로 급증하는 등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조지워싱턴대 (George Washington University)도 9월부터 대학 내 한국어문학 전공과정을 개설한다. 1983년 한국어강좌를 처음 연 조지워싱턴대가 이번 한국어문학 전공과정을 개설하면서 고급 한국어 강좌를 비롯해 한국문학, 문화 및 역사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한국 관련 강좌를 필수과목으로 지정했다. 이처럼 한국어를 ‘전공’과정으로 심화시킨 데는 K-Pop으로 촉발된 미국 대학생들의 한국에 대한 관심이 주원인으로 평가된다.

데이터를 미국을 넘어 전 세계로 넓혀도 ‘한국어’에 대한 세계인의 높은 관심도를 확인할 수 있다. KF 통계센터에 따르면 해외대학 중 한국학 강좌를 운영하는 곳은 105개국 1368대학(학과·전공 포함)이다.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국립동방대학교는 지난해 9월 한국학 단과대학을 개설했다. 1993년 한국어문학과가 개설된 이후 각기 다른 단과대학에서 분산돼 이뤄졌던 한국어 강의를 한 단과대학에서 종합적으로 이뤄지게 한 것이다.

한국인에게 생소한 지구반대편 나라 ‘바레인’의 공과대학 폴리테크닉대학교에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배우는 ‘한국을 발견하다’라는 강좌가 이번 여름학기 개설된다. 이 대학에서 아시아계 언어 강좌가 개설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바레인에서 한류에 대한 높은 관심을 반영한다는 게 한국대사관 측 설명이다.

토론토대 동아시아학과는 8월 ‘한국어 집중 캠프’를 운영한다. 대상은 고등학생으로 동포 학생들뿐만 아니라 외국인 고등학생들이 동시에 참여할 수 있다. 이 캠프에서는 한국어 강좌 이외에도 △케이팝 배우기 △서예 △태권도 △한국영화 감상 △공예 활동 등 프로그램 내용도 수준별로 다양화할 계획이다.

한국어나 한국문학에 대한 전 세계인들의 관심도가 급부상한 것은 대학뿐 아니라 세계 초·중·고등학교 현장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교육부 재외동포교육담당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28개국 1495개 초·중·고교에서 한국어를 제2외국어로 지정했다.

미국·캐나다·일본·호주·뉴질랜드·프랑스·터키·태국·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필리핀 등 11개 나라에서는 국가차원에서 한국어를 제2외국어로 지정한 상태로 이중 필리핀·터키(2017년), 말레이시아(2014년), 인도네시아(2013년) 등은 근 5~6년 이내 공식지정이 이뤄지며 한류열풍이 긍정적 효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전 세계 초·중·고교와 대학에서 한국어·문학이 인기학문으로 자리 잡으면서, 자국에서 ‘한국어’를 배운 학생들을 국내 대학으로 유입시킨다면 국내 고등교육 시장의 어려움을 극복할 활로 모색에 긍정적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기대감이 나온다.

이 같은 ‘한류열풍’을 바탕으로 인천대는 국내 대학 중 최초로 중국과 베트남에 한국어학당 분교를 설치하고 한국어에 관심을 둔 현지 학생들에게 한국어 교육과정과 학습시스템을 제공하고 있다. 한국어를 제2외국어로 삼은 우수 유학생을 유치하는데 마중물 역할을 하겠다는 게 취지다.

이정희 경희대 교육대학원 교수(국제한국어교육학회 회장)는 “최근 해외대학 한국어전공 지원자 수가 8배 정도 증가했는데 특히 중ㆍ고등학교에 제2외국어 과목으로 한국어가 개설된다는 데 의미가 크다”면서 “최근 호찌민한국교육원에서 중학교 학생들이 한국어를 조금이라도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워크북을 개발하고 중ㆍ고교생 대상 말하기대회를 개최하는 등의 노력을 펼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어가 앞으로도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국내 대학으로의 학생 유입 등 선순환을 이루기 위해서는 한류 붐에만 의지할 것이 아니라 교재 개발과 한국 기업취업 보장 등 많은 지원이 필요하다는 조언이 나온다.

이정희 교수는 “중국은 제2외국어 지정 학교 교원 전체에게 중국탐방 기회를 제안하는 등 공격적이고 파격적인 제안을 펼치고 있고 일본은 아시아를 대표하는 이미지로 제2외국어 선정에 효과를 누리고 있다”면서 “반면 우리나라는 K-pop, K-drama, K-movie 등 대중문화 보급을 통한 호감도를 기반으로 접근할 수밖에 없다는 한계에 있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해외 교육 수요자가 자신이 배운 한국어가 대학 입학시험 과목으로 포함되거나 한국기업 취업 보장 등으로 이어진다면 한국어에 대한 세계인의 관심을 북돋고 국내 대학 진학으로까지 이어지는 선순환이 이뤄지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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