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지리학자 윤병국 교수와 함께하는 세계여행 ⑨] 태국, 특성화된 관광지에서 즐기는 ‘여행의 행복 ’
[관광지리학자 윤병국 교수와 함께하는 세계여행 ⑨] 태국, 특성화된 관광지에서 즐기는 ‘여행의 행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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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병국 경희사이버대관광레저항공경영학과 교수
태국 코팡안 비치.
태국 코팡안 핫린 비치.

매슬로(Maslow)는 인간의 욕구 발생 상태를 심리적 작용에서 나이, 소득, 지식, 경험 등에 따라 단계적 욕구 유발 우선순위를 5단계로 나누어 인간의 심리를 분석해 마케팅에서도 고객의 심리를 분석하는 유용한 이론으로 간주되고 있다매슬로는 이 연구를 더욱 진전시켜 여기에 지적 욕구(학습 욕구와 심미적 욕구)를 추가시켰다. 그래서 인간의 생리적 욕구, 심리적 욕구의 카테고리와 지적 욕구 사이의 관계는 분명하지 않으나 지적 욕구는 다른 욕구들과는 독립해서 존재하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러한 매슬로의 관광객 욕구에 대한 연구를 실제 관광객의 심리 상태를 거쳐 관광 현상에 나타나는 사례에 적용해보면 다음과 같이 구분할 수 있다.

관광의 초기인 1단계는 교육 및 경제적 상태나 사회적 지위가 낮거나 여행 경험이 적은 계층에서 나타나는 현상으로, 5단계의 계층보다는 잦은 여행이나 다양한 선택을 할 수 없는 상황에서는 가장 기본적인 생리적 욕구부터 충족한다는 것이다. 즉, 여행 패턴도 당일이나 1박 2일이 주종을 이루며, 여행을 준비하라면 마트에 가서 삼겹살과 상추부터 사는 계층이다. 여행을 가는 목적이 먹는 것이나 생리적인 것을 먼저 추구하므로 인간 본성에 의존하는 음주와 이성에 관심이 많아지는 본능적 관광의 성향을 띄는 경우가 많다.

2단계의 욕구를 가진 계층들은 안전의 욕구가 강하므로 야외에서의 캠핑이나 자유로운 방랑 여행보다는 호텔, 리조트 등을 이용하고, 편하게 여행사를 이용하며 패키지 투어를 선호한다.

3단계의 계층이나 1, 2단계의 경험을 거친 관광객은 사회적 욕구가 강해 남들과 동조하는 사회적 분위기에 편승하며 여행지 선택도 유행하는 관광지를 선택한다.

4단계는 경제적 능력이나 교육과 사회적 지위도 높고 연령층도 높은 계층이며, 축적된 다양한 여행의 경험으로 고급 여행을 선호하며 남들과 차별되고 개별적이며 취미나 출장을 위한 여행 패턴을 유지한다. 이러한 계층들이 선호하는 여행은 취미 동호회나 비슷한 계층끼리 어울리는 골프, 리조트, 고급 스파 그리고 크루즈나 요트 여행이 여기에 속한다. 또한 프리미엄 관광 상품이나 비즈니스 클래스 이상의 항공기 좌석 등급 그리고 호텔도 최고급을 지향하는 관광 행동이 나타난다.

5단계는 인간 삶의 목표인 자아실현을 추구하는 계층으로 물질적 풍요로움도 중요하지만, 정신적 만족을 지향하는 계층이다. 이미 웬만한 여행은 다 해봤고, 호사도 누릴 만큼 누렸으니 무슨 로망이 있겠느냐고 지레짐작하겠지만 이들의 여행은 남다르다. 이러한 계층에 속한 이들의 라이프 스타일은 여행에 자신만의 색깔을 넣어 개성적이고 차별화된 여행을 한다. 뮤지컬을 좋아하는 사람은 영국의 웨스트엔드에 ‘오페라의 유령’을 보러 갈 것이고, 사진에 취미가 있는 사람은 그들의 로망인 킬리만자로의 눈 덮인 산을 촬영하러 아프리카 사파리 투어를 가고, 등산을 좋아하는 계층은 네팔의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까지 오가는 7박 8일 기간 동안 심장이 터질 듯한 고통과 고산병에 시달리는 고생(?)의 과정을 통해 여행의 성취감을 느끼고 돌아올 것이다. 그들은 산에서 느낄 수 있는 ‘영적 감동’을 소중히 생각하고 거기서 찍은 사진을 명품처럼 자랑한다. 이것이 여행이 주는 최고의 행복인 ‘자아실현의 성취감’이다.

이러한 모든 단계와 계층을 만족하게 할 수 있는 관광지가 바로 태국의 특성화된 관광지들이다. 대표적인 몇 군데를 소개한다.

고요함도 관광이다! 매홍손 펀 리조트(Fern Resort)

매홍손 펀 리조트 입구.
매홍손 펀 리조트 입구.

매홍손 펀 리조트로 가는 항공편도 매력적이다. 태국의 저가 항공 녹에어의 동체 그림은 오리처럼 치장해 타는 이들을 일단 즐겁게 한다. 이 리조트의 특징은 리조트 내 TV가 없고, 인터넷이 안 된다. 처음 이곳에 온 이들은 답답함을 느낄 수 있지만, 금방 자연 속의 편안함에 동화된다. 유일한 소음은 대나무 물통 소리, 개구리, 매미울음 소리뿐이다. 리조트 바로 옆에는 원주민들이 직접 경작하는 라이스 테라스(계단식 논)가 펼쳐진다. 이른 아침이면, 멍멍이와 떠나는 트레킹 코스도 있다. 전날 리셉션에 신청하면 이른 아침 멍멍이 서너 마리가 안내견이 돼 트레킹을 즐길 수 있다. 색다른 경험이고 마음이 든든할 것이다. 주변 관광지로는 목이 길어야 예쁘다는 카렌족이 살고 있는 롱넥마을, 태국 땅에서 유일하게 검은 흙이 나오는 머드와 유황온천을 즐기다 보면 하루가 금방 지나간다.

한국에서 이 신비스러운 곳을 가는 가장 빠른 방법은 인천-치앙마이-매홍손 구간을 이용하는 것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자유! 빠이(Pai)

빠이의 뷰 포인트.
빠이의 뷰 포인트.

사람들은 여행지에서 무엇을 하고자, 무엇을 얻고자 한다. 그러나 아무것도 하지 않는 여유로움이 주는 편안함이 있는 곳이 바로 빠이다. 빠이는 방콕의 화려함에 지친 태국인들이 가장 가고 싶어하는 국내 여행지 1위를 굳건하게 지키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이곳은 더위에 지친 사람들을 식혀주는 시원한 바람과 가슴을 따뜻하게 데워주는 진한 블랙커피가 있다. 작은 동네를 거닐며 들을 수 있는 잔잔한 음악소리는 한적한 공간미와 더불어 사람을 편하게 하고, 추억 속에 빠뜨리기도 한다. 그 가슴에 스며드는 그리움을 엽서 한 장에 끼적여 빨간 우체통에 넣어보는 특별함을 누릴 수도 있다. 빠이에서는 무엇을 하지 않는 것이 하는 것이다. 세월이 묻어 있는 조그마한 커피숍에 문을 열고 들어가 그냥 앉아 있어보자. 그리고 몸이 움직이는 여행이 아닌 마음이 움직이는 여행을 해보자. 과거의 나를, 지금의 나를, 미래의 나를 꿈꾸는 여행으로 빠이 만한 곳이 없다.

코팡안 풀문 파티(Full Moon Party), 태국의 이비자

코팡안 핫린 풀문 파티
코팡안 핫린 풀문 파티

코팡안은 코사무이에서 북쪽으로 20km 정도 떨어진 섬으로 관문인 통살라(Thong Sala)는 선착장이 있는 곳이며 코팡안의 행정 중심지이기도 하다. 물론 이곳에 도착하면 쏭태우를 타고 핫린(Haad Rin) 비치까지 가는 고생은 풀문(Full Moon) 파티에 대한 기대로 전혀 힘들지 않다. 1년에 딱 12번 음력 대보름에 열리는 풀문 파티 때가 되면 태국 각지에 있던 청춘들이 이곳으로 몰려든다. 전날은 해변 여러 곳에 무대가 설치되고 불꽃 쇼 등 전야제가 펼쳐진다. 이 파티를 즐기기 위해서는 필수 아이템이 있다. 다양한 형광 보디페인팅, 짧은 반바지, 가면 등을 사용하면 금방 파티 속에 빠져들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입구에서 작은 양동이 통(?)에 든 칵테일과 빨대를 들고 입장하는 것은 기본 에티켓이다. 이렇게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끊임없이 흘러나오는 하우스, 테크노, 레게 등의 음악에 맞춰 춤을 추고 몽환적인 달빛 아래에서 술을 마시며 밤새도록 즐기는 축제가 되는 것이다. 멀리 스페인의 이비자 섬까지 갈 필요가 없다. 현지 태국인보다 전 세계 국적의 젊은이들이 귀신같이 알고 몰려드는 풀문파티다. 사전에 숙박 예약은 필수이고, 이를 본뜬 하프문 파티(Half Moon Party)와 블랙문 파티(Black Moon Party)도 재밌다.

의료관광 리조트, 후아힌 치바솜 리조트

후아힌의 치바솜 리조트
후아힌의 치바솜 리조트

태국이 우리보다 앞선 것이 몇 가지 있는데 첫 번째가 관광이고 두 번째는 의료관광이다. 의료시설이나 의료 수준은 우리보다 떨어질지 모르지만, 그들은 의료에 휴양 그리고 경영적인 마인드를 추가해서 전 세계 의료관광객을 끌어모으고 있다. 방콕의 범룽락병원과 사미티웻 병원이 선두그룹이지만 태국 왕실의 휴식처인 후아힌의 치바솜 리조트는 휴양과 치유를 병행한다. 1박 코스는 없고 2박부터 몇 백만원의 숙박료를 지불해야 함에도 연중 풀 부킹이다. 투숙객은 먼저 건강검진부터 받고 환자 맞춤별 치유프로그램에 따라 생활한다. 우리나라도 과감하게 의료관광의 규제를 푼다면, 세계적인 치유 리조트를 탄생하게 할 수 있는 모델을 제시하는 벤치마킹지역이다.

다크투어리즘(Dark tourism) 콰이강의 다리

콰이강의 다리
콰이강의 다리

깐짜나부리 지역은 방콕에서 3시간 거리이며, 2차 세계대전 기간에 일본군이 태국과 미얀마를 연결했던 죽음의 철도라는 전쟁유산을 다크투어리즘(전쟁이나 인류의 비극적인 장소를 방문해 반성과 교훈을 얻는 관광의 한 형태) 관광자원으로 활용하고 있다. 그 대표적인 장소가 1957년 영국에서 영화로 제작된(실제는 스리랑카에서 촬영) ‘콰이강 다리(The Bridge on the River Kwai)’. 지금도 운행되고 있는 열차를 타볼 수도 있고, 연합군 포로들의 유품을 전시하는 제스전쟁박물관 그리고 철도공사 강제노역장소인 헬파이어패스와 이를 추모하는 기념박물관을 비롯해 연합군 포로 희생자 묘역인 던락묘지와 청까이묘지 등을 방문할 수 있다. ‘콰이강의 다리’라는 영화적 유희요소뿐 아니라 죽음의 철도와 연합군 묘지의 전쟁유산을 서사적 스토리텔링으로 엮어냈고, 인근의 에라완 국립공원 등 태국 고유의 관광자원과 결합해 관광상품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처럼 태국은 남쪽 바다부터 북쪽 밀림까지 국토의 모든 인문 및 자연적 구성 요소를 자연스럽게 관광자원으로 활용하고 있으니 그 어찌 관광대국이 되지 않겠는가? 이 모든 것의 중심에는 전 세계 모든 관광객을 편견 없이 밝은 미소로 받아들이는 따뜻한 마음을 가진 그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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