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행정 업무의 전문화‧세분화 뚜렷… 행정력 투입 요소 발생
보직 겸직 과다는 행정서비스의 질 하락 우려… 피해는 학생들의 몫
유관업무 겸직 시 업무 효율성 제고, 단타성 TF팀 방식의 업무 증가

최근 몇 년 사이 대학행정 업무에서 여러 가지 업무를 겸직하는 직원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수도권에 있는 모대학은 5개팀, 6개팀 겸직을 맡고 있는 행정직원들이 꽤 많아 상당한 업무부담을 호소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몇 년 사이 대학행정 업무에서 여러 가지 업무를 겸직하는 직원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수도권에 있는 모대학은 5개팀, 6개팀 겸직을 맡고 있는 행정직원들이 꽤 많아 상당한 업무부담을 호소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대학신문 김준환 기자] #자연캠퍼스 학생경력개발처장 겸 MJ대학일자리센터 부센터장 겸 장애학생지원센터장 겸 현장실습지원센터장 OOO / 취창업지원팀 겸 진로지원팀 겸 현장실습지원센터 팀장 OOO / 취업지원팀장 겸 해외취업지원센터팀장 겸 진로정보센터팀장 겸 여대생커리어개발센터팀장 OOO 

위 사례는 올해 3곳 이상 대학행정 겸직을 맡은 인사발령 내역 중 일부다. 단순히 겸직만 따지면 그 사례는 수두룩하다. 작년, 재작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훨씬 더 많은 사례를 찾아볼 수 있다. 최근 몇 년 사이 대학행정 업무에서 여러 가지 업무를 겸직하는 직원들이 늘어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대학행정 업무가 점진적으로 전문화(specialization)되고 세분화(subdivision)된 데서 답을 찾을 수 있다. 또한 대학들이 재정적 압박을 받다보니 인력 채용을 꺼리게 돼 겸직이나 3개 이상 겸직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돼버렸다. 수도권에 있는 모대학 관계자는 심지어 5개팀, 6개팀 겸직을 맡고 있어 상당한 업무 부담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하소연을 했다. 게다가 ‘친절한 행정’ 서비스를 요구하는 사회적 분위기도 이러한 현상에 영향을 줬다는 분석도 나온다. 

20년 가까이 대학행정 업무를 담당한 A대학 관계자는 “교수나 학생들의 새로운 니즈가 생기면 이를 행정부서에서 따라가게 되고 업무 수요가 발생한다. 문제는 지금과 같이 대학재정이 악화된 상황에서 디테일하고 세부적인 업무에 한 사람을 오롯이 투입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B대학 관계자는 겸직 비율이 늘어나는 이유에 대해 학내 행정직원 인력이 부족하다는 점을 우선적으로 꼽았다. 그는 “홍보팀 업무를 수행하면서 언론행정팀 업무를 같이 한다. 후자의 업무는 교내 신문사와 방송국을 관리하는 것이다. 서브업무로 인식하다 보니 솔직히 관심을 덜 갖게 되는 편”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C대학 관계자는 “국고사업 부서가 생기고 사업이 종료되면 잔여처리 업무가 있어 한 사람이 겸직해 정리하는 경우도 있다. 또 교수들이 업적평가를 높이기 위한 목적으로 학내 연구소나 센터를 만든다. 이렇게 되면 행정업무도 수반되는데 인력충원이 어렵다보니 겸직을 맡는 경우가 많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대학행정 업무의 전문화를 다르게 바라보는 관점도 존재한다. D대학 관계자는 “해당 업무의 전문성을 갖췄다는 의미도 있겠지만 대학행정 업무를 원활하게 잘 처리할 수 있는 능력도 전문화됐다고 할 수 있는 개념으로 봐야 한다”며 “대학행정의 큰 틀에서 놓고 보면 어떤 일이든 상관없이 잘 처리하는 게 중요해졌다. 이는 업무처리 기술로 봐야하는 게 옳다”고 말했다.  

업무의 성격이 전혀 다른 부서에서 겸직을 맡을 경우 고충을 겪는 행정 직원도 있었다. E대학 관계자는 “A팀과 B팀 업무를 하는 데 있어 대장이 다르다. 팀장이나 기관장이 다르다는 얘기다. 휴가나 업무 결재를 누구에게 올려야하는지 정말 사소한(?) 고민에 빠지는 경우도 생긴다. 그렇다고 2개 기안을 올릴 수 있는 상황도 아니지 않나”라며 “업무적인 측면에서 상반된 이해관계가 부딪힐 때가 있다. 가령 어떤 업무를 해야 하는데 다른 팀에서 안 한다고 하면 황당하게 들리겠지만 ‘가위바위보’를 하는 경우도 생긴다. 서로 업무를 떠넘기는 경우도 있다”고 털어놨다.

겸직 업무를 한다고 해서 물론 단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업무의 효율성과 의사결정의 신속성 측면에서 긍정적 효과를 기대할 수도 있다. 기획팀에서 10년 이상 근무한 F대학 관계자는 “업무의 유관성을 고려한 겸직은 행정업무에 도움이 된다. 요즘에는 입학과 홍보 전략이 같이 가기 때문에 입학팀과 홍보팀 팀장을 겸직하는 사례를 많이 볼 수 있다”며 “유관업무를 겸직하게 되면 예산의 집중화와 효율화를 도모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의사결정과 실행하는 단계가 훨씬 빨라진다”고 밝혔다.    

대학행정 업무와 관련해 또 하나 눈여겨볼 점은 태스크포스(Task Force·TF)가 눈에 띄게 많아졌다는 것이다. 대학 행정 업무의 세분화가 진행되면서 주기도 짧아지고 업무에 대한 투입인력과 투입시간도 짧아졌다. 하지만 학내 수요에 의해 업무가 만들어지는 상황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 G대학 관계자는 “10년여 전만 하더라도 기껏해야 하나의 TF가 운영되는 게 고작이었다. 하지만 요즘에는 TF 명칭만 붙이지 않았지 TF 성격의 일들이 10개가 넘는다”고 말했다. 그만큼 단타성 업무가 많다는 얘기다. 

대학 인사팀에서 잔뼈가 굵은 모인사는 “대학 등록금 동결로 대학 운영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시대 상황에서 멀티플레이어와 같은 직원의 역할이 필요하다”며 “문제는  2가지, 3가지 보직을 겸직하면서 대학이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어 이로 인해 학생들이 받는 교육행정 서비스의 질이 떨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장주욱 전국사립대학교 총무‧인사관리자협의회 회장은 “과거부터 겸직은 있어왔다. 실무자 입장에서 보면 겸직하는 게 효율성이 좋다고 하면 꼭 나쁜 것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다만 유관성이 떨어지는 업무를 여러 개 겸직하는 것은 실효성도 없을뿐더러 과도하기 때문에 지양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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