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강사법에 매몰된 대학재정지원사업
[사설] 강사법에 매몰된 대학재정지원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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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재정지원사업이 요동치고 있다. 강사법 여파다. 교육부는 강사 해고 사태를 막기 위해 대학재정지원사업 평가에 강사 고용 안정 지표를 반영할 방침이다. 대학혁신지원사업 연차평가의 경우 전체 평가지표 배점(100점)에서 ‘총 강좌 수(5% 내외)’와 ‘강사 강의 담당 비율(5% 내외)’이 10% 내외 반영된다. 4단계 BK21 사업의 경우 전체 4대 평가영역(연구단 구성, 교육역량, 연구역량, 대학원 혁신) 가운데 대학원 혁신 영역에서 학문후속세대(강사·박사 후 연구원 등) 대상 강의 기회 제공 반영 비율이 확대된다.

강사법은 강사의 고용 안정과 처우 개선을 목적으로 제정됐다. 강사는 교원이자 학문후속세대다. 대학 교육의 한 축을 담당하고 연구를 통해 학문 생태계 유지에 기여한다. 따라서 강사법이 아니어도 강사의 고용 안정과 처우 개선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다만 방향이 계속 어긋나고 있다. 강사 해고의 원인은 결국 대학의 재정난이다. 강사법에 따라 강사에게 방학 기간 임금과 퇴직금을 지급해야 하고, 재임용 절차를 3년까지 보장해야 한다. 교육부는 방학 기간 임금을 지원하고, 퇴직금 지원 예산도 확보할 계획이다. 하지만 재정난이 해결되지 않으면 강사 해고 문제는 시한폭탄과 같다.

현실이 이럴진대 교육부는 근본 처방보다 ‘압박 카드’를 선택했다. 대학들은 대학재정지원사업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기 위해 강사 고용 안정 지표를 관리, 유지해야 한다. 대학재정지원사업에 맞춰 평가를 준비하기보다 강사 고용 안정에 더욱 신경을 써야 한다. 자연스레 대학재정지원사업이 변질되고 있다.

대학혁신지원사업부터 살펴보자. 대학혁신지원사업의 목적은 대학의 자율성 강화와 경쟁력 제고다. 사업 기간은 올해부터 2021년까지다. 교육부는 대학혁신지원사업 도입 당시 각 사업 연도 종료 후 평가를 실시한 뒤 우수 대학에는 추가 지원을, 미흡 대학에는 사업비 조정을 예고했다. 다시 말해 기본 성과만 달성하면 사업비가 보장된다. 이것이 문재인 정부의 약속이었다. 그러나 연차평가 결과에 따라 사업비가 차등 배분되는 것으로 변경됐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대학혁신지원사업 연차평가에 강사 고용 지표 10% 내외 반영이 추가됐다. 10% 내외 반영이면 사실상 연차평가를 좌우한다.

BK21 사업은 1999년부터 시작됐다. 국내 대표 학문후속세대 지원사업이다. 1단계 사업은 1995년부터 2005년까지, 2단계 사업은 2006년부터 2012년까지 진행됐다. 현재 3단계 사업(BK21 플러스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종료일은 2020년 8월. 교육부는 하반기에 4단계 BK21 사업 기본계획을 발표한다.

앞서 교육부는 지난해 11월 4단계 BK21 사업 개편 방향을 공개했다. 당시만 해도 4단계 BK21 사업 선정평가에서 강사 고용 안정 지표 반영 계획은 어디에도 없었다. 그러다 ‘강사제도 안착 방안’에 강사 고용 안정 지표 반영 계획이 포함됐고, 학문후속세대 대상 강의 기회 제공 반영 비율 확대로 가닥이 잡혔다. BK21 사업은 학문후속세대 지원사업이다. 어찌 보면 당연한 수순이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계획 변경에 대학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학문후속세대에 강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도 재정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대학재정지원사업이 강사법에 매몰되면 안 된다. 대학재정지원사업은 사업별 성격과 목적에 맞춰 시행돼야 한다. 강사 해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대학의 재정난이 근본적으로 해결돼야 한다. 근원적 처방을 찾는 것이 교육부의 역할이고 책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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