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명규 배화여자대학교 명예교수

고명규 배화여자대학교 명예교수
고명규 배화여자대학교 명예교수

최근 교육부는 문재인 정부 출범 3년 차를 맞아 정원 6000명 이상 16개 사립대를 대상으로 학사, 입시, 회계, 이사회운영 등 고강도 종합감사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당연히 나라의 미래가 걸린 교육개혁은 핵심인 사학비리 척결에서 시작돼야 하고 더 이상은 미룰 수도 멈출 수도 없는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할 국가적 숙제다.

만시지탄이지만 30여 년간 교육현장에 몸담았던 사람으로서 이를 환영하면서도 탁상행정의 또 다른 표본이 되지 않을까 기대와 우려가 교차되는 것은 웬일인지 모르겠다.

지난해 교육부가 실시한 사학비리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교비회계집행 부적정으로 총장 중징계 및 환수조치를 해당대학에 통보했음에도 불구하고 경고나 불문에 그쳐 종이호랑이가 된 사례가 적지 않았다.

그것은 사립대학 71.7%가 총장 임면권을 쥐고 있는 사학법인 이사회의 전횡과 이사회의 비호를 받는 비리 총장이 오히려 대학운영 및 이사회에서도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11세기 말에 생긴 대학(Universitas)은 원래 교수와 학생들의 모임이란 뜻으로 교수와 학생들이 합의하면서 운영하는 자율적 공동체이지 이사회가 대학운영의 주체가 아니었다.

따라서 시민감사관을 위촉해 민관으로 구성된 교육신뢰회복추진단은 대학혁신을 사학비리척결에 두고, 공정하고 투명한 대학 민주화(school democracy)의 정착을 위해 이사회의 기능을 축소하고 대학구성원이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사립학교법 개정, 공익감찰관제, 수사권 연계까지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교육 개혁의 핵심과제 중 하나인 사립대학의 비리가 근절돼야 할 근본 이유는 대학기본역량진단 평가를 통해서 국가로부터 재정지원을 수혜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공공성과 투명성을 근간으로 운영돼야 국민적인 동의를 얻을 수 있다. 현재 유명무실해진 대학평의원회 제도도 본래의 취지를 복원하고 위상 정립을 위해 이사회의 기능을 대학평의원회로 분산시켜야 한다. 또한 대부분의 대학에서 다양한 목소리를 내고 있는 교수협의회를 자치기구에서 학칙으로 법제화하는 것이 내부 견제와 비리를 예방하는 것은 물론 합리적인 대학운영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우선 혁신은 그 어원에서 참뜻을 이해해야 한다. 영어로 innovation은 더욱 새롭게(to renew) 혹은 다시 시작하는(to begin with)에 뜻이 있으며 나아가 멈춰 있는 상황 속에서 새 출발하는(to start fresh) 과정으로 살을 도려내는 고통과 어려움이 따른다.

따라서, 차제에 추진단이 J.A. 슘페터가 일찍이 주장한 것처럼 대학들이 내부조직의 낡은 것을 파괴하고 새로운 것을 끊임없이 창조하는 데 견인차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한다.

대학들은 지금 저출산으로 인한 학령인구 감소를 비롯해 입시제도, 등록금 동결, 시간강사법 등 대학 경영이 행∙재정상 어려운 교육환경에 직면해 있다.

그러나 대학을 둘러싼 환경이 아무리 급변해도 미래 인재를 키우는 대학의 역할은 달라지지 않는다. 오히려 이러한 시대적 요구를 도마뱀 꼬리를 자르는 자구적 혁신과 변화로 생존 및 발전전략을 모색하는 것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적 과제다.

또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접어든 문명사적·구조적 전환기에 대학은 국가경쟁력의 원동력임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대학 고유의 정체성과 특성화 전략을 수립하고 ‘도끼를 갈아 바늘을 만든다’는 마부작침(磨斧作針)의 끊임없는 혁신으로 미래지향적이고 경쟁력 있는 대학경영 인프라를 구축할 시기가 바로 지금이다.

어느 학술포럼에 참가했을 때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학이 나아가야 할 길?’이라고 쓰인 플래카드를 보고 “앞으로 쭉 가면 된다”고 말한 노교수의 우스갯소리가 공허하기만 하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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