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주의 특별한 여행] 아빠와 함께한 행복
[김현주의 특별한 여행] 아빠와 함께한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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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주 명지전문대학 교수
김현주 교수
김현주 교수

아프리카에는 절대빈곤국가가 다른 대륙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다. 기후적인 어려움으로 발생한 식량 부족과 부족 간의 전쟁으로 인한 황폐해진 삶이 대부분의 원인을 차지한다. 아프리카의 빈민촌에서는 아빠가 가정을 지키는 일이 거의 없다. 살다가 힘들면 처자식을 버리고 다른 곳으로 간다. 남은 엄마와 아이들은 가난과 삶의 역경 속에서 살아가야 한다. 아빠가 가정에 대한 책임감이 없는 것도 빈곤이 대물림되는 원인 중 하나다. 농촌으로 갈수록 이런 현상은 더 많이 볼 수 있다.

3년 전, 에티오피아의 수도 아디스아바바에서 4시간 정도 떨어진 마을을 방문한 적이 있다. 전형적인 시골 마을이었고 이틀을 머무르는 동안 하루는 비가 엄청 왔다. 한 가정을 방문하러 이동하는데 무릎까지 빠지는 진흙 밭을 지나서 가기도 했다. 아프리카의 우기에는 무서울 정도로 비가 온다. 한 가정 여섯 식구가 초가로 지은 집 안에서 바닥에 담요 같은 것을 깔고 지내는데 그 담요 옆으로 빗물이 흐르고 있었다. 참 힘들게 살아가는 모습을 보고 마음이 짠해져서 숙소로 돌아왔다.

다음 날 버스를 타고 두어 시간을 달려서 도착한 마을은 입구에서부터 분위기가 달랐다. 집도 양철 지붕에 반듯하게 지어져 있었고 집집마다 전깃줄과 TV 안테나가 있었다. 한눈에 보아도 잘살고 있는 동네였다. 어떻게 된 일인지 마을 촌장으로부터 설명을 들었다. 그 마을도 하루 전에 방문했던 마을과 다름이 없었던 빈촌이었다. 어느 날 마을에 교회가 세워지고 교회 목사님이 마을에 있는 모든 아빠들을 불렀다. 더 이상 가난하게 살 수 없으니 우리가 스스로 살아가자고 오랜 시간 아빠들을 설득했고 처음 시작한 몇 가정부터 시작된 프로젝트가 부의 나눔이었다.

소를 한 마리 사서 한 가정에 1년을 임대해주면 그 가정은 소를 가지고 1년 동안 농사도 짓고 우유도 짜서 팔기도 하고 치즈도 만들어 팔 수도 있었다. 송아지가 생기면 마을 공동 소유가 되는 것이었다. 그 소는 1년이 지나면 다른 가정으로 양도돼 같은 일을 반복했다. 공동 양계장을 짓고 닭을 30여 마리 들여왔다. 한 가정이 6개월씩 양계장을 돌보며 계란을 팔아서 생활했다. 6개월이 지나면 양계장은 다른 가정이 관리하고 같은 일을 반복했다. 교회는 처음에 외부 기관에서 1000달러 정도를 기부받아 이 일을 시작했고 5년 정도 지나자 프로젝트에 참여한 가정이 127가정 정도 됐다. 소도 20여 마리로 늘었고 닭도 600여 마리 정도까지 늘었다. 아빠들에게 저축을 하는 법도 가르쳐 주었고 이자에 대한 개념도 알려 주었다. 일주일에 한 번은 멀리 있는 은행에서 와서 저축도 도와주었다. 공동으로 모은 마을 기금도 한국 돈으로 500만원 정도 된다고 했다.

이 프로젝트는 철저히 아빠를 중심으로 전개했다. 아프리카에서는 아빠가 가정을 버리고 가는 경우가 허다하고 가정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으려는 생각들이 많고 특히 빈민가일수록 아빠가 가정을 지키는 확률은 적다. 이 마을에서 아빠들을 중심으로 프로젝트를 시작한 이유였다. 다른 아프리카 마을에서 보기 드물게 아빠의 손을 잡고 아빠와 같이 놀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아빠와 같이 있었던 한 아이가 “전에는 아빠가 술만 먹고 잘 놀아주지 않았는데, 아빠가 같이 놀아줘서 너무 좋아요” 하며 창고를 보여줬다. 낡고 무너질 것 같은 창고가 전에 자기 집이었다고 했다. 그 마을의 100여 가구는 모두 침실과 거실과 주방이 분리돼 있고 전기가 들어오고 TV를 볼 수 있는 집이었다.

아빠가 변하면 가정이 변하고 삶의 질이 변하는 모습을 보고 왔다. 아빠와 함께하는 행복한 시간이 오랫동안 지속되고 거기서 자라는 아이들이 커서 책임감이 있고 가정을 지키는 아빠와 엄마로 성장할 것을 기대한다. 아름다운 가정의 모습이 선순환되고 무엇보다도 가난이 대물림되지 않을 것이다. 가난 속에 살고 있는 아프리카의 한 촌에서 샛별과 같은 희망을 보고 왔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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