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권 13개 자사고 평가결과 발표…13개교 중 8개교 ‘고배’
서울권 8개교 외 상산고 안산동산고 해운대고도 지정취소 ‘위기’
인천 평가결과 발표, 인천포스코고 자사고 ‘지위 유지’ 

[한국대학신문 박대호 기자] 당초 우려됐던 자사고들의 ‘무더기 탈락’이 현실화됐다. 전국 시·도 교육청의 자사고 운영성과 평가 결과 발표가 모두 마무리된 9일, 올해 평가를 받은 24개교 중 11개교가 지정취소 판정을 받아 일반고로 전환될 위기에 놓인 상황이다. 특히 평가 대상인 13개교 중 절반이 넘는 8개교가 지정 취소 판정을 받은 서울권의 혼란이 극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권 13개 자사고 평가결과 발표…8개교 ‘탈락’ 결정 = 서울교육청은 9일 ‘2019학년 자율형 사립고 운영성과 평가 결과’를 각 학교에 통보했다고 이날 밝혔다. 

이번에 평가 대상이었던 학교는 총 13개교. 서울교육청은 이 중 경희고·배재고·세화고·숭문고·신일고·이대부고·중앙고·한대부고 총 8개교를 대상으로 지정 취소 절차를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반면 동성고·이화여고·중동고·한가람고와 하나고는 자사고 지위를 계속 유지한다. 

서울교육청은 하루 전인 8일 자율학교등 지정·운영위원회를 열어 평가 결과를 심의한 결과 평가대상 13개교 중 8개교가 자사고 지정 목적을 달성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이같이 결정했다고 전했다. 

개별 고교의 점수는 공개되지 않았다. 서울교육청은 발표일인 9일 이전부터 고교 서열화를 우려해 개별 고교의 평가 점수를 공개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서울교육청은 먼저 8개교를 대상으로 청문을 거쳐 교육부에 지정 취소 동의를 신청할 계획이다. 교육부가 동의하면 해당 학교들은 당장 올해 입시부터 일반고로 전환된다. 단, 현재 재학생들은 졸업 때까지 자사고 학생 신분을 유지한다. 

서울교육청은 이번 평가결과 발표 후속 방안 등을 빠른 시일 내 발표할 예정이다. 먼저 일반고 전환을 앞둔 8개교의 재학생 학습권 보장 등은 적극 지원한다. 학교별 특성을 고려해 맞춤형 교육과정 운영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일반고로 전환하는 기간 동안 복합교육과정 조기 안착을 위해 별도의 재정 지원도 실시한다. 

기준점 이상을 받은 5개교도 지도 대상이다. 평가 결과 미흡한 부분을 보완, 자사고가 당초 지정된 목적에 충실한 교육활동을 실시할 수 있도록 지도하겠다는 것이 서울교육청의 방침이다. 

조희연 서울교육감은 “이번 평가가 경쟁 위주 고교교육과 서열화 된 고교체제 정상화를 위한 새로운 전기가 되기를 소망한다”며 “일반고로 전환하는 학교에 대해서는 재학생과 신입생 모두에 피해가 가지 않도록 행·재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했다. 

자사고를 일반고로 전환시키겠다는 정책에 대한 평가와 별개로 이번 결과가 수요자들을 납득시키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계속된 미달 사태를 겪어온 학교가 재지정되는 반면, 미달 없던 곳은 지정 취소 위기에 놓이는 등 수요자들의 선호와는 사뭇 다른 결과가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 재지정된 동성고는 자사고 체제 10년간 일곱 차례 미달됐던 곳인 반면, 지정 취소 판정을 받은 중앙고는 단 한 번도 미달 사태를 겪은 적이 없다. 

■끝내 현실화 된 자사고 ‘무더기 탈락’, 전국 24개교 중 11개교 ‘고배’ = 서울권 자사고들의 평가 결과가 나온 9일에는 인천 지역의 평가 결과도 뒤이어 공개됐다. 인천교육청은 9일 자율학교 등 지정·운영위원회를 열어 올해 평가 대상인 인천포스코고의 자사고 지위를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세부점수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인천포스코고는 재지정 기준점인 70점을 넘긴 것으로 밝혀졌다. 

인천지역을 끝으로 더 이상 남은 자사고 운영성과 평가는 없다. 올해 실시되는 자사고 평가는 모두 끝났다. 

각 교육청이 발표한 평가 결과를 합산하면, 올해 평가 대상인 전국 24개 자사고 가운데 11개교가 탈락했다. 평가 대상 가운데 절반 가까운 학교가 ‘고배’를 마신 것. 서울지역에서 8개교가 탈락한 데 더해 부산 해운대고, 경기 안산동산고, 전북 상산고가 각각 재지정 평가를 통과하지 못했다. 

이같은 ‘무더기 탈락’은 당초 예상됐던 바다. 자사고가 일반고를 황폐화시키는 ‘특권 교육’이라며 부정적 인식을 드러냈던 교육감들이 다수 존재했기 때문이다. 대통령이 공약으로 ‘자사고의 일반고 전환’을 제시한 탓에 이번 운영성과 평가에 따라 다수 자사고가 일반고로 전환될 것이란 예상이 일찌감치 나오던 터였다. 조 교육감은 이러한 여론을 의식한 듯 9일 평가결과를 발표하면서 “평가는 공적 절차로서 공정하고 합리적으로 진행돼야 한다. 평가위원들이 자율적으로 진행하도록 했다”는 말을 덧붙이기도 했다.

물론 이번에 교육청에서 내놓은 평가 결과가 최종 확정된 결과물은 아니다. 교육부 동의 절차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교육부가 교육청들의 평가 결과를 무시하고 거부권을 행사하는 경우 학교들은 자사고 지위를 계속 이어가게 된다. 다만, 대통령이 선거 과정에서부터 자사고의 일반고 전환을 외쳤고, 국정과제에도 이를 고스란히 담았다는 점을 볼 때 교육부가 거부권을 행사하긴 어려울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자사고 대폭 감소, 향후 고입 전망은? = 이번 평가 결과가 최종 확정돼 자사고가 대폭 줄어들면 고교 입시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질까. 내년 18개 자사고의 평가가 예정돼 있다는 점을 볼 때 자사고 축소 문제는 현 중3을 넘어 중2에게도 적용되는 문제다. 

먼저 자사고가 사라짐에 따라 기존 교육특구인 강남과 양천 등의 지위가 더욱 공고해질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이번 평가 결과에 따라 일부 비교육특구에서는 자사고 자체가 없어지게 됐다. 학부모들의 불안감이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라며 “우수 일반고나 자사고가 집중 배치된 강남, 서초, 양천구 등을 선호하는 현상이 불가피해 보인다”고 분석했다.

실제 이번 평가결과에 따라 서울권에서는 자사고가 없는 지역이 다수 발생할 전망이다. 현재는 자사고가 없는 지역이 없지만, 이번 평가 결과가 확정되면 당장 강북·광진·성동·성북 등 4개 구에서는 자사고가 완전히 사라지게 된다. 내년 평가 결과에 따라 강동·관악·구로·금천·노원·도봉·동대문·동작·송파·영등포·중랑 등 11개 구도 자사고가 없는 상황을 맞이하게 될 수 있다. 

서울권 여학생들의 자사고 입학이 한층 어려워질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번에 좋지 못한 성적표를 받아든 서울권 8개 자사고 가운데 2개교가 남녀공학이기 때문이다. 현재 서울권 자사고 가운데 여고는 세화여고와 이화여고 2개교뿐이며, 남녀공학이 하나고를 비롯해 5개교 있다. 여학생이 지원가능한 자사고는 7개에 불과했던 것이다. 이 중 남녀공학 2개교가 탈락 위기에 놓이면서 여학생이 지원 가능한 자사고는 5개교로 줄어들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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