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의 歷史⑤] 중세대학의 학생 생활상
[대학의 歷史⑤] 중세대학의 학생 생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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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형찬 서울예술대학교 교수

C. H. 해스킨스가 지은 《대학의 기원》이란 책에는 중세대학의 학생들 생활 모습이 적나라하게 적혀있다. 관련 자료로는 ‘법정기록’, ‘학칙’, ‘교수들이 남긴 기록’, ‘학생 편지’등을 들 수 있다. 800~900년이 지난 자료들인데 아직도 내용은 생생하다.

‘법정기록’에는 학생들의 크고 작은 소동과 범죄가 기록되어 있다. 예를 들면, 한 학생이 강의실에서 칼로 공격을 받아 강의가 중단된 사건, 강의실 앞 도로에서 학생이 습격을 받아 피 흘린 사건, 시민(town)과 학생(gown)이 집단적으로 싸움을 벌여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한 사건 등이 적혀있다. ‘학칙’에는 대학생활에서 지켜야할 내용들이 명시되어 있다. 수업 중에 교수에게 돌 던지려 한 자와 던져서 실패한 자에 대한 처벌, 교수에게 상처를 입힌 자에 대한 처벌이 들어 있다. 학칙은 무법적인 학생들로부터 교수와 수업을 보호할 목적으로 제정되었다. ‘교수들이 남긴 기록’을 보면 학생들이 부정적인 모습으로 기술되어 있다. 어떤 교수가 작성한 기록을 보자. “그들의 마음은 시궁창 늪에 빠져 돈과 세속적인 일 그리고 자신의 욕망을 채우려는 것으로 가득 찼다. 싸움을 즐겼는데 무기를 휴대하고 거리를 배회하며 시민을 공격하고 남의 집에 침입하여 여자들을 희롱한다. 또한 서로 싸워 손가락을 잘라버린다. 그래서 무장한 기사들조차 그들을 두려워한다. 그들이 있는 곳엔 평화는 없다. 그들은 나라와 대학을 뒤흔들어 놓는다.”

해스킨스는 학생들을 몇 가지 유형으로 나누었다. 첫 번째 유형은 ‘친구가 없는 가난한 학생’이다. 그들은 돈이 없어 마을 사람들에게 구걸했고, 동물의 내장이나 값싼 소시지로 식사를 대신했다. 어느 때는 정육점 주인과 다투어 살인 사건이 벌어지기도 했다. 그들은 정확하지 못한 필체로 서적을 베껴 주며 돈을 벌었다. 그들은 가난해서 교재도 살 수 없었으며 교복과 모자도 착용하지 못했다. 물론 수업료도 내지 못했다. 어떤 가난한 학생은 이런 슬픈 시를 지었다. “나는 젊은 방랑학생이다. 고뇌와 슬픔을 위해 태어나 가난 때문에 머리가 미칠 것만 같다. 문학과 지식을 많이 공부하고 싶다. 내가 입은 누더기 옷은 너무 얇아 갈기갈기 찢어져 추위를 견디지 못한다. 나는 버림받았다.”

두 번째 유형은 ‘게으름뱅이나 목적이 없는 학생’이다. 이들은 학생이라는 신분으로 갖가지 혜택을 누렸다. 아침 늦게까지 잠을 잘 수 있는 수업만 택해 들었고, 강의는 기껏해야 매주 한 두 번 참석했다. 그들은 강의실에서는 졸고 나머지 시간은 술집에서 술을 마시는데 다 써버렸다. “나의 소원은 술집에서 죽는 것, 그곳에는 죽는 순간까지 술이 있다. 그래서 천사는 노래 부른다. 하느님, 이 술주정꾼에게 자비를 베푸소서.” 어떤 술주정뱅이 학생이 지은 시다. 그들은 도시를 떠날 때가 오면 학식을 뽐내기 위해 멋진 송아지 가죽으로 장정한 책들을 자루에 가득 넣고, ‘텅 빈 머리’로 집으로 돌아간다. 어떤 풍자가는 이런 학생들을 당나귀에 비유했다. “이 당나귀는 파리에서 7년간이나 공부했지만 한 마디도 깨우치지 못했다. 그 과정이 끝났을 때도 입학했을 때와 똑같이 울음소리만 낸다.”

학생들이 쓴 편지를 보면 생활은 엉망이지만 글은 문학적이다. 편지 내용은 대부분 돈이었다. 부모에게, 형제에게, 친척에게, 후원자에게, 교회 관계자에게 돈을 요청했다. 그들은 수사학을 배웠기에 편지를 실감나게 썼다. “빵이 딱딱하고 곰팡이가 피었습니다. 말하기 거북한 것도 먹고 있습니다. 마시는 물에는 눈물이 섞여 있습니다. 저는 이 편지를 어둠이 짙은 깊은 감옥에서 쓰고 있습니다. 덮을 것도 없는 짚단 위에서 잠을 자고, 신발도 옷도 없습니다.” 대학 감옥에 갇힌 학생이 쓴 편지다. 이 글을 받은 부모는 즉시 돈을 부쳐주었다.

해스킨스는 중세 대학 학생들의 갖가지 모습을 살펴보면서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렸다. “그들은 인생과 학문을 대하는 태도에 있어서, 오늘날 대학생과 조금도 다를 바가 없다. 그들의 품행이 현재보다 더 나빴으나 학문에 대한 열정과 야망은 지금 대학생 못지않게 뜨거웠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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