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역자원 급감 대책 VS “이공계 대학원 지원자 급감·인재 해외 유출될 것” 우려
과기계 교수·학생 등 반발…의원도 가세

국방부가 입영대상자 감소에 대비해 전문연구요원 제도를 비롯해 여려 대체복무 제도폐지로 병력자원을 유지하겠다고 밝히자 지난 2016년 이를 반대하며 서명운동을 벌인 이공계 학생 대표들. (사진 = 한국대학신문 DB]
국방부가 입영대상자 감소에 대비해 전문연구요원 제도를 비롯해 여려 대체복무 제도폐지로 병력자원을 유지하겠다고 밝히자 지난 2016년 이를 반대하며 서명운동을 벌인 이공계 학생 대표들. (사진 = 한국대학신문 DB]

[한국대학신문 이현진 기자] 국방부가 이공계 병역특례(전문연구요원)의 정원을 절반 이상 감축하겠다는 움직임을 보이자 과학기술계를 비롯한 대학가 반발이 거세다. 국방부는 지난 2016년 전문연구요원 제도 폐지 기조를 밝혔다가 한 차례 철회한 바 있다. 최근 국방부의 이 같은 움직임이 다시 시작되자 △이공계 기피현상 △중소기업 인력부족 △우수인재 해외 유출이 더욱 심화될 것이라며 대학가가 우려를 표하고 있다. 이공계와 더불어 산업계가 반발을 이어가면서 향후 국방부가 어떤 조치를 취할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 도입 40여 년 만에 ‘병역자원 급감’ 이유로 ‘감축’ 움직임 = 전문연구요원제도는 병역특례 제도 중 하나로 지난 1973년 처음 도입됐다. 전문연구요원은 병역자원의 일부를 국가 과학기술 경쟁력 강화에 활용하기 위해 마련된 제도다. 병무청장이 선정한 기관에서 전문연구개발 업무에 종사하며 병역 의무를 대체하는 방식이다. 군 복무 대신 4주 동안 군사훈련을 받은 뒤 36개월간 의무적으로 연구현장을 지킨다.

카이스트가 최초로 병역특례기관으로 선정된 뒤 대상이 확대돼 적용되고 있다. 2017년 중소기업연구원의 연구에 따르면 전문연구요원제도의 국가 경제적 파급효과는 생산유발효과 1조3247억원이다. 고용유발효과는 4393명이었다. 현재 국내 이공계 대학은 물론 과학기술특성화대학의 교육‧연구 성과 창출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곽승엽 서울대 재료공학부 교수가 지난해 서울대와 포스텍·한국과학기술원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도 같은 맥락의 결과가 나온다. 이공계 약 80%의 학생들이 전문연구요원제도가 우수인력의 박사과정 진학 및 연구직 유지에 영향을 미친다고 답했다.

이 같은 효과에도 불구하고 국방부가 제시한 이공계 전문연구요원 축소 방안은 인구감소에 따른 현역복무자원 부족을 근거로 하고 있다. 연간 2500명을 선발하는 이공계 전문연구요원을 2022년부터 단계적으로 감축해 2024년 이공계 전문연구요원을 절반 이상 줄인다는 계획안이다.

■ 4대 과기원 교수협 비롯 SKY 총학 등 대학가 반발 = 하지만 전문연구요원 정원의 축소는 4대 과기원은 물론 이공계 대학원의 붕괴를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올해 사상 처음으로 공대·자연대·의대 대학원이 동시에 미달 사태를 맞았던 서울대를 비롯해 병역특례가 학생모집의 최우선 수단인 지역 과기원들이 존립 위기를 맞을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병역특례가 없어질 경우 국내 대학원 대신 바로 외국 대학으로 진학하는 학생은 더 늘어날 것이라는 추측도 나온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광주과학기술원(GIST)·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울산과학기술원(UNIST) 4대 과학기술원 교수협의회·평의회가 22일 이공계 전문연구요원 축소 방안에 반대하고 나섰다.

KAIST·GIST·DGIST·UNIST 등 4대 과학기술원 교수협의회·평의회는 입장문을 통해 “전문연구요원 정원 감축안을 반대하며 제도 폐지될 가능성에 우려를 표명한다”고 밝혔다. 교수들은 “축소안은 이공계 대학원의 인적자원을 붕괴시키고 인구역량 저하를 가져올 것”이라며 “중소기업 및 연구기관의 첨단기술인력 부족을 초래해 기술주권 상실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매년 선발하는 2500명의 전문연구요원을 현역병으로 전환하는 것이 근본적 해결책이 아니라고 비판했다. 현재 전문연 규모는 2018년 현역병 입역 인원이 연간 22만 명의 1%수준으로 군 복무자원의 확보 차원이 아니라는 의미다.

과학기술원 교수들은 “전문연구요원 제도는 과학기술을 활용한 국가·사회적 문제해결과 함께 국방과학기술 고도화를 통한 군의 현대화·선진화·고급화에 직접적으로 기여해왔다”며 “결국 국가 기술주권과 산업경쟁력을 무너뜨리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KAIST·GIST·DGIST·UNIST 등 4개 과기원 총학생회와 서울대 총학생회·공대 학생회·자연대 학생회, 고려대 총학생회, 연세대 총학생회, 포항공대 대학원 총학생회 등 총 8개 대학 학생회도 최근 ‘전문연구요원 감축대응 특별위원회’를 발족하고 국방부의 감축안 철회운동을 펼치고 있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 학부 및 대학원 총학생회는 “우수 과학기술 고급인력의 해외유출을 막고 최근 정부가 발표한 유망 분야 인재 양성, AI 대학원 확대 계획을 위해 제도를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과기계·의원 등 가세…정부 “관계부처 협의 중” 일축 = 반대 움직임에 대학 뿐 아니라 과학기술계와 국회의원까지 가세하고 있다.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한국과학기술한림원·한국공학한림원·대한민국의학한림원 등 4대 과학기술단체는 최근 “병역특례 축소 검토를 철회하라”며 반대 성명을 내놨다.

특히 한국과학기술한림원은 올해 3월 새 원장이 취임하면서 가장 중점을 둘 과제로 전문연구요원제도의 확대를 꼽은바 있다. 한민구 과기한림원장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국가 연구개발 역량강화를 위해 우수한 과학기술인재가 절실한 상황임을 고려할 때 저출산·고령화로 향후 발생할 수 있는 병력충원의 어려움을 감안하더라도 전문연구요원제도는 폐지 대상이 아니라 개선과 합리적 보완이 필요한 제도”라며 “외국은 23~24세면 박사학위를 시작하는데 우리는 너무 늦게 시작한다. 적극적인 공론화가 필요하다”며 오히려 범위를 넓혀야 한다고 말했다

국회의원도 가세했다. 이상민 더불어민주당 의원(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은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국방력은 무기의 고도화·지능화, 사이버·우주전쟁 등 과학기술 경쟁력이 곧 국방 경쟁력이 되는 시대”라면서 “과학기술력은 배제한 채 인해전술로만 미래 국방력을 준비할 수 없다. 특히 전문연구요원 제도는 중소기업인력난을 해소하고 고급 두뇌의 해외 유출을 줄이며 미래세대가 이공계를 선택하도록 유인하는 제도로 반드시 유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전문연구요원 제도는 군 복무를 대체하는 특례제도인 만큼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방안으로 운영돼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한국과학기술한림원은 “전문연구요원 선발을 위한 합리적인 기준과 부실 복무 문제를 예방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고 선발의 불확실성을 개선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에 대해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전문연구요원을 포함한 대체복무 감축규모와 발표 시기는 국방부 등 관계부처와 협의 중인 사항으로 확정된 바 없다”며 “병역자원 급감 등 국방환경 변화와 미래 우수 과학기술 인재양성 필요성 등을 감안해 관계부처와 협의 중”이라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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