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주에서 땀의 소중함 깨우친 300명 학생들

[충주=한국대학신문 한명섭 기자] 손주 같은 학생들이 보들보들한 손으로 맨져주니 좋지유.

맨들맨들해진 얼굴을 서로 만져보고 학생들의 마스크 팩 마사지를 받은 할머니들의 입이 귀에 걸리면서 한적한 시골 마을회관에 한바탕 웃음이 퍼진다.

복더위가 시작된 14. 한성대 학생들이 5일간 농촌봉사활동을 펼쳤다.

전날 밤부터 작업복, 반바지, 몸뻬, 티셔츠, 세면도구 등 주섬주섬 짐을 싼 총학생회(회장 정호재) 간부들과 300명의 학생들이 향한 곳은 충북 충주시 소태면, 수안보면, 대소원면 등 8개 면 19개 마을.

해외여행 대신 농촌봉사활동을 택한 학생들은 강한 자외선을 막아줄 밀짚모자와 팔토시로 무장하고 10~20명씩 조를 나눠 동네 곳곳으로 흩어졌다.

익숙지 않은 손놀림으로 고추, 옥수수, 복숭아, 토마토 수확, 사과 봉지 씌우기, 감자 캐기, 돌 나르기, 마을회관 주변 정화, 동네 어귀 벽화그리기 등을 하며 구슬땀을 흘렸다.

해보지 않았던 농사일도 낯설고 힘들 뿐만 아니라 뜨거운 한낮을 피해 이른 아침시간과 오후 늦은시간을 골라 활동에 나서보지만 삼복더위에 송글송글 맺히는 땀을 주체할 수 없어 팔꿈치로 연신 닦아내면서도 얼굴에는 '까르르' 웃음이 떠나지 않는다.

힘든 일 하면서도 재잘재잘 떠들어 주니 지루하지 않고 힘이 나지유.일을 가르치며 학생들과 함께한 김홍훈 이장(산척면 송강리 광동마을)도 함박웃음을 짓는다.

젊은이를 보기 힘든 고령층만 남은 농촌에서 학생들이 농사일을 거들고 말벗이 돼주러 찾아와 준 것도 고맙지만 어르신들에게 최고 인기는 단연 마스크 팩과 마사지.

누가 이렇게 해 주겠어유. 일에 치여서 마스크 팩 처음 해보는 할머니도 많아유.

한낮 더위를 피해 광동마을회관에 모인 할머니들과 팩 마사지를 받은 김 이장 부인 신기순씨의 귀띔이다.

어느덧 봉사활동 마지막 날. 이들의 땀방울을 식혀주기 위해 학교의 어른 이상한 총장도 힘을 보탰다.

현지를 방문한 이 총장은 학생회장단과 저녁식사를 함께하고 시원한 팥빙수에 화기애애한 봉사 에피소드를 들어주며 격려했다.

80~90년대 학생운동의 하나로 활발하게 진행되다 2000년대 들어 개인주의, 취업난, 운동권에 대한 거부감, 해외봉사로 눈을 돌리며 조금씩 잊혀진 일명 농활'. 지금은 재능기부와 순수봉사활동으로 일부 대학에서 명맥을 이어가는 상황이다.

연로하신 어르신들이 가족을 위해 땡볕 아래 허리 숙여 일하는 모습에 뭉클했는데..., 잠시라도 허리를 펴고 웃을 수 있게 해 드린 것 같아 오히려 많이 배우고 큰 보람을 느낀다며 뿌듯해 하는 박민수 학생(컴퓨터공학부)의 수건 두른 목 줄기로 주르륵 뜨거운 땀이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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