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영 서강대 로욜라도서관 수서정리팀 부장

대학도서관 평가가 3년간의 시범평가를 마치고 2020년부터 정식 평가로 전환돼 실시될 예정이다. 그동안 시범평가를 거치며 대학도서관계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함께 개별 도서관의 문제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그러나 불만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것도 사실이다.

일부 대학의 경우 지역적 특성이나 대학 재정의 어려움을 거론하며 ‘자율적이고 특성을 고려한 도서관 운영’에 방해가 된다거나, 대학의 특수한 상황을 내세워 자신들만의 별도 평가지표를 적용해 달라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또한 몇몇 도서관에서는 대학의 규모와 이용자 수의 차이 등을 내세워 평가의 불합리함과 부정적인 부분을 부각시키려는 경향도 보이고 있다. 이런 상황은 평가결과에 따라 어쩔 수 없이 드러날 수밖에 없는 대학 간 순위와 결과에 대한 압박, 기존 업무에 평가업무까지 수행해야 하는데 따른 업무 피로도의 상승, 그리고 평가결과의 보상체계 미비로 인한 회의감 증가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예산과 인력 등에서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은 대학의 경우 대규모 대학에 비해 다소 불리할 수밖에 없지만 그것이 평가에 대한 부정과 반대의 이유일수는 없다.

대학도서관평가에 대한 일부 부정적인 시선을 잠시 미뤄놓고 대학도서관 평가의 필요성과 근본적인 목적을 다시 한번 상기해 볼 필요가 있다.

누구나 알다시피 도서관은 대학의 필수시설임에도 불구하고 그에 따른 합당한 대우와 지원을 받지 못해 왔다. 말로는 도서관이 대학의 심장이자 4차 산업혁명을 견인할 기관이라면서 실제로는 명맥만을 유지하거나 법에 명시한 최소한도를 기준으로 삼는 경향을 보여 왔다. 물론 대학재정의 악화에 따른 어쩔 수 없는 결과라고 하지만 이 또한 학문의 전당이라는 대학 본연의 목적을 간과하는 것일 뿐이다. 이에 따라 대학도서관계에서는 수년간의 논의와 법 제정 노력을 통해 대학평가를 자구책의 한 방편으로 마련한 것이다. 대학도서관 현장에서는 대학도서관의 진흥과 평가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법적인 명시와 강제규정, 그리고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과 제재를 통해 확실한 성과가 나타나길 원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은 이와 같은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시대도 아니고 이를 받아들이는 사회구조도 아니다.

대학도서관 평가의 목적은 대학도서관이 스스로 ‘자기점검’을 통해 문제점을 보완하고 발전 방안을 찾기 위한 것이다. 즉 현재적 진단을 바탕으로 도서관에서는 서비스 역량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고, 대학당국은 이를 지원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도록 독려하는 과정을 담고 있다. 평가를 통해 대학 간 비교를 하고 순위를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대학도서관 스스로 점검을 통해 문제점을 파악하고 대학당국이 이를 개선하도록 합리적 근거를 제시해 주기 위한 것이다. 물론 정부는 대학당국이 이를 적극적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행정적 · 재정적 지원을 하고, 평가를 통해 나타난 문제점을 기초로 대학도서관계 전체를 위한 거시적인 정책과 제도를 만드는 역할을 해야 한다.

현재 교육부와 한국교육학술정보원(KERIS)이 중심이 돼 시범평가를 통해 나타난 문제점과 현장의 목소리를 기초로 평가지표를 개선하기 위한 작업을 진행 중이다. 또 평가결과를 정책으로 전환시키기 위해 여러 분야 전문가들로 구성된 대학도서관진흥자문위원회를 가동하고 있으며 조만간 대학도서관의 중장기 발전계획과 현안에 대한 연구를 수행할 대학도서관진흥연구소를 운영할 예정이다.

대학도서관의 발전과 진흥을 위한 정부의 정책과 지원이 어느 정도 틀을 갖춰 가고 있는 이 시점에 성과 창출을 위한 대학과 대학도서관의 인식전환과 노력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즉 대학이 주장하는 ‘자율적이고 특성을 고려한 도서관 운영’이 설득력을 가지려면 대학이 학술기관으로서 가장 기본이 되는 대학도서관 투자에 그동안 얼마나 무관심해 왔는지를 돌아보는 자세와 함께 미래에 대한 계획을 스스로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도서관의 경우, 그동안 대학의 심장이었고 앞으로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거점이 돼야 할 대학도서관이 왜 현재와 같은 상황에 직면하게 됐는지를 냉철하게 돌아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대학이 대학도서관에 관심을 갖도록 노력함은 물론, 창의적 공간이자 지혜의 산실로서 대학도서관의 위상과 역할을 되찾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다양한 의견개진을 통해 평가지표를 개선하고 단점을 보완하는 과정은 필요하다. 그러나 개개 대학의 상황을 내세워 평가에 대한 불만이나 불합리성을 주장하는 것은 대학도서관 평가의 안착과 이를 통한 대학도서관 진흥이라는 거시적인 목표에서 볼 때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는 점을 기억했으면 한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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