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상산고만 부동의···반발 여론 확산, 법정 분쟁 예고

박백범 교육부 차관이 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자사고 지정취소 검토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사진 = 교육부)
박백범 교육부 차관이 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자사고 지정취소 검토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사진 = 교육부)

[한국대학신문 정성민 기자] 자율형사립고(이하 자사고) 대첩에서 상산고만 기사회생했다. 이에 ‘고교 교육 정상화’ vs ‘MB표 자사고 죽이기’를 두고 찬반양론이 엇갈리고 있다. 특히 지정취소 대상 자사고들이 일제히 소송을 예고, 후폭풍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 또한 학교 현장의 혼란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상산고만 기사회생, 일제히 일반고 전환 = 자사고의 기원은 김대중 정부로 거슬러 올라간다. 김대중 정부는 1974년 고교 평준화 정책 도입 이후 하향 평준화, 교육의 질 저하, 교실 붕괴, 해외 유학생 증가, 우수학생의 학습 의욕 상실 등 부작용이 야기되자 자립형사립고등학교 제도를 도입했다. 이어 이명박 정부는 2010년 학생들에게 다양한 교육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자립형사립고등학교를 자사고로 변경, 자사고 확대를 추진했다. 자사고는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에 근거한다. 교육과정과 수업일수 등을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다.

단 자사고는 특목고 등과 동일하게 5년 단위로 운영성과평가를 받아야 한다. 평가 주체는 시도교육청이다. 운영성과평가에 따라 지정취소 사유가 발생하면 시도교육감이 지정‧운영위원회 심의와 청문을 거쳐 교육부에 지정취소 동의를 신청한다. 지정취소 사유는 크게 △중대 부정·비리 발생(교육감 직권 취소) △지정 목적 달성 불가(학교법인 취소 신청) △운영성과평가 기준 미달로 구분된다. 교육부는 '특목고 등 지정위원회'를 개최한 뒤 지정취소 동의 여부를 결정한다. 교육부가 동의를 결정하면 교육감이 지정취소를 최종 결정한다. 올해 운영성과평가 대상 자사고는 11개 교육청 24개교로서 13개교(평가기준 미달 11개교+자진 일반고 전환 신청 2개교)가 지정취소 명단에 올랐다.

교육부는 7월 26일 전북교육청의 상산고와 군산중앙고, 경기교육청의 안산동산고 자사고 지정취소 동의 신청 검토 결과를 발표했다. 전북교육청의 자사고 운영성과평가에서 상산고는 기준점 미달(평가기준점 80점에 79.61점 취득) 판정을, 경기교육청 자사고 운영성과평가에서 안산동산고는 기준점 미달(평가기준점 70점에 62.06점 취득) 판정을 받았다. 반면 군산중앙고는 자발적으로 일반고 전환을 신청했다. 당시 교육부의 결정은 상산고 ‘부동의’, 군산중앙고·안산동산고 ‘동의’였다.

박백범 교육부 차관은 상산고 ‘부동의’ 결정에 대해 “전북교육청의 운영성과평가지표와 관련해 사회통합전형 대상자 선발 비율 적용을 중점적으로 검토했다.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부칙이 상산고를 포함한 구(舊) 자립형사립고에 사회통합전형 선발 비율 적용을 제외한다고 명시하고 있음에도 (사회통합전형 대상자 선발 비율을) 정량지표로 반영한 것은 재량권의 일탈 또는 남용에 해당, 위법하다고 판단했다”면서 “또한 전북교육청은 매년 고입전형 기본계획을 수립(2015~2019학년도)하면서 사회통합전형 대상자 선발 비율을 상산고에서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도록 명시하고 상산고가 제출한 3%를 승인, 상산고에서 정량평가 기준(10%)을 사전에 예측하기도 어려웠기에 평가 적정성이 부족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교육부는 2일 서울시교육청‧부산시교육청의 자사고 운영성과평가에 따른 지정취소 동의신청 검토 결과를 발표했다. 서울시교육청의 자사고 운영성과평가 결과 경희고, 배재고, 세화고, 숭문고, 신일고, 이대부고, 중앙고, 한대부고 등 8개교가 평가기준에 미달했고 경문고는 자발적으로 일반고 전환을 신청했다. 또한 부산시교육청의 자사고 운영성과평가 결과 해운대고가 평가기준에 미달했다.

교육부의 결정은 전부 ‘동의’였다. 박 차관은 “서울 자사고 측은 서울시교육청이 평가계획을 사전에 안내하지 않아 평가지표를 예측할 수 없었다고 주장한다. (평가절차상) 위법사항이 없고, 대부분 지표가 2014년 평가지표와 유사하며, 자사고 지정 요건과 관련해 학교 측에서 충분히 예측 가능하므로 적법하다고 판단했다”며 “해운대고는 평가계획을 사전에 안내하지 않은 것이 법률불소급 원칙에 반한다고 주장하나 법률불소급 원칙은 적법행위에 대해 사후에 소급, 책임을 지우는 입법을 금지한다는 원칙이다. 행정행위인 자사고 성과평가와는 무관하고 평가계획 안내 절차는 적법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고교 교육 정상화’ vs ‘MB표 자사고 죽이기’ 찬반 여론 확산 = 자사고 지정취소 논란에서 상산고만 살아남자 찬반 여론이 엇갈리고 있다. 먼저 찬성 측은 자사고 폐지가 고교 교육 정상화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자사고가 설립 취지와 달리 명문대 진학의 통로로 인식되며, 고교 서열화와 사교육 조장의 원흉으로 지목받고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시절 자사고와 외고 폐지를 공약으로 제시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정부는 자사고, 특목고의 존립 근거인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조항을 삭제해야 한다. 아울러 영재학교, 과학고, 자사고, 외고, 국제고 등 공고하게 서열화된 고교체제 개편에 적극 나서야 한다”면서 “문재인 정부는 일반고 중심의 고교체제개편방안을 즉각 발표하고 공교육 정상화에 박차를 가하라”고 주문했다.

좋은교사운동은 “문재인 정부는 자사고의 일반고 전환을 공약으로 내세웠고 2017년 안철수, 유승민, 심상정 후보 모두 자사고의 일반고 전환에 동의한 바 있다. 일부 학교에만 선발권한을 줘 마치 학생의 계급을 나눈 것과 같은 제도가 일반고의 황폐화, 계층 분리 교육 등 부작용을 만들고 있기 때문에 자사고를 일반고로 전환시켜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었다는 것”이라며 “자사고 재지정을 취소하는 것은 학교 운영을 중단하는 게 아니다. 자사고 제도를 지속하기보다 모든 학교 교육환경과 질을 높이는 정책을 펼쳐, 일반고 혁신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반면 반대 측은 ‘MB표 자사고 죽이기’에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교육적 의도보다 정치적 의도가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사립초중고등학교법인협의회(회장 윤남훈)는 “이명박 정부에서는 평준화를 넘어 다양화가 필요하다는 인식 아래 자사고를 확대 개편, 현재 전국적으로 42개 자사고가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현 정부는 합리적 근거도 없이 학교 서열화, 일반고 황폐화, 입시 사교육 유발 등을 이유로 자사고 폐지를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다”면서 “이는 헌법재판소에서 판결한 ‘교육법정주의’에 어긋난다. 또한 자사고는 법령에 근거, 도입된 학교임에도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에 따라 자사고 존폐를 교육부와 교육청에서 좌지우지하고 있어, 자사고 확대와 폐지 사이를 오가는 동안 그야말로 학생·학부모·학교는 천당과 지옥을 넘나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회장 하윤수, 이하 교총)는 “이번 교육청들의 자사고 재지정 평가와 교육부 심의는 ‘일률적인 일반고 전환 수순’으로 볼 수밖에 없다. 자사고 존폐 논란이 개별 자사고의 재지정 여부를 넘어 정권과 교육감에 따라 고교체제가 좌우되는 교육법정주의 훼손에 근본 원인이 있음을 재차 강조한다”며 “교육에 정치‧이념이 개입, 학교 만들기와 없애기를 반복하면 고교체제의 안정성과 정책 신뢰성 확보는 요원하다. 자사고 등 고교체제는 학생들에게 다양한 교육기회를 열어줄 수 있는지, 4차 산업혁명시대라는 미래 교육환경에 대응할 수 있는지 등에 대해 국가적 검토와 국민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소송 예고에 학교 현장 혼란 우려 = 교육부의 자사고 지정취소 동의 절차가 일단락됐지만 ‘산 넘어 산’이다. 지정취소 대상 자사고들이 일제히 소송을 예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서울지역자사고교장연합회는 자사고 지정이 취소될 경우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제출하고, 행정소송을 진행하겠다고 6월 17일 발표했다.

학부모들의 반발도 거세다. 서울자율형사립고등학교학부모연합회(이하 자학연)는 전국형 자사고와 달리 광역형 자사고만 타깃이 됐다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자학연은 “상산고는 전국형 자사고다. 안산동산고와 군산중앙고는 광역형 자사고다. 이번에 탈락한 서울의 8개 학교는 광역형 자사고다. 같은 자사고여도 엄연히 결이 다르다”면서 “전국형 자사고는 기숙 시스템이기 때문에 학비도 비싸고 우선 선발권을 갖고 있다. 반면 광역형 자사고는 학비도 월 50만원 정도이며 추첨에 의한 선발이기 때문에 공부를 잘하든, 못하든 선발될 수 있다”고 말했다.

자학연은 “전북교육감이 교육부 결정에 동의 못 하겠다고 한다. 교육부의 동의 권한은 전 정부에서 만든 적폐라고 한다. 차도살인(借刀殺人·칼을 빌려 사람을 죽임. 즉 남을 이용,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것)이라고까지 한다. 상산고 지정취소를 부동의한 교육부가 정치적인 계산을 고려했다고 반발한다”며 “맞다. 정치적인 계산을 고려했다고 우리도 주장하고 있다. 전국형 자사고만 살리고 광역형 자사고만 죽이고 있다. 혁신 학교를 위해 광역형 자사고라도 줄여야 하는 정치적인 계산이 있는 듯하다. 교육부, 교육청, 교육감님 이대로 끝나지 않을 것임을 꼭 기억하기 바란다”고 경고했다.

학교 현장에서 혼란도 예상된다. 종로학원하늘교육 임성호 대표는 “재지정 통과학교, 재지정 취소 후 법적 분쟁 자사고, 내년 평가 대상 자사고·외고·과학고, 일반고 등 고교 선택에 일대 혼란이 불가피하다”면서 “자사고 전환 후 현재까지 년도별로 전출, 학업중단자 수가 한 학교에서만 100명대까지 육박한다. 이는 대학입시와 연계된 부분으로 단순히 교육청의 지원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임 대표는 “재지정 평가된 학교도 5년 후 다시 평가받기 때문에 이는 초등 5·6학년 학생, 학부모들에게도 (추후) 지원할 시점에 또 다른 혼란 발생이 불가피하다”며 “교육이 백년지대계라는 점을 감안한다 하더라도 고교 진학 문제까지 3, 4년 후를 내다볼 수 없는 상태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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