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령인구 감소로 상위등급 수험생 감소, 합격선 하락 ‘필연적’
수능상위등급 획득 난항, 수능최저 충족 어려움 ‘변수’

올해 수시모집은 학령인구 감소로 인해 합격선이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다소 과감한 지원전략이 빛을 발할 수 있는 시기다. (사진=한국대학신문DB)
올해 수시모집은 학령인구 감소로 인해 합격선이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다소 과감한 지원전략이 빛을 발할 수 있는 시기다. (사진=한국대학신문DB)

[한국대학신문 박대호 기자] 원서접수가 얼마 남지 않은 2020학년 수시모집의 키 포인트는 ‘과감성’이 될 것으로 보인다. 수험생들은 당초 생각보다 다소 ‘과감한 지원전략’을 선보여야 한다. 학령인구 감소로 인해 지난해 대비 합격선이 한층 낮아질 것이란 전망들이 전문가들로부터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수요자들 입장에서는 지난해 입시결과를 참고하지 않을 수 없다. 다만, 수시모집의 기본 원칙인 ‘상향 지원’을 염두에 두고 과감하게 선호도 높은 대학·전공을 선택하는 것이 보다 흡족한 결과물을 받아들 수 있는 방법이란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전문가들 공통 전망, 수시모집 ‘합격선 하락’ = 입시 전문가들이 올해 수시모집의 특징으로 예측하는 것 중 하나는 ‘합격선 하락’이다. 학령인구가 줄어드는 만큼 학생부교과 성적 역시 내려앉을 수밖에 없다는 게 정설이기 때문이다.

학령인구 감소 현상은 올해부터 본격화된다. 학교알리미에 따르면 올해 고3 학생 수는 51만241명으로 지난해 57만661명 대비 6만여 명이 줄어들었다. 일반고와 자공고를 기준으로 보더라도 고3 학생 수는 지난해 44만3841명에서 올해 39만490명으로 4만명 이상 축소됐다. 

이처럼 학령인구가 줄어들면 좋은 성적을 받는 학생 규모도 줄어든다. ‘내신’으로도 불리는 학생부교과 성적은 학생 수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내신은 학교별 학생 수 대비 일정비율마다 등급을 주는 ‘상대평가’ 구조다. 전체 모수가 줄면 그만큼 좋은 등급을 받기란 어려워진다. 대학들의 모집인원이 그대로인 상황에서 좋은 등급을 받는 학생 수가 줄어들면 그만큼 합격선은 하락할 수밖에 없다. 

입시기관의 분석에 따르면 합격선은 0.1등급에서 0.2등급 정도 내려앉을 것으로 보인다. 학생부교과전형에 원서를 내밀어볼 수 있는 4등급 이내 수험생들을 기준으로 했을 때 얘기다. 오종운 종로학원하늘교육 평가이사는 “올해의 경우 2.5등급 수험생 기준 0.1등급, 4등급 수험생 기준 0.2등급이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고3 학생 수가 일반고와 자공고 기준 급격하게 5만여 명 감소하기 때문”이라며 “이는 지난해 고3 학생들의 5개 학기 내신 주요 과목 평균 등급 표본조사를 토대로 한 것”이라고 했다.

실제 인원을 놓고 보더라도 합격선 하락은 확실해 보인다. 오 이사는 “고3 1학기까지 2.5등급 이내를 받으면 상위 누적 7.5% 정도다. 작년에는 이러한 학생 수가 일반고 기준 3만3288명 정도로 추산된다. 하지만 올해는 학생 수 감소로 2만9287명이 이에 해당한다. 2.6등급으로 0.1등급이 내려가야 3만3192명으로 지난해 2.5등급과 비슷한 수치가 된다”고 했다. 같은 방식으로 계산하면 상위 누적 31.2%로 추정되는 4등급 이내 수험생은 올해의 경우 4.2등급으로 내려 앉게 된다. 

이같은 현상은 올해로만 끝나지 않을 전망이다. 내년에도 학생 수가 대폭 줄기 때문이다. 내년 고3의 경우 2등급 이내는 0.1등급, 3.5등급 이내는 0.2등급, 4.5등급 이내는 0.4등급 정도 내신성적이 하락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다만, 2022학년에는 이같은 합격선 하락 현상이 다소 주춤해질 것으로 보인다. 오 이사는 “2022학년 대입을 치르는 현 고1학생은 도리어 고2보다 9513명 많다. 재수생 수치가 일부 감소할 것을 고려하면, 2021학년과 2022학년 대입합격선은 비슷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수시모집 대원칙 ‘상향지원’…‘다시금 되새겨야’ = 본래 수시모집 전략의 대원칙 중 하나는 ‘상향지원’이다. 여기서 말하는 상향지원은 정시모집을 통해 승부를 볼 만한 대학 또는 전공보다 선호도 높은 곳에 지원하라는 것을 뜻한다. 정시모집에서 지원 가능한 곳에 앞장서 지원할 이유는 없기에 상향지원이 기본 전략으로 쓰이고 있다. 

합격선이 하락하면 수험생들은 상향지원의 의미를 다시 되새겨야 한다. 상향지원이라 생각하고 지원했지만, 실제로는 합격선이 하락해 있어 적정수준 지원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수험생들이 주목해야 할 전형은 학생부교과전형이다. 학령인구 감소로 합격선이 하락하게 되면 ‘직격탄’을 맞게 될 전형이기 때문이다. 대학별고사가 당락을 좌우하는 논술전형, 면접을 비롯해 종합 평가가 이뤄지는 학생부종합전형 등과 달리 학생부교과전형은 오로지 ‘성적’으로 성패가 좌우된다. 간혹 면접 등이 있는 경우도 있고, 수능최저학력기준이 주요한 ‘문턱’으로 자리하기도 하지만 학생부교과성적이 가장 중요하다는 점에는 변함이 없다. 

대학들은 대부분 진학정보 제공 차원에서 홈페이지나 입시설명회 등을 통해 입시결과를 공개하고 있다. 이러한 입시결과를 확인하고, 이보다 올해는 약간 합격선이 내려앉는다고 가정한 후 지원하는 전략을 활용해야 한다. 예년이라면 합격 가능성이 크지 않아 보이는 전형이나 모집단위에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것도 방법이다. 

■등급 충족 어려워진 수능최저 ‘변수’ = 이처럼 ‘과감성’이 필요한 2020학년 수시모집이지만, 변수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학령인구 감소는 합격선 하락으로 이어짐과 동시에 수능최저 충족을 어렵게 만드는 현상도 동반하기 때문이다. 

수능의 등급은 절대평가 체제로 실시되는 영어와 한국사 외에는 모두 ‘상대평가’로 정해진다. 전체 수험생 대비 비율에 따라 등급이 주어지기에 학령인구가 줄면 수능최저 충족은 어려워진다. 김병진 이투스 교육평가연구소장은 “전체 인원이 줄어들면 등급 충족은 어려워진다. 단순 석차가 동일하더라도 상위 누적이 하락해 등급이 더 낮아지기 때문”이라며 “학생 수가 줄어들면서 수능최저 충족 난도가 상승했다고 봐야 한다”고 짚었다. 

때문에 학생부교과성적 합격선이 내려앉았다는 점만 보고 수능최저 충족 여부를 가벼이 여기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6월 모평은 물론이고, 9월 모평 가채점 결과 등을 토대로 수능최저 충족 가능성을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 수능최저를 충족하지 못하는 경우에는 6회로 제한돼 있는 수시모집 지원기회를 헛되이 소모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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