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현재의 문화로 만나는 교육] '일일시호일'과 융합교육
[주현재의 문화로 만나는 교육] '일일시호일'과 융합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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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현재 삼육보건대학교 교수‧교수학습센터장
주현재 교수
주현재 교수

얼마 전 차(茶)를 업으로 하는 지인으로부터 ‘일일시호일(日日是好日)’이란 영화를 추천받았다. 다도를 다룬 일본 영화라고 했다. 시국이 시국이지만 다도는 동아시의 보편적 문화라는 생각이 들어 작품을 보았다.

‘일일시호일(日日是好日)’은 ‘날마다 즐겁고 기쁜 날’이란 뜻이다. 영화의 내용은 아직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확실히 찾지 못한 대학생 노리코가 훌륭한 선생으로부터 오랫동안 다도를 배우면서 한층 성장하게 된다는 줄거리다. 다도의 까다롭고 반복적인 절차 때문에 노리코는 중도에 몇 번이고 포기하고 싶은 마음을 갖기도 하지만 차를 마시는 법, 차를 대접하는 법을 정확히 배우면서 다도가 그녀의 일상에 스며들게 됨을 경험한다. 십수년간 차(茶)를 배우게 된 후 그녀는 여러 감각을 발전시킬 수 있었고, 따뜻한 차를 마시면서 인생의 어려움 속에서 평안을 얻는 법을 터득하게 된다.

교육부가 6일 대학혁신지원방안을 내놨다. 여러 정책 중 융합교육을 강조하고 지원과 규제를 완화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융합교육의 중요성을 정부가 인식했다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무엇을 융합할지, 어떻게 융합할지에 대한 구체적인 청사진은 아직 보이지 않는다. 물론 이제부터 정부와 대학이 함께 만들어가야 한다. 다만 경계할 것은 빠른 성과 창출에 매달린 나머지 기본을 놓치는 것이다. 필자는 ‘일일시호일’을 보며 융합교육의 성공을 위한 전제조건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첫째, 기초학문에 대한 장기적인 지원과 투자가 필요하다. ‘변화를 꿈꾸는 과학기술인 네트워크(ESC)’ 대표인 윤태웅 고려대 교수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정부가 4차 산업혁명을 강조하지만 그럴수록 기본이 중요해지고, 그런 관점에서 보면 기본으로 돌아가 기초과학에 더 투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필자 역시 윤 교수의 생각에 공감한다. 기초학문을 소외해서는 융합교육의 발전이 한계를 가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한 올해 5월 열린 서울 포럼에 초청된 로버트 루트번스타인 미시간대 생리학과 교수 역시 “연구는 90% 이상 실패해야 정상적인 것이며, 연구자가 실패하더라도 여전히 호기심을 가질 수 있는 환경이 갖춰져야 과학적 발견이 나올 수 있다”고 역설했다. ‘일일시호일’에서 오랜 시간의 숙련 기간을 거친 후에야 다도를 즐기게 된 노리코처럼 융합교육의 성공에는 ‘끈기와 인내’의 덕목이 필수적이라고 생각한다.

둘째, 디지털 미디어를 활용한 교육이 보편화 될수록 자유 교양교육이 중요하다. 지금 우리 학생들은 Z세대로 불리는 디지털 세대다. 얼마 전 Z세대들의 TV를 보는 방식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다. 그들이 TV를 켜는 이유는 프로그램을 보기 위해서가 아니라 스마트폰을 하다가 순간 심심할지도 몰라 틀어놓는 배경일 뿐이라고 한다. 이처럼 인터넷을 기반으로 자기 주도성과 참여성을 중요시하는 요즘 세대의 교육을 위해 대학은 원격수업 등 디지털 기반의 교육환경 구축에 경쟁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하지만 교육 미디어의 역사가 증명하듯이 하드웨어 중심의 교육혁신으로는 학습자 중심으로의 패러다임 전환이 성공하기 어렵다. 오히려 교육의 본질을 훼손할 가능성마저 갖고 있다. 전숙경 박사는 《미디어는 교육을 어떻게 바꾸었나》에서 개인용 디지털 미디어는 인간 주체성을 강화시켜 주었지만, 모든 주체가 확장된다는 것은 한편으로 공동체 중심의 보편적 사고가 약화됨을 의미한다고 말한다. 그는 그 결과로서 교육의 방향성 또한 모호해지고 있다고 말한다.

융합교육의 성공을 위해서는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들에게 인문학을 포함한 자유 교양교육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대학의 정책을 추진해 나가야 한다. 상대주의 가치관이 강조되는 현대사회에서는 개개인이 삶의 방향을 스스로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학은 디지털 시대의 교육의 균형을 자유 교양 교육을 통해 이뤄야 한다.

노리코가 다도를 즐기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렸던 것처럼 우리 사회가 융합교육의 결실을 맛보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다. 그러나 갈 길이 멀다고 서둘러선 안 된다. 우리 사회가 이번만큼은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간다는 자세로 교육정책을 추진했으면 좋겠다. ‘인내와 끈기’는 교육의 기본이자 융합의 출발이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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