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대학혁신지원방안을 발표하고 있는 유은혜 부총리. (사진=한국대학신문 DB)
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대학혁신지원방안을 발표하고 있는 유은혜 부총리. (사진=한국대학신문 DB)

[한국대학신문 허지은 기자] 6일 교육부가 발표한 ‘대학혁신지원 방안’에 공영형 사립(전문)대학에 대한 내용이 포함됐다. 전문대학 관계자들은 공영형 사립 전문대학이 추진되면 고등직업교육에 대한 국가의 책무성을 강화하고 전문대학 사회의 건전성이 확대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를 위해서는 대상 대학 선정에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이 전해졌다.

교육부는 대학혁신지원 방안을 통해 공영형 사립(전문)대학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추진 내용을 살펴보면 교육부는 사립대학의 지역사회 공적역할을 강화하고 대학 운영의 책무성을 강화하기 위해 지역의 건전 사립대학을 공영형 사립(전문)대로 선정하고 지원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지역형, 직업형 등 역할에 따른 사업모델 유형화와 사업 지원 요건 등을 담은 운영 가이드라인 개발에 착수할 예정이다. 또한 현재 관련 예산을 확보하기 위해 기재부와 협의를 진행하고 있는 상황이다.

직업교육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여왔던 전문대학에서는 공영형 사립 전문대학 추진 내용이 포함된 데 대해 반기는 분위기다. 공영형 사립대학이 전문대학에 보다 필요한 사업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김태봉 대덕대학교 총장은 “공영형 사립 전문대학 사업이라는 정책을 통해 고등직업교육에 대해 국가가 책무성이 강화돼야 한다”며 “학령인구 감소로 지방 전문대의 타격이 예상되고, 전문대학의 재정적 어려움이 큰 상황이다. 공영형 전문대학 사업이 추진되면 대학 운영을 위해서라도 참여를 희망하는 전문대학이 많을 것”이라고 밝혔다.

홍성학 전국교수노조 위원장은 “공영형 사립대학이 전문대학에 우선 추진돼야 한다”며 “전문대학에는 경제적으로 어려운 학생들이 많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교육격차를 해소한다는 측면에서도 전문대학 학생들에 대한 재정적 지원이 필요하다. 또 전문대학은 대학 간 서열이 없다. 규모가 일반대학에 비해 작기에 그만큼 공영형 전문대학 추진에는 비교적 예산이 많이 들지 않는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공영형 사립대가 대학 혁신에 미칠 영향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한 대학 관계자는 “의사결정구조만 바꾼다고 교육의 질이 제고되는 게 아니다. 어떻게 교육을 잘 시킬 것인가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홍 위원장은 의사결정구조의 변화가 대학 운영의 효율성을 증대시키고, 공영형 사립대학 사업을 통해 정부가 대학을 안정적으로 지원하면 대학 부실화를 막는 방안으로 기능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홍 위원장은 “공영형 사립대학은 대학 혁신을 위한 토대를 만드는 것이다. 충분조건은 아닐지라도 필요조건”이라며 “이사 중 일정 비율을 공익이사로 구성하거나 재정위원회를 두는 것과 같이 재정과 회계, 의사결정과정에서 투명성을 높이는 것이기에 재정이 투명하고 효과적으로 집행될 수 있다. 또한 정부 재정이 투자되기 때문에 학생들의 등록금을 낮추는 효과가 예상된다. 일반재정지원이라 대학의 특성과 상황, 여건에 맞게 지원비를 쓸 수 있기에 대학이 다양한 재정 활용 방안을 세울 수 있어 효과적이고 효율적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지금과 같이 획일적인 평가를 통해 총점을 매겨 재정을 지원하는 방식은 바람직하지 않다. 대학마다 약한 부분이 각자 다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대학은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해 각자의 부실한 요소를 가리게 된다. 대학이 오히려 부실한 측면을 드러내고 이 부분을 고칠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공영형 사립대학 정책이 부실대학을 살리기 위한 정책이 돼선 안 된다는 우려의 시선도 계속된다. 서정대학교 부총장을 역임한 바 있는 한재석 한국대학경쟁력연구원 대학발전진단센터장은 “공영형 사립대학 논의가 문제가 되는 대학들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진행된다면 큰 문제”라 말했다.

일례로 광양보건대학교는 2018년 8월 ‘제1회 광양보건대 공영형 사립대 전환을 위한 시민 포럼’을 여는 등 지속적으로 공영형 전문대로의 전환을 위해 목소리를 내왔다. 설립자 비리와 대학 내홍, 재정적 어려움 등을 타개할 방안으로 공영형 전문대 추진을 고려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교육부 대학기본역량진단 결과 재정지원제한대학으로 판정한 대학에 정부 재정을 지원하라는 주장에 비판이 일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복수의 대학 관계자들은 공영형 사립대학 추진 시 무엇보다 대학 선정 기준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안현호 전국교수노조 부위원장(대구대 교수)은 “(부실대학 지원 논란을 해소하려면)공영형 사립대학 지원 대상 대학을 부실대학을 제외한 건실한 대학을 대상으로 하면 된다. 대학기본역량진단 결과를 활용하는 방안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양광호 고등직업교육연구소 소장은 “어떤 대학을 대상으로 하느냐의 문제에 있어서 지방에서 대학의 기능을 염두에 둬야 한다”며 “공영형 사립대의 정체성에 맞는 대학이 되려면 지역 거점으로서 어떤 역할을 할 것인가에 대해 방향이 제시돼야 하고, 민주적 거버넌스 도입에 대한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며 이를 고려해 대상 대학 선정 방향을 설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결국 사업 추진의 관건은 예산확보다. 그러나 12일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여영국 의원실을 통해 확인한 결과 기획재정부가 2020년 정부 예산안을 심의하는 과정에서 공영형 사립대 관련 예산을 반영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2019년 정부 예산안 심의에서도 기재부가 관련 예산을 전액 삭감해 사업 추진에 제동이 걸린 바 있다.

기재부가 난색을 표하고 있는 이유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공영형 사립대학 사업 자체가 한번 시작되면 향후 사업 종료가 쉽지 않을 수 있기에 기재부가 부담을 느끼지 않을까 추측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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