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석 울산과학대학교 총장은 인터뷰를 통해 학문교육의 수요가 앞으로 감소될 것이라고 예측하며, 국제적 기준에 맞춘 직업교육을 전문대학이 갖춘다면 충분히 일반대와의 경쟁에서 이길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진=한명섭 기자)
허정석 울산과학대학교 총장은 인터뷰를 통해 학문교육의 수요가 앞으로 감소될 것이라고 예측하며, 국제적 기준에 맞춘 직업교육을 전문대학이 갖춘다면 충분히 일반대와의 경쟁에서 이길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진=한명섭 기자)

[한국대학신문 김의진 기자] 일각에서는 과연 전문대학이 미래에도 교육기관으로 남을 수 있겠느냐는 의심 섞인 질문을 던지곤 한다. 전문대학의 학제가 미래시대에도 존립의 의미를 가질 수 있겠느냐는 물음이다.

산업인력 양성 체계를 들여다보면, 하이(high)레벨은 일반대 대학원 과정이, 로우(low)레벨은 특성화고 등 직업계고가 확고한 영역을 형성한 상태다. 미들(middle)레벨의 수요가 줄어들고 있다는 전문가 분석 역시, 전문대와 고등직업교육의 미래가 어두울 수 있음을 말하고 있다.

그런데 여기에 통렬한 반론을 제기하며, 해답을 제시하는 이가 있다. 지난달 26일 만난 허정석 울산과학대학교 총장은 “입학자원 증감 추이만 바라보고 있는 것은 하수다. 국내 산업계 변화와 이에 맞춘 교육을 지향하는 것은 ‘중수’다. 우리 고등직업교육을 국제적 기준에 어떻게 만족시켜 나갈 것인가를 고민하는 이가 ‘고수’”라고 강조했다.

허정석 총장은 학문교육에 대한 수요는 점차 줄어들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러한 의미에서 ‘직업교육’과 ‘기술교육’에 대한 정의가 무엇보다 중요한 시점이라고 주장한다. 직업교육을 어떻게 정의해 나가느냐, 이를 통해 고등직업교육이 학생으로부터 선택 받을 수 있고, 사회로부터 존중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 전문대가 일반대와의 경쟁에서 진정 이길 수 있다고 보는가.
“그렇다. 울산과학대학교는 이미 학부중심이 아닌 ‘교육센터’ 중심으로 돌아가는 시스템으로 바꿔나가고 있다. 고등학교 3학년들에게 편의상 ‘학과’라는 명칭을 쓰고 있긴 하지만, 사실상 기존 학과 개념은 울산과학대학교에서 사라지고 있다. 교육센터 내에 2년제 학위 과정과 3개월, 6개월 등 단기 과정이 모두 있는 개념이다. 이것이 진정한 직업교육이다. 이렇게 된다면 일반대와의 경쟁에서도 분명 이길 수 있다. 간혹 3개월, 6개월 등 단기 과정을 아주 유치하고 저급한 교육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요즘은 일반대를 나와도 취업하기 힘든 시기다. 오히려 확실한 직업기술을 가진 사람이 유리한 시대다. 이때 다양한 직업교육 과정을 개설, 운영하는 것이 전문대학이 살 길이다. 또 일반대를 이길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 직업교육의 국제적 기준을 맞춰야 한다는 이야기도 같은 맥락에서 나오는 것인지.
“동남아시아 등은 실용적인 측면을 선호한다. 우리나라 전문대학에 올 학생은 정말 많은데 정작 이들을 위한 ‘상품’이 없다. 국내 전문대학에는 2년제 정식은 있지만, 3개월짜리 햄버거나 6개월짜리 라면은 없는 것이다. 해외 직업교육 수요자들은 막연히 국내 일반대라고 해서 관심을 갖지 않는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우리나라 전문대학에 오려고 하는 학생들이 많다. K-POP 때문에라도 오고자 하는 학생들이 수 백명, 수 천명이다. 이들은 2년 통째로 하는 것 보다는 3개월, 6개월 또는 1년 과정의 교육을 요구한다. 국내 전문대학은 아직 ‘국제적 기준’을 갖추지 못했다. 3개월, 6개월, 1년 등의 단기 교육과정을 갖춰야 한다.”

- 총장이 정의하는 직업교육은 무엇인가.
“직업교육을 제일 처음 인식하게 된 계기는 대학을 졸업하고, 해병대 시설장교로 임관했을 때다. 전기 파트였기 때문에 해군본부에 있는 전기와 관련된 부분 설계를 모두 도맡았다. 발전기 설계와 용량 계산 등 전기시스템을 설계하라고 하는데, 나는 그에 대해서 전혀 배운 적이 없었다. 대학에서 상태방정식이나 어려운 미분방정식만 풀었다. 결국 선배 장교들에게 한 달 정도 배운 뒤, 관련 실무 책을 사서 공부했다. 이것이 바로 직업교육이다.”

- 그렇다면 전문대 총장으로 오게 된 것도 비슷한 이유에서인지.
“울산대에 있다가 울산과학대학교 총장직을 제의받았다. 울산대와 울산과학대학교는 같은 재단이라 두 대학 내에서 같은 학과 간의 교류가 있었다. 그때 전문대학의 교육 내용이 어떻게 구성돼 있는지를 알게 됐다. 학문교육 교과목을 축소해서 강의하고, 일반대에서 사용하는 교재를 줄여 쓰고 있었다. 전문대학들은 우리가 계속 직업교육을 하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이런 식의 교육을 계속 진행한다면 수요자들의 선택을 받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직업교육에 대한 특화된 교과목 운영이 필요하다고 느꼈던 까닭에 총장직 제의를 받고 도전해 볼 의욕이 생겼다.”

허정석 울산과학대학교 총장 (사진=한명섭 기자)
허정석 울산과학대학교 총장 (사진=한명섭 기자)

-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한다는 말인가.
“‘1+1’이라는 아이디어를 생각했다. 전문대 교수들은 자신의 학문적 전공을 하나씩 갖고 있다. 여기에 직업교육 가운데 하나를 자기 전공으로 만드는 것이다. 학문 교육의 전문성도 갖추고 있으면서, 학생들에게 가르칠 직업교육 내용도 하나씩 만들어야 정말 전문대학이 직업교육을 한다고 주장할 수 있지 않겠나. 그래야 우리가 일반대와의 경쟁에서 이길 수 있고, 기업이나 학생들로부터 선택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결국 전문대가 가야 할 길은 두 가지 정도로 압축된다. 첫째는 교육내용을 직업교육으로 확실히 가져가야 한다. 둘째는 국제적인 기준에 맞춰야 한다. 교육내용을 전부 진정한 직업교육으로 바꾸고, 그 교육내용을 국제적인 기관으로부터 인증 받아서 국제 기준에 맞추는 게 전문대학이 앞으로 가야 할 길이다.”

- 긍정적인 결과로 이어지는 게 중요할텐데.
“이미 나오고 있다. 올해 취업률이 5% 정도 더 높게 나타나고 있다. 이유가 어디에 있는지 내부적으로 이야기를 했는데, 취업처장 말로는 3년제 학과로 개편하면서 오히려 우리 대학 졸업자들이 경쟁에서 이기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런데 나는 이와 더불어 그동안 울산과학대학교가 해온 직업교육에 대해서 지역사회가, 신뢰하고 이를 선택하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많은 지역사회의 공장장, 사장님들을 만나면 우리 대학 학생의 선호도가 높다는 것을 느낀다.”

- 앞으로의 교육혁신의 방향이라면.
“두 가지로 해야 한다. 첫째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비한 인력을 어떻게 기를지를 고민해야 한다. 막연하게 생각하는 게 아니라, 시행을 잘 해야 한다. 융합교육은 반드시 해야 한다. 우리 대학의 경우 스마트팩토리, 지멘스 사업 등을 통해 융합교과과정을 만들고 있다. 두 번째는 학생들의 창의적인 사고를 위해 ‘플립트 러닝’은 반드시 전문대가 해야 한다고 본다. 전문대학 사회에서 플립트 러닝은 현재까지 말만 해야 한다고 하고 있지, 구심점이 없다는 게 가장 큰 문제다. K-MOOC가 있다. 인하공업전문대학이 가장 잘 하고 있다. 강좌를 올려서, 학교에서 학생들과 소통하고 있다. 그런데 나는 더 나아가 전문대만을 위한 K-MOOC가 있어야 한다고 본다. 20개 정도의 학교가 연대를 하는 방식으로 추진하면 될 것으로 본다. 한 대학 당 가장 잘 할 수 있는 10과목 정도를 맡아서, 사이트에 올리면 20개 가입교 학생이 이를 모두 듣는 것이다. 20개 대학들이 연대를 해서 10개 과정을 개발한다면, 200개 과정이 만들어지고, 다른 대학 교수의 강의라고 하더라도 그게 가장 잘 만들어진 직업교육 강좌라면 이를 보편화시키고 공유하는 것이 교육 혁신이라고 본다.”

- 전문대 학생들의 기초 학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에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학생이 기업으로부터 선택을 받으려면, 다시 말해 학생이 졸업한 뒤 ‘리더’로 성장할 수 있게 하려면 이에 맞춘 교육과정을 만드는 것이 먼저다. 현재 전문대가 간과하고 있는 교육이 있는데, 국어와 영어, 교양교육을 튼튼하게 설계해야 한다. 기획처에 과제를 줬다. 영어 교육을 획기적으로 바꿔보라고 주문했다. 국어교육 역시 읽고 쓰고 말하는, 또 이를 스스로 학습하는 역량을 기를 수 있도록 국어학자들에게 연구비를 지급해 우리 대학만을 위한 국어책을 만들게 한 상태다. 논문이나 수필 등 글의 종류가 다양한 만큼 작문별 평가와 교수학습법까지 획기적으로 디자인할 것이다. 올 연말에 완성될 것이다. 내년부터는 새롭게 바뀐 국어교육이 시작될 것이다. 교양 교육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학생들이 지도자로 성장하려면 일반적인 사회 시스템, 총체적인 문명을 어떻게 인식하고, 행동하는지에 달렸다고 생각한다. 교양과목의 교육이 전문대에도 당연히 강화돼야 하는 이유다. 이를 확실하게 강화하는 교육과정을 설계 중이다.”

- 직업교육의 미래 전망은 어떻게 보고 있는지.
“우리나라가 아직까지는 학문교육을 많이 하고 있다. 하지만 나는 학문 수요가 앞으로 점점 더 줄어들 것이라고 본다. 일자리 측면에서 그렇다. 4차 산업혁명 시대든 무엇이든 미래 환경이 아무리 바뀌어도, 실무 인력이 필요한 자리는 항상 있다. 빅데이터나 인공지능 등 지능화가 진전된다고 해서, 직무 교육이 축소될 것이라는 분석은 근거가 없다고 생각한다. 기본적인 산업 도구를 운용하거나, 설계하고, 이를 설치하는 인력들은 앞으로도 계속 필요하다. 그 부분에 맞는 인재는 전문대학에서 배출할 수 있다.”

- 특성화고나 마이스터고가 이를 담당해야 한다고 보는 전문가들도 있다.
“우리나라가 예전 1960~1980년대에 산업화가 진행될 때, 특성화고의 역할이 굉장히 컸다. 그런데 지금은 그 수요를 전문대학이 담당해야 한다고 본다. 냉정하게 봤을 때, 중등 수준의 교육으로는 산업사회의 여러 도구를 핸들링할 수 있는 지식은 가질 수 없다. 예전보다 산업 수준이 높아진 만큼 교육도 특성화고에서 전문대학으로 옮겨져야 한다. 여러 산업‧환경적 도구들이 고도화되면서, 중등직업교육인 고등학교 교육으로는 4차 산업혁명 시대 인력을 충당할 수 없다고 본다.”

- 일반대, 특히 지방에 있는 일반대의 직업교육기관화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는가.
“이러한 현상 자체가 점점 학문교육이 설 자리가 줄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학문교육으로는 더 이상 직업(job)을 찾을 수 없으니, 일반대에서 직업교육을 하려고 시도하는 것이다. 그런데 일반대에서 하는 직업교육은 ‘수준’과 ‘질’ 적인 측면에서 전문대를 이길 수 없다. 일반대인 울산대에서 내가 재직을 했었기 때문에 확실히 말할 수 있다. 전문대는 일반대의 학문교육 수준을 절대 따라갈 수 없다. 학문교육을 리딩할 수도 없다. 반대로 일반대는 이제까지의 전문대의 직업교육 수준을 절대 따라잡지 못한다. 해봤자 전문대의 직업교육을 흉내내는 수준일 텐데, 산업체에서부터 일반대의 직업교육 수준을 만족하지 않는다. 제대로 된 직업교육 인력을 산업체가 선택할 것이고, 이것이 바로 전문대의 강점일 것이다.”

- 말이 나왔듯, 울산과학대학교는 울산대와 같은 재단 아래 있다. 재단의 지원은 어떤가.
“현대는 건물신축 등 인재 양성에 대해 지속적인 지원을 하고 있다. 특별히 대학 운영에 대해서는 전적으로 총장에게 위임하고 있다. 소신껏 대학을 운영할 수 있게 배려해 주고 있다. 이사회는 예‧결산을 관리하는 정도다. 나머지 부분에서는 총장이 전적으로 자율권을 갖고 한다. 다른 대학들의 재단들과는 확실히 다른 점이다.”

- 세계적 수준의 전문대학(WCC) 총장협의회 회장을 연임하기도 했다. 사업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다. WCC가 끝났다는 점이 상당히 아쉬울 듯 하다.
“WCC 사업이 더 진전되지 못해 씁쓸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는 WCC 대학들을 중심으로 ‘동반성장 컨설팅’ 사업을 하는 등 철학을 지금도 이어가고 있다. 동반성장 컨설팅을 받은 해당 대학들이 기본역량진단에서 ‘역량강화대학’으로 선정되기도 하는 등 성과도 있었다. 그동안 WCC 대학을 선정하고 지원해준 데에 대한 WCC 대학들의 책무라고 생각한다. WCC가 해야 할 역할이 조금 더 지속돼, 직업교육의 산적한 문제들을 풀어나가고 발전을 위한 선도적인 모델을 개발하는 사업을 하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해 아쉽다. 하지만 자체적인 사업을 수행하면서 역량을 배양해 간다면 좋은 기회가 또 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허정석 총장(왼쪽)과 최용섭 본지 발행인이 울산의 3대 주력산업, 울산과학대학교 산학협력 분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한명섭 기자)
허정석 총장(왼쪽)과 최용섭 본지 발행인이 울산의 3대 주력산업, 울산과학대학교 산학협력 분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한명섭 기자)

[TIP] 교육부 주관 ‘전문대학혁신지원사업’ Ⅰ유형 이어 Ⅲ유형도 선정

울산과학대학교는 교육부가 주관하는 전문대학혁신지원사업에 Ⅰ유형(자율협약형)에 이어 Ⅲ유형(후진학선도형)에도 선정됐다.

이번 사업은 권역 내 대학들이 연계한 형태(컨소시엄)로 참여할 수 있게 됐으며, 총 43개 대학이 신청했다. 교육부는 지역 직업교육 수요를 반영한 대학별 사업계획을 토대로 한 선정 평가지표에 따라 서면‧평가, 사업관리위원회의 심의‧의결을 거쳐 최종 15개교를 선정했다.

울산과학대학교는 춘해보건대학교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사업명 ‘열린 평생직업교육 시스템 구축‧운영’으로 부산‧울산‧경남권 3개교 가운데 한 곳으로 선정됐다.

이번 선정으로 울산과학대학교는 3년간(2019~2021년) 연간 10억원 등 총 30억원의 정부 재정지원금을 받게 됐다. △첨단 ICT △공간설계 △설비‧용접 △안전‧품질관리 △교육‧상담 △보건‧의료 △문화 아카데미 등 7개 분야의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운영할 계획이다. 울산 지역에 지속 가능한 평생직업교육 문화를 조성하고, 지역 직업교육 거점센터를 운영하게 된다.

허정석 울산과학대학교 총장은 “4차 산업혁명이 우리 삶에 급격하게 다가오면서 새로운 지식과 교육에 대한 수요가 많이 생기고 있다”며 “울산 지역의 전통적인 산업기반과 연결해 울산시민과 지역 산업계가 요구하는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할 것”이라고 밝혔다.

■허정석 총장은…
서울대 공업교육(전기)학과를 졸업했다. 동 대학원에서 공학석사를 취득하고, 부산대에서 공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1986년 울산대 교수로 임용됐다. 중앙전자계산소장, 학술정보원장, 디지털제조정보기술연구센터 소장, 산학협력부총장 등을 역임했다. 지난 2013년 울산과학대학교 총장으로 취임했다.

<대담=최용섭 발행인 / 사진=한명섭 부국장 / 정리=김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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