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외국어/한문 절대평가 전환, 대입 활용 가능성 커질까 줄어들까
제2외국어/한문 절대평가 전환, 대입 활용 가능성 커질까 줄어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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쏠림현상 방지 한 목소리, '로또' 아랍어 사라진다
대입 활용 가능성 놓고 이견, 입시기관-대학 의견 엇갈려
(사진=한국대학신문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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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대학신문 박대호 기자] 제2외국어/한문이 현 고1이 치를 2022학년 수능부터 절대평가로 완전 전환된다. 대학가에서는 ‘로또’를 노리고 아랍어를 선택하는 등의 특정언어 쏠림 현상은 확실히 완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다만, 절대평가가 된 제2외국어/한문의 활용 가능성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는 모양새다. 입시 기관·전문가들은 활용 가능성이 낮아질 것이라고 보는 반면, 대학들은 굳이 제2외국어/한문의 탐구 대체 등을 폐지할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절대평가 전환되는 제2외국어/한문, 2022학년 첫 선 = 교육부가 12일 발표한 ‘2022학년 수능 기본계획’에 따르면, 제2외국어/한문 영역은 현 고1이 2021년 11월18일 치를 2022학년 수능부터 절대평가 체제로 바뀐다. 현재 제2외국어/한문은 상위 4%에 1등급을 주고 이후 비율마다 등급을 부여하는 상대평가 체제다. 하지만 2022학년부터 절대평가가 되면 원점수에 따라 등급이 주어지게 된다. 교육부는 제2외국어/한문의 경우 45점 이상이면 1등급, 40점 이상이면 2등급 등으로 점수를 부여하겠다는 점수구간까지 함께 공개한 상태다. 

현재 수능에서는 절대평가와 상대평가가 혼재돼 있다. 본래 수능은 전 영역 상대평가 체제였지만, 2017학년부터 절대평가를 도입하기 시작했다. 2017학년 수능 필수 과목인 한국사영역이 절대평가로 전환된 것이 그 시작이다. 한 해 뒤인 2018학년에는 영어에도 절대평가가 도입됐다. 제2외국어/한문이 계획대로 절대평가가 되면 수능은 세 번째 절대평가 영역을 맞이하게 된다. 

절대평가는 수험생들의 학습부담 경감과 관계가 깊다. 상대평가 체제에서는 변별력을 위해 난도를 일정 수준 이상으로 높여야만 한다. 절대평가로 전환하면 상대평가와 달리 적정 난도를 유지할 수 있어 과도한 학습 부담을 덜어주는 것이 가능해진다. 2018학년 영어 절대평가 도입 당시에도 주된 이유는 학습부담 경감이었다. 

■왜 절대평가 전환되나? 특정 언어 쏠림 현상 탓 = 다만 이번 제2외국어/한문 절대평가 도입은 학습부담 경감 때문으로 보기 어렵다. 그보다는 해소될 기미가 없는 특정 언어로의 쏠림 현상을 막겠다는 것이 절대평가 도입의 근본 이유라고 봐야 한다. 

연도별 응시현황을 보면 제2외국어/한문은 특정 언어로의 쏠림 현상이 지속적으로 크게 나타났다. 2012학년과 2013학년에는 전체 수험생의 40% 이상이 아랍어를 택했고, 17% 가량이 일본어에 응시했다. 전체 수험생의 절반 이상이 2개 언어에 쏠려 있던 것이다.

이후로도 이같은 현상은 계속됐다. 수험생들이 주로 선택하는 언어에만 차이가 생겼을 뿐이다. 베트남어가 ‘기초 베트남어’라는 이름으로 첫 도입된 2014학년에는 38%의 수험생이 베트남어를 선택, 16.6%를 선택한 아랍어까지 더하면 절반을 넘겼다. 2015학년에는 한 술 더 떠 43.5%가 베트남어, 19.5%가 아랍어를 택했다. 전체 제2외국어/한문 응시생 10명 중 6명 이상이 2개 언어에 쏠렸던 것이다.

2016학년부터는 베트남어를 향했던 수험생들의 뜨거웠던 관심이 다소 줄어들었다. 생각보다 쉽지 않은 과목이라는 인식이 퍼진 탓이다. 이해 베트남어를 선택한 비율은 18.4%로 크게 낮아졌다. 대신 아랍어를 선택한 학생이 52.8%로 크게 높아졌다. 

2017학년은 아랍어를 향한 수험생들의 ‘러시’가 본격화된 해다. 무려 전체 제2외국어/한문 수험생의 71.1%가 아랍어를 골랐다. 다음해인 2018학년에는 73.5%가 아랍어 응시자였고, 지난해 실시된 2019학년 수능에서는 70.8%가 아랍어를 선택했다. 3년 연속 전체 제2외국어/한문 수험생 10명 중 7명 이상이 아랍어를 선택하고 있는 것이다. 

■아랍어 쏠림? ‘로또’ 위한 수험생들 궁여지책 = 수험생들이 아랍어에 몰리는 것은 결코 바람직한 현상이 아니다. 고교 교육과도 괴리가 크다. 2016년 기준 전국에서 아랍어를 정규 교과로 편성해 가르친 곳은 겨우 6개교에 불과했다. 외국어 특성화 교육이 실시되는 외고 중 아랍어를 가르치는 곳도 울산외고뿐이다. 

물론 정규 교육과정 외에 아랍어를 익힐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방과후학교나 EBS 강의를 이용한 독학 등의 수단이 있다. 하지만 지금처럼 70% 이상의 수험생이 아랍어를 선택하는 현상을 설명하기에는 역부족이다. 

결국 수험생들이 아랍어에 쏠리는 것은 좋은 성적을 받기 위한 ‘궁여지책’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현재 아랍어는 수험생들에게 ‘로또’로 인식된다. 워낙 많은 수험생이 몰리다 보니 상대적으로 많은 학생들에게 좋은 등급이 주어지기 때문이다. 지난해 실시된 2019학년 수능을 기준으로 보면 만점인 50점 가운데 절반조차 되지 않는 21점만 득점하더라도 2등급을 받는 것이 가능했다. 1등급 구분 점수도 40점으로 다른 제2외국어/한문 과목들에 비해 낮았다.

제2외국어/한문은 현행 대입에서 영향력이 크다고 보기는 어렵다. 활용방법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 대학들은 수시모집 수능최저학력기준 적용 시 탐구영역 일부 대체, 정시모집에서 수능성적 반영 시 탐구영역 일부 대체 등의 방법으로만 제2외국어/한문을 활용한다. 제2외국어/한문을 필수 응시해야 하는 대학도 서울대 정도를 제외하면 찾아보기 어렵다. 

이렇다 보니 수험생들 입장에서는 제2외국어/한문에 많은 시간을 들일 이유를 찾기 어렵다. 상대적으로 적은 노력을 들이고도 좋은 성적을 얻을 수 있는 과목을 선택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한시적인 현상에 그쳤지만, 2014학년과 2015학년 기초 베트남어에 많은 수험생이 몰린 것도 첫 도입 과목이기에 상대적으로 쉬울 것이라는 게 이유였다.

요구되는 학습량이 엇비슷하다면 많은 수험생이 몰려 등급 획득이 상대적으로 쉽고, ‘요행’을 바랄 수 있는 아랍어가 최선의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지난해 수능 기준 아랍어에 응시한 수험생은 실제 언어를 전혀 모르더라도 3번으로 선지를 선택한다면 원점수 13점을 획득, 4등급을 받을 수 있었다. 이처럼 ‘찍기’만으로도 일정 성적을 얻을 수 있다는 점은 수험생들의 아랍어 쏠림을 가열차게 만드는 요인이다. 

여기에 더해 일반고 상위권 수험생들 중에는 외고 학생들과의 경쟁을 피해 아랍어를 선택하는 경우도 종종 나타난다. 일본어나 중국어, 스페인어, 프랑스어 등 외고에서 집중적으로 공부하는 언어의 경우 해당 학생들이 상위권에 위치해 1등급을 받기 쉽다. 해당 국가에서 거주하다 온 학생들도 고려해야 한다. 하지만 아랍어는 개설된 학교가 많지 않고, 해당 언어권에서 거주한 학생들도 많지 않아 동일선상에서 경쟁할 수 있다는 인식이 존재한다.

■절대평가 전환으로 어떤 변화 생길까? 활용 여부 두고 이견 = 절대평가가 되면 아랍어 쏠림현상은 사라지게 된다. 동일한 원점수를 받은 학생에게 동일한 등급이 주어지는 절대평가 체제에서는 요행을 바라기 어렵다는 점에서다. 아랍어를 공부하지 않고 좋은 등급을 받는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당초 절대평가 도입 취지를 달성하게 되는 것이다. 이만기 유웨이 교육평가연구소장은 “절대평가 체제에서는 특정 점수 이상을 받아야 높은 등급이 나오므로 아랍어 쏠림 등의 왜곡 현상이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입시 전문가들은 절대평가로 인해 취지가 달성되는 것과는 별개로 제2외국어/한문의 대입 활용도가 보다 낮아질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영덕 대성학력개발연구소장은 “제2외국어/한문은 현재 상위권 대학에서 사탐 한 과목을 대체하는 경우가 많다. 절대평가로 전환되면 대체 반영하는 것이 어려워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만기 소장도 “등급만 제공할 경우 탐구영역 과목을 대체하는 방식은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제2외국어/한문의 비중은 감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학들이 제2외국어/한문을 외면하면서 응시생 규모가 크게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영덕 소장은 “제2외국어/한문을 대학에서 필수 응시과목으로 지정하지 않는 한 선택인원이 대폭 줄어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대학들은 제2외국어/한문의 활용 가능성을 열어두는 모양새다. 절대평가가 되더라도 대입에서 활용 가능하다는 의견을 내비치는 대학들이 존재한다. 

한 서울권 주요대학 입학팀장은 “현재 사용되는 탐구영역 대체는 어차피 등급을 활용하던 것이다. 절대평가라 하더라도 등급이 주어지는 이상 지금과 같이 탐구영역 1과목을 대체하는 것은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또 다른 주요대학 입학 관계자도 “탐구영역 1과목을 제2외국어/한문으로 대체하도록 한 것은 수험생들의 부담완화 때문이었다. 탐구영역을 하나 망치더라도 대체할 수 있도록 기회를 넓힌 것”이라며 “상대평가가 절대평가가 됐다는 이유만으로 이를 폐지해야 한다고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처럼 탐구 1과목을 대체하는 방식으로 제2외국어/한문을 수능최저에 활용하던 것은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오히려 절대평가 전환으로 인해 제2외국어/한문 대체가 더욱 설득력을 얻을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한 서울권 대학 입학처장은 “제2외국어/한문이 절대평가가 되면 현행처럼 ‘로또’를 노리는 것은 불가능해 진다. 제대로 해당 언어를 학습한 수험생들이 좋은 성적을 받게 된다는 얘기다. 이러한 학생들이 혜택을 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보다 합당한 방향일 것이라고 보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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