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교협ㆍ교수노조ㆍ사교련 16일 비판성명 발표
학생 충원율 강화…지역대학 죽이기 현실화
불평등ㆍ부정ㆍ비리 지표 미흡…교수단체와 논의해야

사교련은 13일 열린 임원단 대회에서 차기 대학진단의 방향을 제시했다.(사진=이하은 기자)
사교련은 13일 열린 임원단 대회에서 차기 대학진단의 방향을 제시했다.(사진=한국대학신문 DB)

[한국대학신문 이하은 기자] 전국 교수단체들이 16일 교육부가 발표한 ‘2021년 대학 기본역량 진단 기본계획(시안)’에 대해 일제히 비판성명을 발표했다. 

시안에 따르면 교육부는 “교육의 질을 제고하고 대학의 적정규모화”를 진단 추진 방향으로 제시했다. 대학의 자율성을 존중해 스스로 적정 규모화하도록 돕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교수단체들은 “자율성은 말뿐”이라고 비판했다. 

민주평등사회를 위한 전국교수연구자협의회(민교협)는 “기본역량 진단에 대한 참여를 대학의 자율에 맡기는 것은 자율성을 부여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는 그동안 축적돼온 고등교육 정책 실패의 책임을 개별대학에 떠넘기려는 것”이라며 “개별 대학의 책임을 강조하고 대학 간의 치열한 경쟁을 유도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전국교수노동조합(교수노조)도 “개별 대학의 각자도생을 ‘자율성’이라는 말로 그럴듯하게 포장한 것에 불과하다”며 “개별 대학의 서열에만 맞춘 재정지원으로 대학 생태계는 각자도생의 장으로 화할 것이며, 이러한 접근법은 얼마 전 교육부가 발표한 ‘대학혁신 지원 방안’과 그 궤를 같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사립대학교수회연합회(사교련) 역시 “대학의 자율성을 내세웠지만, 20점이나 되는 충원율 지표는 국가 재정 지원 여부를 사실상 좌우하는 지표라는 점에서 정원 감축을 강요하던 종전의 구조개혁과 본질에서는 다를 바 없다”고 지적했다. 

또한 교육부가 ‘학생 충원율’을 20점으로 대폭 확대한 것을 놓고 ‘지역대학 죽이기’라고 꼬집었다. 

민교협은 “평가지표에서 정원 충원율에 높은 비중을 부과함으로써 그야말로 ‘벚꽃 피는 순서로 대학이 망한다’는 지역과 대학의 불안을 더욱 현실화시키고 있다”며 “총론에서는 지자체와 대학이 협력하여 ‘혁신’ 하는 지역대학에 특수목적 재정지원을 하겠다고 했지만, 각론에서는 여전히 일률적 잣대로 지역대학 자체가 살 수 없는 평가를 도입한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교수노조 역시 같은 논조로 비판했다. 교수노조는 “수도권 집중화, 지역불균등 발전이라는 현실 아래에서 지역대학 정원 감축이 될 것은 불 보듯 뻔하다”며 “게다가 현재의 대학 생태계를 살펴보면, 지역대학의 피폐화는 필연적으로 수도권 대학에도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들이 배출할 연구 인력의 취업 경로 차단으로 귀결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사교련은 “과도한 충원율 지표는 교수가 교육과 연구라는 본연의 업무보다는 신입생 유치에 더욱더 매달릴 수 있게 한다”면서 “‘적정 규모화와 교육의 질 제고’를 달성하려면 최소한의 재정 보완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요구했다. 

대학 내 비정규직이나 비정년트랙전임교원 등 불평등을 개선할 지표가 없다는 것도 도마 위에 올랐다. 

민교협은 “총 강좌수와 비전임교원 담당 학점 대비 강사 담당 학점 등을 신규 지표로 포함했지만, 전체적으로 수업 및 교육과정 운영 영역의 배점 비중은 축소됐다. 교육성과 지표로 학생 충원율의 배점을 2배로 늘린 것은 진단의 목적이 결국 정원 조정임을 드러내는 것”이라며 대학의 불평등을 개선을 평가할 지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교수노조는 현행의 대학평가는 미봉책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전임교원 확보율 지표를 강조한 부분 역시 ‘비정년트랙 전임교원’ 같은 저임금, 불안정 고용 상태에 있는 전임교원들의 현실에 구체적으로 대응하지 못한 것”이라며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실현의 원칙에 따라 구체적인 대책이 제시돼야 했다”고 밝혔다.

부정·비리 등의 제재가 미흡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교수노조는 “내부자 고발에 대한 특례조치나 임시이사 파견 대학 등 특수한 경우에 대한 구체적 안은 제시되지 않았다”며 “현행과 같은 대학평가는 사립대학의 부정·비리를 현실적으로 척결할 수 있는 길을 도리어 봉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교련은 “그간 법인과 대학의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하고 그 결과를 모든 구성원에게 알릴 의무를 법인에 부여할 것을 요구해왔다”며 “이에 대한 보다 구체적인 교육부의 대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또한 “대폭 비중이 상향된 구성원 참여ㆍ소통 지표는 본래의 취지와 달리 왜곡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며 “교수단체 등과 함께 논의해 실질적인 정성 평가가 가능하도록 보다 치밀한 세부 지표를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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