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희 한국전문대학기획실처장협의회 회장
(삼육보건대학교 기획처장)

박주희 회장
박주희 회장

교육부는 8월 6일 인구구조의 변화와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하기 위한 ’대학혁신 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혁신의 주체로 서는 대학, 대학의 자율혁신을 지원하는 지역과 정부’를 주된 정책기조로 설정해 4대 정책방향과 7대 혁신과제를 제시했다. 이를 요약하면 대학평가 결과로 입학정원을 줄이는 대신 자율적인 감축을 유도하고, 융합전공 등 학사 유연화를 추진한다는 것이다. 즉, 대학교육의 방향을 자율성을 기반으로 한 미래인재 양성으로 설정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이번 발표를 통해 교육부는 장고 끝 나름대로의 결단을 보여줬다고 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원감축, 등록금 동결, 입학금 폐지, 강사법 시행 및 비정규직 최저 임금제 도입 등으로 인한 대학의 재정 악화와 그로 인해 야기된 고등교육 단계 직업교육 품질 유지와 경영 한계에 직면하고 있는 대학입장에서는 아쉬운 점이 많다. 특히 전문대학과 관련된 내용은 총 41페이지 중 단 2페이지에 불과했으며, 2019년 하반기에 ‘(가칭)전문대학 혁신 방안’ 수립을 발표한다는 것과 ‘(가칭)직업교육진흥법’ 제정을 검토한다는 기약없는 내용만 담겨있을 뿐이었다.

전문대학은 직업교육을 책임지고 있다. 그간 450만명의 전문직업인을 양성하면서 고등교육기관의 중요한 축을 담당했음에도 불구하고, 2017년 정부 고등교육기관의 1인당 지원비율은 전문대학 29.1%, 일반대학 70.9%로 매년 정부의 고등교육 재정지원의 차별은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직업교육의 특성상 고비용 구조는 필연적인데, 재학생 등록금만으로 창의융합 전문 직업인력 양성과 취약계층 학생에게 우수한 직업교육을 제공하는 데에는 뚜렷한 한계가 있다.

또한 전임교원 1인당 학생 수는 2017년 기준 전문대학은 32.9명으로 일반대학 24.7명 보다 8.2명 더 많기에 진로지도, 중도탈락 예방을 위한 상담전문 교원은 턱없이 부족하다. 그 뿐만 아니라 양질의 직업교육을 위한 NCS 실습교육, 프로젝트 수업 등 최신교수법을 도입하기 위해서는 현장경험이 풍부한 교원과 실습보조 교원의 확충이 절실하다.

특히 얼마전 고교실습생의 사망과 열정페이 문제로 이슈화된 현장실습은 2017년 전체 이수학생이 15만3182명으로 그 중 대학이 6만9411명, 전문대학 8만3771명으로 전문대학의 현장실습이 상대적으로 양적 측면에서 활발히 운영되고 있다. 현장실습 문제해결을 위해 ‘(가칭)전문대학 중심의 현장실습 매칭 시스템 구축’ 사업을 신설, 예산을 전폭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Market-Driven 현장실습 지원을 통해 교원이 학생 교육에 더욱 많은 시간을 투자할 수 있는 여건과 중등-고등-평생직업교육 간 연계가 강화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 현장실습의 근본적 문제 해결이 하루빨리 이뤄지길 바란다.

14일 교육부는 2021년 대학 기본역량 진단 기본계획(시안)을 발표했다. 학생충원율 비중을 확대하고 국가 균형 발전을 고려해 5개 권역 구분 및 권역별 선정 원칙을 적용하는 한편, 진단 단일 단계 통합 및 지표 간소화 등 대학의 평가 부담을 완화하고 대학 현장의 개선 요구를 반영했다는 입장을 발표했으나, 발표 직후 대학에서 여러 가지 문제 제기를 하고 있다. 과거 대학평가의 가장 큰 폐해인 상대평가 방식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교육부가 대학 혁신을 모색하려는 의지가 있다면 상대평가 위주의 평가를 통해 대학 간 갈등과 정보공유 차단, 커트라인 대학 간 우수성 차이 검증 불가 등 국가경쟁력 및 교육의 질을 저하시키는 평가정책을 중단하고, 절대평가 위주의 평가방식으로 과감하게 전환해야만 한다.

그러나 정책을 결정하는 기관의 대표자들은 하나같이 공감은 하지만 지금 당장은 바꾸기는 어렵다고 말한다. 기존 정책이 낳은 폐단을 계속 이어나가면서 감히 혁신을 말할 수 있는가. 3주기 진단까지는 아직 2년의 시간이 남아있는 만큼, 지금 결정하면 혁신을 이룰 수 있다. 정부는 더 이상 교육을 정치적 이슈로만 소모하는 행위를 멈추고, 미래 국가경쟁력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대학교육에 대해 진정성있는 고민을 해야만 한다. 대학의 특성화를 강조하면서 천편일률적 잣대로 대학을 평가한지는 이미 너무나 오래 됐다. 2021년 대학 기본역량 진단의 진단항목인 발전계획의 성과 중 자율지표가 포함된 것을 비춰보면, 교육부 역시 작금의 대학평가 방식에 문제의식을 가지고 그에 대한 미봉책으로 평가지표에 포함한 것으로 유추할 수 있다.

그러나 대학의 특성화 발전계획 그리고 그 성과를 측정하는 대학별 자율지표의 성과가 불과 몇 명의 평가위원에 의해 판단된다는 것은 지나친 넌센스라고 여겨진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대학이 그 스스로의 특성화 영역에서 과연 얼마만큼의 성과를 내고 있는지를 가장 잘 알고 있을 이가 누구인지 생각해 본다면, 그 답은 명쾌하다. 첫째는 학생이고 둘째는 채용한 기업이 아닐까? 이제 막 대학의 문턱을 넘어서고 있는 밀레니엄 세대는 학벌보다는 자신의 미래를 스스로 개척하기 위해 대학을 선택하고, 어떻게 하면 나에게 필요한 교육을 받을 수 있는가를 고민한다.

즉, 수요자는 이미 선진화를 이룩했으나, 정책이라는 그릇은 이를 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대학의 사회적 책무성을 관리 감독해야할 의무와 책임은 교육부에 있다. 그러나 그 부분을 앞세워 대학을 획일적 잣대로 평가 지원하겠다는 것이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살아가고 있고 또한 지속적으로 준비해야 하는 우리의 현실에서는 적절하지 않다.

아직 늦지 않았다. 우리는 이제라도 밀레니엄 세대의 생각과 그들의 문화를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Z세대 직장인 Z-geneker (Z-generation과 worker의 합성어로 90년대 중반이후 출생자와 Z세대 성향gene을 가진 직장인) 의 특성을 철저히 분석한 후 그에 걸맞은 대학교육 정책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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