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한 한국전문대학도서관협의회 회장(영진전문대학교 학술정보지원팀장)

정진한 한국전문대학도서관협의회장
정진한 한국전문대학도서관협의회장

연일 폭염소식이 들리지만, 입추가 지난 지 한참이다. 이문세의 노래 ‘가을이 오면’의 가사처럼 싱그러운 바람과 임의 고운 미소 가득한 하늘이 오고 있는 것이다. 가을의 시작과 함께 대학캠퍼스는 새로운 학기가 시작됐다. 비어있던 교정에 학생들의 발걸음과 웃음소리가 들려오고, 대학도서관도 분주해지기 시작했다.

대학도서관은 방학기간 동안 인쇄와 전자 자료를 구입·조직하고, 자료의 이용을 도울 정보서비스와 문화행사를 기획한다. 도서관의 핵심은 자료이기 때문이다. 대학도서관 자료 구입의 70% 이상이 전자 자료이기는 하지만 인쇄 자료는 인쇄 자료대로, 전자 자료는 전자 자료대로 나름의 가치와 쓰임이 있다.

얼마 전 대학도서관 관련 세미나에서 대학도서관과 관련 기사를 건네받았다. ‘대학생들 책 안 빌리는데… 책 사라고 강요하는 교육부’라는 제목의 14일자 매일경제 기사다. 대학(원)생 1인당 연간 책 대출 권수가 2014년 5.9권에서 2018년 4.6권으로 줄어들고 있는데, ‘대학도서관진흥법시행령’과 교육부 대학도서관 평가에서 연간 학생 1인당 2권 이상 도서를 늘리라고 해 대학도서관의 창업·토론공간으로의 변신을 막고 있다는 내용이다. 기사에는 대학(원)생의 책 대출 권수는 줄어든 반면 전자 자료 이용건수는 2013년 94.5건에서 2017년 261.7건으로 3배 이상 증가했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그런데 이 기사의 댓글을 보면 의외다. 가장 높은 ‘좋아요’를 기록한 댓글 내용은 ‘대학 다니면서 대학도서관에서 책을 안 빌려 읽는 것이 이상한 것이지, 대학도서관이 책을 구비하는 것이 이상한 것입니까. 도서관에서 책 빼고 스터디 룸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그런 사람이 대학교를 다니는 현실이 문제라고 봅니다.’ 이외에도 ‘안 빌리고 가서 보고 와요. 무겁기 때문에….’ ‘나도 도서관 자주 가진 않지만, 다양한 책이 많으면 더 관심을 가지고 되고 빌리게 된다. 교육부의 정책이 틀린 게 아닌데 왜 그러지?’ 등 대학도서관에서 책을 더 구비하는 것에 대해 호의적인 반응이 주를 이룬다.

물론 대학도서관에 메이커스페이스와 그룹 스터디룸 같은 창업과 토론 공간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대학도서관에 자료를 갖추지 않고 이러한 공간만 만들어낸다면 그것은 도서관이 아니며, 창업과 토론을 할 수 있는 배경이 사라지는 것을 의미한다. 앞서 신문기사의 언급처럼 책의 대출 권수는 줄어들고 전자 자료 이용건수는 늘어나고 있지만, 사람들은 종이책이 주는 생각과 창의력을 알고 있다. 도서관의 힘은 자료에서 나오며, 생각의 힘과 창의력 역시 자료에서 나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대기업은 제조업 시대에도, 인터넷 시대에도 여전히 삼성, LG, 현대자동차 등 잘 바뀌지 않는다. 미국의 대기업은 인터넷에 시대로 넘어가면서 구글, 페이스북, 테슬라 등 새롭게 등장하며 세계를 리드하고 있다. 우리나라 상위 20개 대학도서관 평균 소장도서 수는 236만5000권이며, 북미연구도서관협회(ARL)의 대학도서관의 평균 소장도서 수는 565만3000권이다. 우리나라 대학도서관의 자료 확충이 필요한 이유다.

이번 가을에는 대학도서관에서 책 한 권 빌려 싱그러운 바람과 고운 하늘 배경 아래 읽는 것은 어떨까?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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