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발전 ‘시드머니’로 부각되는 기부금
대학 발전 ‘시드머니’로 부각되는 기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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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한양대에 기부금으로 AI센터 설립
대학들, 기부금 모금에 사활…해외 동문·기업인 찾는 총장들
세제혜택 큰 해외에 ‘기부재단’설립하고 동문 독려
전체 기부금 절반은 상위 10개교에 쏠려 ‘한계’
기부문화 확산위해 “‘검은돈’ 인식 개선하고 세제혜택 늘려야”

[한국대학신문 이현진 기자] 기부금이 대학 발전과 학문연구를 위한 ‘시드머니’로 주목받고 있다. 인공지능(AI)·반도체 등 4차 산업혁명 시대 신성장동력 발굴을 위한 ‘종잣돈’으로 속속 대학에 기부금이 전달되면서 “이왕이면 사회 발전에 효과를 낼 수 있는 기부에 나서자”며 본보기가 되고 있다.

학령인구 감소와 등록금 동결 등 재정 확대에 빨간불이 켜진 상황에서 대학들이 ‘발전기금’ 모금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세제 혜택이 확실한 해외에 ‘기부재단’을 설립하고 현지 동문들의 기부를 독려하는 움직임도 보인다. 하지만 이른바 ‘상위권’ 대학에 기부금 쏠림현상이 이어지면서 미국 등 선진국처럼 기부금 세액 혜택을 늘리고 기부 문화를 확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 ‘대학 경쟁력이 국가 경쟁력’… 나라 위해 ‘대학’에 기부하는 사람들 = 서울대가 인공지능(AI) 등 차세대 공학기술 발전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데는 ‘기부’가 주요한 동력이 됐다. 고(故) 김정식 대덕전자 회장 겸 해동과학문화재단 이사장이 모교인 서울대에 500억원을 쾌척하면서 내건 조건 때문이다.

김 회장은 지난해 스티븐 스워츠먼 블랙스톤 그룹 최고경영자(CEO)가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MIT)에 3억5000만 달러(약 3933억원)를 기부한다는 소식을 듣고 올해 초 기부를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MIT는 기부금을 활용해 AI 대학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기부금은 서울대 공과대학의 융·복합 교육과 연구 활동을 수행하는 시설인 ‘해동AI센터’ 건립을 위해 사용된다. 기술원에서는 AI 기술을 기반으로 한 로봇·바이오·반도체·에너지 등 공학 전 분야 연구가 이뤄질 예정이다.

한양대도 최근 기부금을 시드머니로 ‘4차 산업혁명 시대’ 핵심 기술 개발을 위한 인공지능솔루션센터를 설립한다.

동원산업이 한양대에 센터 설립을 위한 초기자금을 기부금으로 내밀었고 추진 성과에 따라 지속적인 기부를 약속했다. 한양대 관계자는 “AI솔루션센터를 대학 부속기관으로 설립하고 내달 문을 열게 됐다”며 “기업체가 직면한 어려움을 인공지능을 통해 해결책을 찾고 학부생과 대학원생을 대상으로 이뤄질 AI관련 커리큘럼을 개발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고 밝혔다.

■ 총장들 움직임 ‘관건’…해외 기부금 재단 설립하고 다양한 ‘기금’ 이벤트도 마련 = 기부금 모금은 총장과 주요 보직 교수들의 노력과 역량과도 무관치 않은 게 대학 관계자의 말이다. 실제로 총장이 국내외 기업이나 동문들을 직접 찾기 쉬운 방학 기간에는 기부금 모금이 더욱 활발하다는 것이다. A대학 한 관계자는 “최근 기업 멘토 프로그램을 위해 총장이 미국을 방문했지만, 실상은 현지에 자리 잡은 동문의 기부를 독려하겠다는 복안도 있었다”며 “기부금 유치에 총장이 발 벗고 뛰고 있는 대학일수록 모금이 활발하다”고 밝혔다.

다양한 기금 마련을 위한 이벤트도 활발하다. 지난해 설립 100주년을 맞은 중앙대는 수년 전부터 중앙대 100주년기념관 설립을 위한 기부금 모금을 추진해왔다. ‘CAU 한 장 기부’ 캠페인을 열고 1004명의 기부자 이름을 동판에 새기겠다는 이벤트를 열고 총 10억4500만원의 모금성과를 거뒀다.

동국대도 개교 108주년이었던 2014년 불교에서 인간의 번뇌를 상징한다는 ‘108’이란 숫자를 활용한 마케팅이 효과를 톡톡히 거뒀다. 당해 기부금 수입 226억원을 기록하며 전체 대학 중 기부금 순위 3위에 이름을 올렸다.

■ 서울 대규모 대학에 쏠린 기부금…울산대·성균관대 등 재단 ‘힘’도 든든 = 하지만 대학으로 기부되는 발전기금은 서울 대규모 대학으로 쏠림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한국대학신문이 대학정보공시 사이트인 ‘대학 알리미’를 통해 2018년(2017년 결산기준) 전국 154개 4년제 사립대의 교비회계 기준 기부금 수입을 조사한 결과 기부금을 가장 많이 모금한 대학은 고려대(732억6445만원)로 나타났다. 고려대는 대학 세입에서 기부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11.2%로 가장 큰 대학으로 꼽힌다(소규모 종교대학 제외).

이어 △연세대(424억2165만원) △성균관대(231억9683만원) △이화여대(223억4547만원) △한양대(200억6038만원) △경희대(146억5680만원) △영남대(139억2596만원) △동국대(130억4401만원) △울산대(122억7539만원) △대구대(106억2231만원) △단국대(95억2239만원) 등이 연간 기부금 상위에 들었다.

반면 한려대는 연간 기부금이 313만원에 그쳤다. △신경대(3878만원) △예원예술대(4068만원) △예수대(5330만원) △금강대(5468만원) △경주대(5586만원) △중원대(1억7019만원) 등도 초라한 기부금 수치를 보였다.

154개 대학의 연간 교비회계 기부금은 총 5038억541만원으로 이 중 50% 가량인 2458억1329만원은 상위 10개 대학에 기부가 쏠린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인지도가 높은 대학에 기부금이 몰릴 수밖에 없고 재적 학생이 많다면 그만큼 동문을 배출한다는 점에서 쏠림현상을 피할 수 없는 것으로 풀이된다. 대부분의 개인 기부자들이 모교에 기부금을 내고 있고 사회적으로 성공한 동문이 많은 ‘메이저급 대학’들이 손쉽게 기부금을 모을 개연성이 높다는 것이다. 삼성·현대중공업 등 탄탄한 재단을 등에 업은 대학들도 기부금 모금에서 선전하고 있다.

울산대 관계자는 “사회에 안정적으로 자리 잡은 동문이 많을수록 기부금 손길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며 “대기업을 재단으로 둔 대학의 경우에도 기부금 모금에는 긍정적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 해외에 ‘기부재단’ 설립하는 대학들…“국내도 세금공제혜택 절실” = 작은 기부가 사회적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는 인식 함양과 함께 기부자의 세제 혜택 등이 이뤄지는 등 기부문화 정착을 위한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안종길 대학발전기금협의회 회장(한양대 대외협력팀장)은 “2013년 말 세법이 개정되면서 기부금이 소득공제에서 세액공제 대상으로 전환돼 대학 기부금 비중이 감소하고 있다”고 밝혔다. 기부금의 공제율은 최대 38%에서 15%(1000만원 초과분은 30%)로 낮아졌다.

대학들은 대학 기부금에 특별소득공제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미국 대학들이 많은 기부금을 모을 수 있는 데는 성숙한 기부 문화와 더불어 세금 감면 혜택도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설명이다. 미국은 교육기관에 기부한 금액에는 최대 50%의 소득공제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이런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한양대는 최근 기부금 국제재단인 ‘한양인터네셔널파운데이션’을 설립했다. 해외로 진출한 동문들의 기부를 독려하겠다는 복안이다. 안 회장은 “국내에서는 불리한 기부금 세액공제를 미국 현지법으로 혜택이 가능토록 했다”고 소개했다.

소액기부의 중요성도 언급된다. 단국대 관계자는 “경제 상황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기업이나 개인에게 큰 기부금액을 바라기보다 동문과 재학생들에게 기부 관련 인식 개선과 활성화 관련 교육을 활성화하고 ‘작은’ 기부가 이어질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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